무력한 규제…상권 송두리째 흡수 ‘복합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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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무력한 규제…상권 송두리째 흡수 ‘복합쇼핑몰’ “법이 항상 한발 늦다…도심 바꾸려는 복합쇼핑몰 규제 필요”

기사입력2017-02-23 18:5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유통산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한 데는 대형마트간 출점을 통한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그 원인이지만, 쇼핑과 레저 그리고 휴게공간까지 겸비한 복합쇼핑몰의 등장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쇼핑과 레저까지 할 수 있어 그곳에 있다면 복합쇼핑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기업·유통재벌 또한 이러한 소비자 구매패턴 변화에 맞춰 영업전략의 중심축을 대형마트에서 복합쇼핑몰로 전환하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 ‘2015 유통산업백서’를 보면, 복합쇼핑몰은 2000년 이전에는 3개에 불과했고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2개가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러나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10개,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31개로 증가한다. 게다가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신규입점 예정인 복합쇼핑몰 숫자만 17개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성장률이 주춤하는 시기에 복합쇼핑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사)체인스토어협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복합쇼핑몰이 이전 유통업태와 다른 점은 가공할 만한 규모다. 2016년 2월 기준 경기도에 등록된 대규모점포별 평균 매장면적은 백화점이 9만5700㎡, 쇼핑센터가 7만1411㎡, 대형마트가 4만5778㎡이지만 복합쇼핑몰은 17만5087㎡다. 그 규모가 백화점의 2배에 가깝고 대형마트 보다 3배 이상 크다. 전통시장(9911㎡)과 비교하면 17배가 더 크다. 그곳에 각종 음식점, 옷가게 그리고 영화관이나 워터파크까지 입점해 있는 복합쇼핑몰이 주변 상권을 빨아들일 수 밖에 없다.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의 이성원 사무처장은 “유통산업계가 어렵다고 하면서 대형마트가 줄어들지도 않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복합쇼핑몰 입점이 늘고 있다”며 “복합쇼핑몰은 쇼핑 뿐만 아니라 외식·관람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어, 골목상권이나 재래시장 그리고 대형마트와는 차원이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대규모점포 입점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다. 전통시장과 1km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고, 점포의 위치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있을 때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다. 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첨부해 등록해야 한다. 이외 대규모점포를 개설하려는 자는 영업개시 60일전까지, 준대규모점포를 개설하려는 자는 영업개시 30일전까지 개설지역 및 시기 등을 포함한 개설계획을 예고해야 한다.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규제는 만들어놨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지난 2015년 3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패션업종 중소기업 20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기업아웃렛 입점에 따른 영향’ 설문조사를 보면, 입점 후 중소기업의 평균 매출 감소량은 43.5%로 나왔다.

복합쇼핑몰이 지역상권이 미치는 영향력은 대형마트와 차원이 다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전국상인대회’에 참석한 상인들이 복합쇼핑몰 규제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거대한 상권은 1km의 거리제한도 무의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지자체장이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하지만, 지역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다. 광주광역시와 신세계는 2015년 5월 특급호텔과 면세점 등을 포함한 랜드마크 복합시설 개발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을 앞두고 숙박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지역내 소상공인들의 의견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설계획 예고제도 역시 마포구 홈플러스의 경우처럼 이미 건물이 다 올라간 시점에서는 예고를 해봐야 의미가 없다.

입점 등록시 제출하도록 한 상권영향평가서 역시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대기업이 직접 작성하도록 해 실효를 얻을 수 없다. 또 국회 유통산업발전법 촉구대회 자료집 사례를 보면, A프리미엄아웃렛은 지역상권에 이미 있는 브랜드는 입점시키지 않고, 해외브랜드 중심으로 입점시킨다는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개점 이후 판매중인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역상권에 있는 브랜드를 포함해 국내 브랜드가 80%에 달했고 이에따라 지역상권 매출은 급락했다. B프리미엄아웃렛의 경우에는 지역주민 3500명을 고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1250명 수준이었다. 지역협력계획서는 잘 지켜지지도 않고, 지키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을살리기운동본부의 이동주 정책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는 형태를 보면, 기존 도심을 해체하고 새로이 상권을 형성하려 한다”며 “유통재벌들이 계열사를 망라해 도심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산업은 형태가 변하고 있는데, 유통산업발전법은 항상 한걸음 느리다”고 말했다.

또 “박근혜 정부는 규제완화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고 있고, 그 같은 태도가 유통산업발전법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현재 중소상인들을 보면 베이비부머가 많다. 이들은 지금 하는 업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에 뛰어들 수 없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하는데 그 또한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난 바 없다. 현재 규제로는 복합쇼핑몰을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