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통상마찰 우려? 해결하는게 정부 일”

프린트

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적합업종 통상마찰 우려? 해결하는게 정부 일” 소상공인 생계형 보호는 최소한의 조치…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

기사입력2017-03-05 15: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 정부가 산업정책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의 낙수효과가 실체가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고, 이제 정책의 중심이 고용과 산업발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옮겨가야죠. 그러기 위해서 정부정책은 더 정밀해지고 치밀해져야 합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불공정·불평등은 우리사회가 풀어야할 시대적 과제이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국회 민생경제특별위원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 1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산업정책의 중심이 고용을 책임지고 산업발전을 이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기이코노미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 소상공인은 최악의 상황 직면

이 의원은 ‘고용없는 성장’과 ‘낮은 수준의 복지정책’으로 국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생계형 창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있다고 했다. 또 좋은 일자리가 없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데다가, 대기업이 소상공인이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몰려들고 뺏으면서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가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오는 동안 국민경제가 어려워지고, 소상공인들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71.7%가 고용원 없는 나홀로 자영업자이고, 영세 자영업자의 평균 월수입은 100만원 정도입니다. 소상공인의 전체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영업이익률은 정체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경제에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된 이후 재벌그룹 계열사는 모두 477개가 늘었다. 특히 제조업·농림어업·건설 분야에서는 90개가 증가한 반면, 소상공인이 주로 영위하고 있는 업종에서는 387개(81.1%)가 증가했다.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대출규모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600조원에 육박합니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구분하기 힘든 소상공인들은 사업이 어려워지면 가계가 같이 무너지는 위험에 노출돼 있죠. 소상공인, 특히 생계형 업종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2월 이훈 의원 주최로 열린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이 의원은 특히 현행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업종과 품목 구분없이 시행되고 있어 보호가 절실한 영세 소상공인을 보호하는데는 미흡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논의는 19대 국회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법제화되지는 못했다. 이 의원은 관련 산업의 발전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와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생사의 문턱을 넘나드는 영세 소상공인의 보호·육성 대책마련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보호하고, 통상마찰 해결하는 것이 정부 역할

“통상마찰은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FTA 등에서도 ‘공공의 목적’, ‘국내외 기업의 비차별적 방법’은 절차에 따라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할 일은 자국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법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이 외국기업을 특별히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툼의 여지가 없으며, 만일 다툼이 발생한다면 그것을 풀어가야 하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입니다.”

적합업종 법제화로 통상마찰이 우려된다고 정부는 나서서 주장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된다면 해결을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통상마찰의 우려가 있다면, 일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정한 게 아니라 공공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법의 기본적 취지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고민해야지, 통상마찰이 생길까 두려워 법제화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이훈 의원은 “대규모 자본으로 쉽게 진입해 빠른 시간에 돈을 벌려고 하는 대기업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소상공인은 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생계형업종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는 현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업종 세분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또 생계형이라는 단어가 현재로서는 모호하지만 ‘저마진·단순성·고용흡수력·진입장벽·가족기업·과밀화’ 등을 기준으로 그 범위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또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안에 중소기업청 소속의 심의위원회를 두는 내용을 담았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의 세부요건은 시행령에 위임해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신규로 진입하는 업종과 기반을 마련해 졸업하는 업종이 원활히 순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은 인공지능·로봇 관심…우리 대기업은 빵집에

“선진국 글로벌기업들이 관심갖는 분야는 음식료, 제과, 도소매가 아닙니다. 대기업의 역량으로 개발 가능한 인공지능(AI), 화성탐사, 로봇과 같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대규모 자본으로 쉽게 진입해 빠른 시간에 돈을 벌려고 하는 우리 대기업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소상공인은 없습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것은 대기업이 해야 할 사업분야의 진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 영세 소상공인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는 것임을 강조한 얘기다.

“소상공인이 일궈놓은 특화거리에서도 어느새 대기업들이 들어와 기존 소상공인이 쫓겨나는 일(젠트리피케이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뉴욕의 소호거리, 유럽의 100년·200년 된 상점들, 일본에서 4대·5대 가업을 이어가는 소상공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생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소상공인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과 공정거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