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하면서 또 비정규직 채용한 ‘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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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정규직 전환하면서 또 비정규직 채용한 ‘공공’ 8.4만명 전환했는데 4.9만명 감소…국고보조사업 기간제 ‘사각지대’

기사입력2017-06-02 14:24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방자치단체를 포함, 정부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전 정부 내내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했음에도, 중앙·지방정부 스스로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의지나 노력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규직 전환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또 비정규직 채용

고용노동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시스템’을 보면, 2013~2016년 4년간 중앙·지방정부 소속 기간제 8만4000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2012년~2016년 5년간 중앙·지방정부의 기간제는 36만명에서 31만1000명으로 모두 4만8000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다시말해 4년동안 기간제 8만4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음에도, 5년동안 기간제는 4만8000명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엇비슷한 시기에 3만5000명의 기간제를 추가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중앙·지방정부가 기간제를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서, 꾸준히 기간제 사용을 줄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 수치도 용역·위탁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수가 제외된 것이다. 2016년 기준 중앙·지방정부 간접고용 근로자는 12만명으로 2012년에 비해 1만명 늘었다.

<자료=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시스템/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주로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위원은 “기간제를 비롯해 간접고용 근로자 수가 줄어야 하는데, 그 수가 줄지 않았다”며 “핵심업무는 직접고용 한다고 하지만, 핵심업무에 대한 기준도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남우근 정책위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보건소에서 수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은 총 192개다. 이 중 과거 2년동안 수행된 사업이 97.4%, 향후 2년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이 98.4%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국고보조사업에 참여한 비정규직 대다수는 정규직 전환대상이다. 그러나 이들 25개 보건소가 자체적으로 판단한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업무는 전체 국고보조사업 업무중 6.8%에 불과했다.

국고보조사업, 근로계약 반복·갱신해 무기한 기간제 가능

근로계약기간을 반복·갱신함으로써 ‘기간제 보호’란 기간제법의 입법취지를 몰각시키고 있음에도, 보건소 국고보조사업에서 이같은 고용관행은 위법이 아니다. 기간제법 제4조에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사용기간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예외규정에 따라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장기간 계약직으로 사용한 근로자에 대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사실상 해고, 법정다툼을 벌였던 사례는 많다. 교육청은 지난 2009년 6월 ‘학부모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 등을 목적으로 ‘방과후학교의 학부모 코디네이터’ 사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부산시 관내 시립학교에서 ‘학부모 코디네이터’ 채용계약을 맺은 14명은 수개월에서 1년 단위로 채용계약을 반복·갱신하며 근무했다. 그러다 2012년 12월 각 학교장으로부터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재계약을 하지 못했고, 이에 코디네이터 여러 명이 ‘부당해고’라고 반발하며 2013년 2월 소송을 냈다.

3년 이상 계속된 소송에서 지난 6월 대법원은 코디네이터 사업이 “국가보조금 지원이 끊길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한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일자리 창출사업이 생색내기용으로 운영되면서, 비정규직 사용을 남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남 정책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사각지대 중 하나가 국고보조사업을 통해 자치구에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들”이라며 “자치단체 사업중 상당 부분이 국고보조사업에 해당한다. 정부가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하면서, 한편으론 기간제를 양산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경영효율화 ‘허울’…예산절약 이유로 기간제 사용

기간제 근로자 사용이 합당한 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이유는 효율성이라는 이름에 감춰진 예산절약이다.

남 정책위원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사유로 ‘일시적 수요 등 업무특성’은 30%에 불과하다. ‘예산상의 제약(31.5%)’과 ‘정원증원의 어려움(34.1%)’ 등 예산관련 문제가 더 많고 민간위탁도 마찬가지다. 민간위탁은 외주화를 통한 ‘전문인력 활용’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이유로 민간위탁을 했다는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위해 민간위탁한다는 비율이 각각 32%다. 경영효율화 논리를 앞세우지만, 실상은 정원확보 ‘곤란’이라는 공공기관의 자체 사정에 따라 비정규직 고용이 남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대책은 정부의 의지다. 남 정책위원은 “기관운영에 필요한 상시·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다만 공공부문 정원 및 인건비에 대한 지나친 통제가 비정규직을 남용하게 된 주요 원인중 하나인 점을 무시할 수 없기에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