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지배구조 개선 ‘계열분리·기업분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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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재벌 지배구조 개선 ‘계열분리·기업분할’ 필요 “독점 완화 유일방안…적합업종 영역·시장지배력 남용 시장에 도입”

기사입력2017-06-30 16:5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30대그룹에서 10대그룹, 그리고 4대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전체 기업 가운데 0.1%도 안되는 재벌기업이 한 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이유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사 전체를 지배하고, 문어발식으로 이뤄진 재벌그룹사 지배구조가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재벌개혁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종보 변호사는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문재인정부 재벌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재벌개혁은 다른 경제분야의 개혁과 분리될 수 없다. 일종의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쉽지 않은 과제”라며 “그럼에도 순환출자구조 해소, 지주회사의 계열회사 지배방식 개혁,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추정요건 완화, 계열분리제도 및 기업분할명령제도 도입 등은 재벌개혁을 위해 늘 염두에 두고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환출자 통해 가공의결권 만들어 지배력 강화=순환출자를 통해 모회사 지배주주는 자금을 차입해 자회사에 출자하면, 자회사가 다시 모회사에 그 자금을 재출자한다. 모회사가 되돌아온 자금으로 부채를 상환하면, 모회사 지배주주는 별도의 재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가공의 의결권을 만들어 모·자회사 모두에 대해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순환출자제도는 주식회사 제도의 건전성을 침해하며,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그 기업에 출자한 다른 계열사까지 부실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다른 주주의 지분적 이익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기존 경영진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참호를 파는 ‘참호구축’ 효과도 있다. 이로 인해 재벌그룹의 순환출자제도는 대개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 및 강화, 승계를 위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을 요구하면, 재계는 ‘경제도 어렵고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데 투자재원을 왜 지분회수에 쓰느냐’고 말한다”며 “투자는 기업이 하고, 지분회수는 대주주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이 투자 안하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냐고 물어보면, 그건 아니라고 답한다”며 “지분회수 역시 대주주들이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출자구조 해소위해 도입한 ‘지주회사’도 개혁 대상=공정거래법이 제정될 초기에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주회사 설립 및 허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재벌그룹의 복잡한 출자구조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하기 위해 엄격한 행위제한 요건을 규정해 지주회사제를 도입했다. 현행 지주회사제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은 200%를 초과해서는 안되고,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이상 보유해야 한다(비상장사 40%이상).

김 변호사는 “2007년 두차례 공정거래법을 개정,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음에도 지주회사가 오히려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강화해 경제력 집중이 심화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지주회사 출자단계를 줄이고, 자회사에 대한 지분 의무보유율을 높이며, 손자회사 이하 지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율 하한선도 상장·비상장 구분없이 50%까지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는 단순히 개별그룹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 경제분야 전반의 개혁과 맞물려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에대해 최 의원은 “부채비율 제한 및 자회사 주식보유비율 확대, 공동손자회사 금지 등의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부채비율 200%를 100%로 강화하고, 자·손자회사 주식보율비율 상장사는 30%이상·비상장사는 50%이상으로 또 사업연관성 있는 손·증손회사만 보유, 공동손자회사 출자금지 등을 담은 법안이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중인데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쟁제한적 기업결합 추정요건’=공정거래법 입법목적중 하나는 경제력 집중 방지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 제7조는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기업결합을 통해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동조 제4항은 경쟁제한 행위로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요건이 너무 엄격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경쟁제한 행위로 추정되기 위해서는 제4항 제1호 규정에 따라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추정요건에 해당할 것 ▲시장점유율의 합계가 당해거래분야에서 제1위일 것 ▲시장점유율의 합계와 시장점유율이 제2위인 회사의 시장점유율과의 차이가 그 시장점유율의 합계의 100분의 25이상일 것 등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와관련 김 변호사는 “이로 인해 경쟁제한성이 추정된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로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며 “각 목의 사유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충족하는 경우에도 경쟁제한성이 추정되는 것으로 요건을 완화하고, 적합업종 등 중소기업영역에 진출하는 경우를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후규제 ‘계열분리명령제도’와 ‘기업분할명령제’=과거에 존재했던 출자총액제한제도나 순환출자 금지 및 해소, 지주회사의 자회사 최소 지분요건 강화 등은 사전적 규제다. 사전적 규제는 이미 발생한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없는 수단이다.

따라서 사후적 규제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이 ‘계열분리명령제도’와 ‘기업분할명령제’다. 계열분리명령제도가 해당기업의 지분매각을 명령해 재벌집단의 계열사를 분리하는 제도라면, 기업분할명령제는 단일 거대 독점기업을 쪼개는 방식이다.

김 변호사는 “계열분리명령제도와 기업분할명령제는 이미 진행된 독점·집중화를 완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비록 명령제 자체가 실제 실행되는 것이 드물다 하더라도, 법제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재벌집단에 대한 잠재적 규율효과가 크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영역, 시장지배력의 남용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장에서 재벌그룹 계열사를 분리하거나 기업의 해당 사업부분을 분리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계열분리명령제도, 기업분할명령제 도입에 긍정적인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다만 구조적·극단적·예외적 조치를 언제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가 나타났더라도 어떤 추가적인 상황에서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또 그런 행위들이 구조로부터 파생된 원인이란 것을 입증하는 것은 어렵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기준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