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체 당기益 73%가 4대재벌,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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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기업 전체 당기益 73%가 4대재벌, 같지 않다 같은 재벌도 자산·소득 불평등 심각…세분화된 법인세율 조정 필요

기사입력2017-05-18 11:4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재벌에도 ‘급’이 있다. 30대재벌 가운데 삼성·현대자동차·SK·LG 4대재벌의 계열사 및 친족회사를 포함한 범4대재벌과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재벌은 외형과 내면 또한 분명하게 구분된다. 재벌개혁을 포함, 정부가 대기업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함에 있어 이를 구분해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특히 같은 재벌이라도 자산·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동일한 선상에서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단 외형면에서 범4대재벌의 자산총액은 그 외 재벌 전체 자산총액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65.2% 수준이다(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재벌개혁의 전략과 과제’).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일 공개한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재무현황(2017년 5월 1일 기준)을 보면, 친족회사 등을 제외한 4대재벌의 자산총액만으로도 31개 대기업집단 전체 자산의 절반을 상회(52.7%)한다.

4대재벌 자산의 증가속도 또한 나머지 대기업집단을 압도한다. 2013~2017년 지난 5년간 4대재벌의 자산증가율은 20.8%였지만, 중위그룹(5~10위)은 17.1%, 하위그룹(11~30위)은 6.6%에 불과했다. 자산규모 자체도 비교대상이 될 수 없고 증가율마저 높아,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4대재벌 당기순이익, 31개 대기업집단 전체의 72.7%

공정위의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자산규모뿐만이 아니라 경영실적 측면에서도 4대그룹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2016년 4대재벌 매출액은 전체 31개 대기업집단 총매출액의 절반을 넘고(56.2%), 당기순이익은 3/4(72.7%) 수준이다.

2015년의 경우 경제력 집중은 더 심각해, 4대재벌로의 당기순이익 편중도는 94.8%(44조8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 28개 집단에서 4대재벌을 제외한 나머지 24개 대기업집단은 1조3000억원(5.3%, 하위그룹 -0.1%)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1개 대기업집단이 541억원 정도의 당기순이익을 남긴 셈인데, 재벌그룹이란 명칭이 오히려 무색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와관련 공정위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발표된 자료는 각 기업별 회계결산 자료를 더한 수치”라며 “경기변동에 따라 차지하는 비중은 다르지만, 금액만 놓고 보면 상위그룹의 당기순이익 변동치는 크다고 볼 수 없다. 2015년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양업계의 부진으로 인해 상위그룹 비중이 높지만, 2016년에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2016년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4대재벌의 당기순이익은 72.7%를 차지한다. 4대재벌로의 경제력 집중도가 사회통념을 벗어나는 것만은 분명하다.

공정위 자료에서 재무제표상의 당기순이익은 법인세를 제외한 것이다. 2015년 4대 재벌그룹의 당기순이익은 44조8000억원인데, 재벌닷컴이 발표한 4대 재벌그룹의 2015년 법인세 8조4190억원을 더하면 53조2190억원이다. 결국 4대재벌은 2015년 한 해에만 최소 53조2190억원을 벌어서 8조4190억원의 법인세(15.8%)를 부담했다. 법인세 명목세율 최고한도인 22%보다 6.2%p가 낮다.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부담률이 정해진다. 따라서 4대재벌의 당기순이익 대비 법인세부담률(15.8%)은 실제 부담한 법인세율과 다를 수 있다. 과세표준금액은 외국납부세액공제, 연구인력개발비공제, 비과세소득 등에 따라 당기순이익보다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당기순이익으로 추정한 4대 재벌그룹의 법인세 부담률(15.8%)에 외국납부세액을 더하고, 공제·감면 부분을 감안하면 올라갈 수도 있지만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세청 자료로는 세액공제 혜택 상세내용 알수 없다

문제는 외국납부세액공제, 연구인력개발비공제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알 수 없다. 2016년 국세청 통계연보를 보면 과세표준 5000억원 초과 47개 법인의 산출세액은 19조4924억5700만원, 공제·감면을 계산한 총부담세액은 14조5441억3100만원이다. 산출세액과 총부담세액의 차액분(4조9000억원)에 외국납부세액공제금액과 연구인력개발비공제금액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 공제금이 4대재벌 또는 30대재벌의 몫인지, 아니면 중소기업에 돌아간 것인지 알 수 없다. 국세청 통계연보는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이 3조8836억6500만원이고, 공제대상 기업이 853개 법인이란 사실만 알려주고 있다.

외국납부세액 다음으로 많은 공제금액을 차지하는 연구인력개발비공제 역시 어떤 기업이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국세청 통계연보는 수입(매출)금액 기준 5000억원 초과 251개 법인, 소득금액 기준 500억원 초과 199개 법인이 전체 1조7763억원 중 1조5000여억원을 공제받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준다.

<자료=국세청/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국세청이 공개하는 자료만으로는 ‘많이 버는 기업이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적게 버는 기업이 적은 세금을 부담하는지’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2015년 11월 안민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4만3000여개 기업이 받은 세액공제 혜택의 61%인 4조5000억원이 상위 10대그룹 계열사에 집중됐다. 3만4000여개 중소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액 1조300억원의 3.5배다.

정리하면, 30대재벌 중 4대재벌과 나머지 26개재벌간의 자산·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한데 동일한 선상에서 법인세를 부과해서는 조세형평성 원칙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법인세율을 인상하려 한다면, 4대재벌과 나머지 재벌을 구분해 세율을 조정할 경우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4대재벌에 대한 법인세 부과 상세정보가 우선 필요하다.

나아가 10대·30대재벌 등 좀 더 세분화된 정보가 제공돼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누진세율 기준을 찾을 수 있다. 4대재벌에 맞는 누진세율 기준 그리고 10대·30대재벌·대기업·중소기업 등 각각에 맞는 누진세율 기준을 정할 때, 조세부담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수입·자산·자본금액 기준 5000억원 초과 범위를 최대기준으로 분류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4대 재벌그룹은 물론 30대그룹에 대한 상세정보를 알 수 없기에, 조세저항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법인세 정보, 100분위 공개…“같은 과세표준 적용 무리”

경제개혁연대 위평량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 국세청이 지금보다 세분화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위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국세청이 공개하는 10분위 정보만으론 ‘많이 벌면 많이 낸다’는 원칙을 전제로 적정한 법인세율을 조정할 수 없다. 적어도 100분위 자료를 공개하고, 영업이익·순이익·외국납부세액 등의 구체적인 정보도 함께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4대재벌을 비롯한 상위 1%는 100분위가 아닌 특별한 기준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