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항 명약관화…재벌개혁 단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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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재벌 저항 명약관화…재벌개혁 단호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 “법집행, 시장압력”…치밀한 접근 필요

기사입력2017-05-18 16:3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내정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표한 장관급 인선이란 이유 등을 들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새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는 분석이 주류다. 재계와 일부 언론에선 ‘당혹’을 얘기하지만,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인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공정한 대한민국’이고, 그 핵심적인 내용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다.

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몇몇이 책상에 앉아서 급조한 ‘선거용’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확실하게 바로 잡고,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기업의 탐욕과 횡포를 막겠다”며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고루 돌아가는 ‘상생과 협력의 경제민주화’를 꼭 이루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 껍데기를 선점함으로써 빛을 발한 측면이 있지만, 경제민주화 알맹이의 소유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어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깃발을 다시 들었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18대 대선 패배 이후 4년 이상,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를 벼린 문 대통령이기에 김상조 후보자를 재벌개혁 전도사로 선택한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단호한 의지도 있고, 이제 재벌개혁의 구체적 플랜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유능한 책임자도 결정됐다. 남은 과제는 재벌개혁 추진과정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재벌의 저항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가다. 또 재벌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극우 또는 일부 정치권 및 언론의 공세를 얼마만큼 조기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가에 재벌개혁의 성패가 달렸다.

역대 정권 모두 이런 저런 이름으로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이유중 하나는 개혁의 대상인 적폐세력이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할 시간을 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힘을 가졌을 때 신속하게 추진해야만 한다. 지난 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잘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4.8%였으며, ‘잘못할 것’이라고 한 응답자는 16.0%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찬반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이 재벌개혁을 본격적으로 가동한 타이밍을 찾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도 있고, 대통령령을 개정하거나 기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행정부의 권한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사안의 경중, 절차의 난이도, 국민적 합의수준, 정치권의 역학관계 등 전략적 판단에 따라 개혁과제 선후를 조정하는 등 단호하면서도 정교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공정거래법 위반사범에 대한 제재수단인 과징금액이 낮아 실효성이 없다면, 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징벌수위를 높일 수 있다. 또 정부가 갖고 있는 행정적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함으로써 재벌기업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법개정을 포함 유통업·가맹사업·대리점법 등 공정거래 관련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이고,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개혁 또는 진보색채를 가진 야당과의 공조만으론 입법과정에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대해 정부가 확고한 의지와 실천을 보여준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개혁의 성과들이 쌓이고, 그 결과물을 국민들이 몸소 경험하고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벌기업과 자유한국당 그리고 일부 언론도 재벌개혁 기치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국민적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 불통과 독단의 상징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데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저항하지 못했고, 국민여론에 떠밀려 이들 중 일부는 탄핵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일정표에 따라 짜 맞추는 방식이 아닌 유연하면서도 단호한 재벌개혁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면, 경제민주화에 한발 더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재벌개혁 접근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김 후보자는 “재벌개혁 목표는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전제하고,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현행법 집행시 상위(4대) 재벌에 대해 집중해서 엄격한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법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등 일반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의 적극 활동을 통해 시장에 압력을 줘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엄격한 법 집행과 정부가 갖고 있는 행정권한을 통해 재벌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렇게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재벌개혁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 두 가지 즉 현행법 집행과 시장압력을 통한 재벌개혁 노력을 해본 다음에도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차후적으로 법 제·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자의 복안이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이란 궁극적 목표로 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고 현명한 선택이다. 경제학자로서 보여줬던 꼼꼼함과 성실함 그리고 시민운동가로서 가졌던 결단력과 실천력을 바탕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또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