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식별 조치한 개인정보, 동의없이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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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비식별 조치한 개인정보, 동의없이 활용한다 비식별 정보도 개인 특정 가능…신뢰할만한 감독기구 먼저 설립해야

기사입력2018-08-28 17:56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와 여당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를 무력화하는 정보통신융합법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작용 해소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정보통신융합법)’에 따르면 ‘임시허가’나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를 받으면, 개인을 특정할 수 없도록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는 근거법령이 없거나 관련법에 따라 허가신청이 불가능한 경우 안전성을 검증해 사업시행을 허용하는 제도다.

비식별 조치한 개인정보 동의없이 이용가능

정부·여당은 4차산업혁명의 한축인 빅데이터 활용 관점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완화는 불가피하고, 비식별 정보로 제한해 상업적 이용을 허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경민 의원 발의안을 보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요소를 전부 또는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해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특정개인 또는 개인의 위치를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검증기관을 지정하고, 해당기관이 비식별조치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도록 했다.

<자료=의안정보시스템>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비식별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이용할 수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때 정보주체에게 동의를 얻어야하지만,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불구하고 (비식별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를 무력화했다.

비식별 처리 적정성 여부가 개인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기준인 만큼, 개인정보 침해 또는 남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비식별 처리후 개인을 특정하는게 가능한지가 핵심쟁점이다. 신 의원 발의안은 개인식별 요소를 제거하면 개인특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비식별 조치가 완전한 보호를 의미하는건 아니라는 반론이 나온다.

비식별 정보로도 개인특정 가능…감독기구 일원화하고 신뢰 높여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방효창 정보통신위원장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가명 또는 익명처리한 데이터도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인물 특정이 가능하다. 쉽게 설명하자면, 가령 ‘서울 거주·50대 남성·통신사’와 ‘서울 서초구 거주·50대 남성·차량·선호식품’ 등 데이터를 조합하면 정보주체를 개인으로 특정하는게 가능하다”며 “기업이 개인정보를 보유하면 정보보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효창 정보통신위원장은 이어 “다른 정보와 결합해도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비식별화 기술이 현재 존재하기는 한다”며 “다만 정보결합 기술이 발달하면, 현재 유효한 비식별화 기술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안전망을 확충한 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 정보통신위원장은 “시민사회 요구는 모든 규제를 꽁꽁 싸 매자는게 아니다. 다만,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안전망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신뢰구축 방안으로 독립적인 감독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방 위원장은 “현재 개인정보보호는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관리하는데, EU는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대해 예산과 인사 등에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표면상으로는 대통령 직속이지만, 감독체계도 행안부와 방통위, 금융위 등으로 분산돼있다”며 “신 의원 발의안은 과기부와 행안부가 지정한 검증기관에서 비식별 조치 적정성을 검증받도록 한다고 규정했는데, 신뢰할만한 감독기구를 설립하는 조치가 우선 이뤄져야 유의미한 검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