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자동차·담배…이란 민영화 추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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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통신·자동차·담배…이란 민영화 추진중” 전력기자재, 자동차부품, ICT 유망…합작투자로 리스크 줄여야

기사입력2016-02-26 00: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지방중소기업청,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KOTRA 등이 25일 개최한 ‘이란 진출전략 세미나’

37년간 경제제재에서 풀려난 이란이 경제개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통신·자동차·담배 등을 민영화 계획에 포함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자구책 일환 국영기업 민영화 계획”=KOTRA 중동지역본부장을 지낸 한선희 충청권지역단장은 25일 ‘이란 진출전략 종합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한 단장은 “현지 무역관 등을 통해 입수한 ‘이란 정부 민영화 계획(안)’에 따르면, 경제제재 해제 이후 통신·자동차·담배 등 주요 산업을 민영화 계획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개발자금 확보를 위한 자구책으로 이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 단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진출할 만한 유망 품목 8가지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기기 ▲전력기자재 ▲산업기계 ▲자동차·자동차부품 ▲조선 ▲철강 ▲석유화학 ▲정보통신기술(ICT) 등이다.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민간기업의 생산능력이 떨어진 이란이 생산설비·기계류 등의 수입을 장려하고 있어 호기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낙후된 의료시설, 노후화된 자동차·부품, 개보수가 필요한 발전설비 등도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으로 시장을 개척할 만한 분야다. 또 최근 들어 인터넷 등 IT인프라 확대를 꾀하고 있는 이란 정부가 한국산 IT 장비·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원화 결제 절차

<자료=서울지방중소기업청>

◇달러결제 불가, 高관세 ‘걸림돌’=경제제재가 해제됐지만 걸림돌은 있다. 달러결제는 금지돼 있다. 결제수단은 이란중앙은행 등의 몇단계를 거쳐 원화로만 결제할 수 있다. 또 이란이 핵 개발 의혹이 제기될 경우 다시 제재가 복원되는 ‘스냅백’ 규정이 있다. 특히 이란은 세계무역기구(WTO) 미가입국이어서 관세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다. 그만큼 이란의 무역정책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 정부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수입 급증을 우려해 리얄화를 평가절하하는 등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단장은 “이란의 높은 관세 때문에 완제품을 수출하기 보다는 반제품으로 들여와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완제품 관세율은 25%인 반면 반제품은 5%만 매긴다는 것이다.

이란 시장은 잠재력이 크지만 그동안 국제무역질서로부터 고립돼 있어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란은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수주를 원하고 있다. PF에서 우리나라는 유럽·중국·일본 등 경쟁국에 밀리는 게 사실이어서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업체 및 이란 발주처와 합작을 통해 진출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소비재 ‘틈새시장’ 주목…박람회 등서 거래선 발굴하라

한선희 KOTRA 충청권지원단장(전 중동지역본부장)

한선희 단장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KOTRA 중동지역 본부장을 지냈다. 당시 경제제재 상황에서도 한 단장은 이란 정부 및 국영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갔다. 한 단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를 통해 “37년간 고립돼 있는 이란은 빗장이 풀리면서 경제 전반에 대한 비즈니스 기회가 널려 있는 곳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충분히 개척할만한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제재 당시에도 이란에서 활동한 기업인이 있었나.

“삼성·LG 등 대기업들이 14개 지사를 파견해 기업활동을 했다. 우리 중소기업은 진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후 이란 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의 문의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이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나.

“가급적이면 이란 현지 기업과 합작하는게 좋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저개발국가여서 과실송금(투자해 얻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 등이 문제될 수 있고 (정부)규제가 많다. 특히 37년간 고립된 이른바 ‘저항경제’를 통해 자체생산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현지 기업인과 합작하는게 낫다”

-구체적으로 합작하는 방법이 있다면.

“이란은 가공도에 따라 관세를 매기는 구조(Tariff Escalation)다. 완제품 수입에 대해서는 관세가 높지만 원자재 수입은 낮다. 따라서 부품·부자재 등을 들여와 현지 회사와 합작하는 방식이다. 물론 상품은 ‘메이드 인 이란’이다. 과거 이란 국영자동차 사이파와 우리 기아자동차가 OEM 방식으로 프라이드·세피아 등을 생산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이란 정유사와 윤활유 믹싱 플랜트에 합작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란 시장에 해외 선진국들도 뛰어들텐데.

“이란도 양극화가 심하다. 의료기기·주방용품 등 소비재 시장을 파고 들 필요가 있다. 금융자동화기기(ATM)의 경우 국내는 이미 포화상태다. 최근 청호컴넷이 이란 기업과 8000만달러에 달하는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미국기업 질레트·쉬크 등이 이란 진출을 꺼리고 있는 틈을 타 도루코가 이란에서 면도기 시장을 싹쓸이했다. 골목시장도 어마어마하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차원에서 국내 유통체인이 진출해 볼만하다”

-이란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가.

“대장금·주몽 등 한류 드라마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이다. 다만 미국의 정책에 너무 동조하는 것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는 정도다”

-이란 시장 진출시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같은 중동권이지만 이란은 다른 중동 국가와 다르다.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은 무엇보다 거래선을 발굴하는게 중요하다. 이란 인근에 있는 두바이나 아부다비 등에서 무역박람회가 종종 개최된다. 이곳에서 현지 바이어나 에이전트를 직접 발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