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전방, 최저임금 때문에 떠나고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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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경방·전방, 최저임금 때문에 떠나고 구조조정? 기업 목소리 과장·왜곡 보도…기업·국민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다

기사입력2017-07-28 20:46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060원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자, ‘규모’있는 기업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공장을 이전하고 폐쇄하고 또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고 일부 언론이 전하고 있다. 최저임금 때문에 대한민국 기업 모두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 의아해진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방직업체인 ㈜경방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생산시설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했고, 또 다른 방직업체인 전방㈜은 6곳의 생산시설중 3곳을 폐쇄하고 600여명을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따져보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한 날은 지난 17일이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24일 경방은 국내 면사공장 가운데 광주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언론보도만 보면 최저임금이 예상과 달리 급격하게 오르자, 1주일만에 경방 경영진은 공장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달랑 2명뿐인 신혼부부가 이사하기 위해 마음을 굳히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공장이전을 결정한 셈이다. 또 사양산업이라 칭해지는 방직업계에선 드물게도 경방은 지난해 매출액 3576억원, 영업이익 43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경방의 베트남 이전기사에 대해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경방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것도 경방의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경방을 포함 섬유기업의 베트남 이전은 예전부터 진행돼 왔다. 지난 2014년 코트라의 ‘베트남 섬유의류산업 동향과 전망’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이미 우리나라의 500개 섬유·의류기업이 진출해 있다. 한국의 섬유·의류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한 건수는, 전세계 섬유·의류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한 건수대비 40%를 차지한다. 경방의 베트남 이전은 이런 흐름의 일부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전방 얘기로 가면 좀 더 과격해진다. 전방은 경총탈퇴와 600여명 직원의 구조조정까지 언급하며,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강한 반발을 보였다는 것이 한 언론의 보도다. 경영상태로만 보자면 경방과는 달리 전방의 경우에는 이해가 가는 구석이 있다. 2013년 73억원 흑자를 제외하면 전방은 2012년 385억원, 2014년 113억원, 2015년 105억원, 2016년 125억원의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한 것은 2012년에 베트남에 갔어야지, 왜 아직까지 한국에서 고임금을 부담하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지다. 한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연간 수백억원씩 적자를 감수했다고는 하지 말자. 계속되는 적자행진에는 산업적 또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한국의 섬유산업은 생산량과 내수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수출 또한 정체돼 수입액이 수출액을 상회하는 사양산업이다. 통계청의 섬유산업 동향 자료를 보면, 국내 섬유산업 생산량은 2011년 210만4000톤이고 내수는 166만6000톤이다. 2015년에 이르면 생산량은 183만7000톤으로 26만7000톤 줄었고, 내수량도 143만톤으로 32만6000톤 줄었다. 수출은 2011년 159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정체돼, 2015년에는 수입(144억달러)이 수출(143억달러)보다 많다. 전방의 문제는 스스로 특별한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개별기업 차원이 아닌 섬유산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산업고도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 언론은 기업의 목소리를 과장하고 왜곡하고 있다. 기업이 겪는 경영상 애로는 최저임금 이외 납품단가, 생산성 그리고 대외적 변수 등 다양하고 복잡하다. 또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가 늘어나고, 매출이 늘어나고, 내수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성장 다시 임금과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면 기업도 수혜자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이 ‘기승전-최저임금’ 태도로 논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기업이나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현실을 왜곡하지 말고,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대안을 찾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