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소상공인 지원책 협상테이블에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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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임위, 소상공인 지원책 협상테이블에 올려라 소상공인과 노동계, 상시 협의채널 만들어 공생 해법 찾아야

기사입력2017-06-29 18:19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지난해 7월 결정하고, 올해 시행중인 ‘2017년 최저임금’은 월 135만2230원이다. 시급 6470원으로 1일 8시간, 1주 40시간 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에 앞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행한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분석 연구 용역’ 보고서를 보면, 2015년 기준 전체 ‘비혼(非婚)근로자’ 1인 월평균 실태생계비는 167만원이다. 그런데 비혼근로자 범위를 전체가 아니라 29세 이하로 좁히면 실태생계비는 213만원, 34세 이하는 214만원으로 상당히 올라간다. 2017년 최저임금액은 용역보고서에 따른 전(全)연령 비혼근로자 월평균 실태생계비의 80% 수준에서 결정된 셈이다.

지불여력이 차고 넘치는 대기업과, 빡빡하기는 하지만 기초체력이 있는 중견급 수준의 중소기업은 논외로 하자.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경제총조사’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기타서비스업 등 전국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18만1000개(교육서비스업 제외),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은 2억7840만원이다. 영업이익은 2470만원(8.8%), 월 평균수익은 205만8000원에 그쳤다.

가맹점 대부분은 가맹점주 이외 ‘무급근로자’인 아내 또는 남편 등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보면 수천만원 이상의 투자를 한 가맹점의 ‘사장’ 월급이 20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용역보고서에 따른 29세이하 비혼근로자 1인의 실태생계비보다 13만원이나 적다. 이쯤되면 ‘자기사업’이란 허울만을 위해 가맹점을 유지할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까지 최저임금(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매년 15% 이상씩 올려야 가능한 금액이다. 김대중정부 이후 박근혜정부 4년까지 19년동안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은 8% 수준인데, 그 두배 이상의 인상률을 계속 유지해야만 1만원에 갈 수 있다. 웬만한 의지와 지불여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다.

그럼에도 노동계의 주류는 2012년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며 시간을 앞당기자고 요구하고 있다. 시급 1만원이면 월급으로 209만원이다. 209만원이라고 해도 29세 또는 34세 이하 비혼근로자 1인의 실태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올해 당장 1만원은 무리한 요구란 것을 내심 알면서도, 노동계가 물러서기 어려운 이유도 현재의 최저임금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노동계가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최저임금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현재의 파이를 그대로 두고, 양자 어느 쪽에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생존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소상공인 입장에선 올해만 최저임금을 상당하게 올려주면 끝날 문제가 아니다. 내년에도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노동계를 또 만나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노동계가 정면으로 맞붙어서는 최저임금의 타협점을 찾을 수 없다. 사진은 한 상가밀집지역,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최저임금의 해법은 결국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과 연계한 패키지방식을 통해 찾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족한 파이를 키워야 하고, 그 파이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외의 영역, 상대적으로 지불여력이 있는 부문에서 가져와서 나눠야 한다는 말이다.

30대재벌 그룹사 곳간에서 잠자고 있는 700조원에 가까운 사내유보금중 일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돼야 한다. 당초 약정과 달리 또는 불공정한 약정에 따라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빼앗아가는’ 가맹점의 부담금은 회수돼 최저임금 인상에 써야 한다. 원하청, 가맹본사와 가맹점간 불공정한 거래관행 자체를 근절함으로써 수급기업이, 가맹점이 적정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시장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등 유통대기업이 골목상권을 넘볼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다뤄야 할 의제에는 최저임금액에 대한 결정 이외,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방안도 포함돼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양자가 합의한 내용, 특히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본사 등 지불여력이 있는 단위에 부담시켜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자영업자·소상공인과 근로자는 대립관계가 아닌 보완·협력의 관계를 가져갈 때 파이를 키울 수 있다.

마침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부자증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위해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를 하반기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하고, 올해 추진할 세제개편안 일부를 소개했다. 세제개편안중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이 근로소득증대세제다. 이에 따르면 소기업·소상공인이 임금을 인상한 경우 임금증가분의 일부를 세액공제해 준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수익증대를 위해 우대수수료율 적용대상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카드수수료 인하방침을 밝힌 바 있다. 상가임대차법을 개정, 상가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함으로써 임차인들의 시름을 덜어준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갈 수 없는 길도 아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특히 가계와 직접 거래하는 생계형업종의 주요 고객은 근로자와 그 가족이다. 근로자의 지갑이 채워져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출도 올라간다. 재벌대기업 ‘회장님’은 동네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하지 않는다. 부자의 주머니가 지금보다 더 두둑해 진다고, 세끼 먹던 것을 네끼 먹지 않는다. 지금 한끼의 식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와 가계에 돈이 들어갈 때 비로소 소비가 살아난다는 얘기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이자 경제운용기조의 핵심인 ‘소득주도성장’의 골자도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늦었긴 하지만, 지금이라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방안을 협의하길 당부한다. 나아가 노동계와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상시적인 협의채널을 구축, 양자가 공생할 수 있는 해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