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올리고 준수율은 높이자

프린트

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최저임금 올리고 준수율은 높이자 연령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도 장기적으로 고려해 볼만

기사입력2016-08-19 20:15

내년도 최저임금이 6470원으로 정해진 다음 근 한 달간 후속취재를 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세 당사자인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대표를 만나고 노동 전문가 얘기도 들어봤다. 지난 17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토론회에도 다녀왔다. 외부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지켜보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는데 취재를 하다 보니 수긍 가는 부분이 꽤 있었다.

처음엔 욱하는 마음으로 취재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 입장이니 당연한 일이다. 첫 알바를 했을 때 시급이 3010원이었다. 그때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올랐지만 먹고 살기엔 여전히 빠듯한 금액이다. 점심 한 끼 먹으려면 6500원은 드는데, 최저임금이 6470원이라니 야속하다는 생각을 했다. 취재를 해보니 단순한 문제만은 아니었다. 배우자와 자녀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과, 방학 때 친구들과 놀러 가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이 같은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다. 여기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갈린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근로자가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2~3인 생계비를 최저임금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말하고, 경영계는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미숙련노동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 모두 일리가 있다.

양 극단인 노동계와 경영계를 빼놓고 보자. 비교적 중립성을 지키려 한다는 공익위원과 교수 등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일치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첫째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점차 1만원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는 ‘충분히’ 올라 인건비가 부담이 될 정도가 돼야 한다고까지 했다. 최저임금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그 사회의 눈높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문제의식도 팽배하다. 치고받고 싸워 최저임금을 정해도 지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가장 최근에 나온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는 313만명의 근로자가 최저임금도 못 받을 처지라고 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선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에선 위반 사업장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려야 한다는 법안이 올라와 있다. 경영계를 빼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지켜야 하는 게 맞지만, 먹고 살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어긴 것이니 선처를 바란다는 입장이다.

왜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을까. 안 지켜도 따끔한 처벌을 안 받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얘기를 들어보니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최저임금 미준수는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적발되면 일단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동안 못 준 임금을 근로자에게 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모두 지급하면 사법처리는 면해준다. 위반 사업장을 바로 검찰에 기소하면 처벌 사업장은 많아질 수 있다. 이렇게 할 경우 근로자들이 밀린 임금을 돌려받지는 못 한다. 그러니 기다려줬다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하도 안 지키는 곳이 많다 보니 앞으로는 적발 즉시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바꾸려 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라 본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 것도 곱씹어볼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노동계를 제외한 나머지의 입장이 일치한다. 지역에 따라, 산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처럼 전 국민에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영국은 근로자 연령에 따라 다르고 일본, 중국, 미국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지역별로 생계비가 다르니 최저임금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편차가 크다. 도쿄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907엔이고 미야자키는 693엔이다. 한국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내와 도서산간 지역의 생계비는 같지 않다. 최저임금은 순차적으로 올리고 준수율은 높이는 한편, 현실에 맞게 차등화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