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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홈센터 갈등…中企사업조정 ‘있으나 마나’

상생법 시행령, 대기업 사업前 골목상권 영향분석 의무 부과해야  

기사입력2018-06-12 11:11

‘중소기업 사업조정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상권 진출할 때 사업구상단계에서부터 상권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업조정제도는 대기업의 사업진출로 동일업종 중소기업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경우, 일정기간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사업축소를 권고하는 제도다.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조정심의회를 거쳐 대기업에 사업개시를 3년이내에서 연기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권고처분은 3년이내에서 한차례 연장할 수 있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는 유진기업이 추진중인 공구·철물 판매점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에 대해 ‘개점 3년연기 권고’ 처분을 내렸다. 중기부 권고처분에 불복해 유진기업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4년간 250억원을 투자했으며, 직원까지 채용한 상태라 개점을 연기하면 손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유진기업 손을 들어줬고, 홈센터는 지난 4일 문을 열었다. 다만 이번 가처분결정은 임시조치에 불과하며, 홈센터 명운은 본안인 ‘개점연기 권고처분 취소소송’에서 결론난다. 

 

법원 결정으로 홈센터 금천점 개장…인근 상인은 여전히 개점반대투쟁

 

한국산업용재협회는 홈센터가 들어서면 인근 시흥공구상가 상권이 침해될 것이라며 개점을 반대해왔다. 홈센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DIY(Do It Yourself)용 용품을 판다는게 유진기업의 주장이었지만, 한국산업용재협회는 기존 상인이 팔던 산업용재 품목과 겹친다고 반박했다. 시흥공구상가 상인들의 개점반대 투쟁은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에 따라 홈센터가 개장한 지금도 여전하다. 산업용재협회 송치영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몇년이 걸릴지 모를 본안소송 기간동안 산업용재 소상공인은 다 죽어나갈 것”이라며 “유진과 같은 파렴치한 기업이 유통시장에 발붙이지 못하게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용재협회는 지난7일 에이스 홈센터 금천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장개점을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사업조정제도, 시장의 혼란만 가져오고 제기능 하지 못한다

 

중기부가 3년연기 권고안을 결정하기 전, 유진기업과 산업용재협회는 6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중기부는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 홈센터 개장이 인근 상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3년연기 권고처분을 부과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내린 중기부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히면서, 사업조정제도가 시장에 혼란만 가져오는 등 제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문제되는 부분은 대기업의 사업개시 시점에 임박해서야 비로소 사업조정절차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대기업이 사업을 개시함으로써 해당업종 중소기업 경영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자단체가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법문으로만 보자면, 대기업 사업진출로 피해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중소기업은 ‘언제든’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조정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점에 중소기업이 받는 피해를 산정하기는 어렵다. 피해특정은 고사하고 대기업의 사업진출 자체를 감지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상생협력법이 사업조정 신청권을 중소기업에 보장하고 있음에도, 대기업과 협상을 통해 실효성있는 피해구제 방안을 확보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단 얘기다.  

 

사업조정신청 시점이 늦어지면서 조정할 여지가 줄었다

 

산업용재협회 비대위 김상윤 기획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 통화에서 “유진기업이 공구·철물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실을 산업용재협회가 처음 인지한건 2017년 6월경, 홈센터 사업에 함께하자는 유진기업의 제안서를 받으면서였다”며 “이 시점에 산업용재협회는 홈센터 금천점 개점에 따른 인근 상인들이 받을 피해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홈센터 금천점이 들어선 자리에 터파기공사가 시작된 10월말전까지 산업용재협회는 어디에, 어느정도 규모 매장이 들어설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용재협회의 사업조정 신청은 유진기업의 홈센터 공사개시 이후 약 한달이 지난 11월29일 이뤄졌다. 한달여 기간동안 산업용재협회는 상생법상 사업조정신청을 위해 인근 상인과 회원들이 받을 피해를 조사했다. 산업용재협회가 사업조정신청 요건을 갖추는 이 기간동안에도 홈센터 사업계속에 따른 유진기업의 투자는 계속 추가됐다. 생존권이 걸린 시흥상가 상인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유진기업, 양측 모두 물러서기 어려울 만큼 판이 커진 셈이다. 사업조정을 통해 양자간 합의가 무산되면서 정부가 개점연기 처분을 하든, 허용하든 한쪽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업개시전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도록 해야  

 

사업조정제도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기업이 사업추진시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도록 상생협력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 발표한 ‘시행령 등 하위규정 개정을 통한 경제민주화 실천방안’에서 “사업을 개시할 때 동종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상생협력법 시행령에 명시함으로써,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도록 해 주의를 환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골목상권 영향력 분석을 법제화했다고 가정하면, 유진기업의 홈센터 사업내용은 지금과 달라졌을 수 있다. 유진기업은 홈센터 사업추진 전 골목상권 영향분석을 했을 것이고, 인근 상인들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진기업이 사전영향 분석을 자사에 유리하게 가공해 홈센터사업을 현재와 같은 내용으로 추진했을 수 있다. 이 경우 법원은 홈센터 개점연기에 따른 유진기업의 피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을 침해하지 않을 책임까지 고려해 가처분신청 인용여부를 판단했을 것이다. 중기부와 법원이 엇박자를 타면서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을 애초에 방지하는게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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