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칼질 “중진국으로 돌아간다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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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R&D 예산 칼질 “중진국으로 돌아간다는 결정” 내년도 R&D 예산 올해보다 16.6% 삭감…연구자들 거센 반발

기사입력2023-08-30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내년도 R&D(연구개발) 예산을 올해보다 5조원 이상 삭감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4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부 예산안은 오는 9월1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에대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견지하는 가운데,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를 추진해 재정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예산안 편성시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성과 없이 관행적으로 지원되던 사업, 유사·중복이나 집행부진 사업 등 재정 누수요인을 철저히 차단했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의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2.8% 증가한 656.9조원으로 편성했다. 2.8%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예산칼질에 R&D 예산 역시 25조9152억원으로 올해(31조778억원)보다 16.6%가 줄어들었다.

정부 R&D 예산은 2018년부터 올해 사이 연평균 10.9% 증가해왔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올해보다 16.6% 낮게 책정됐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분야별로 보면 과학기술·통신 분야는 10조223억원에서 9조768억원으로 9455억원이 삭감됐다.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 역시 7조5714억원에서 6조2972억원으로 1조2742억원이 줄어들었다.

교육 분야(2조9879억원→1조2476억원), SOC 분야(1조1030억원→8126억원), 기타 부문(8조2953억원→7조2810억원)의 R&D 예산 역시 큰 폭으로 삭감됐다. 예산이 늘어난 분야는 보건·복지 분야(1조979억원→1조1999억원)가 유일했다.

기재부는 R&D 예산을 중점 정비분야의 첫 머리에 올렸다. 예산 확대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구조조정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두가지 사례로 보조금과 함께 R&D를 거론한 것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 R&D 예산은 2018년 19.7조원에서 2019년(20.5조원) 20조원을 돌파한 뒤, 매년 늘어 2023년에는 31.1조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R&D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10.9%에 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그간 R&D 투자 급증에도 불구, 가시적 성과 도출에는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또, 도전과제 대신 나눠먹기식 소규모 R&D 사업이 난립했다며, “나눠먹기·관행적 지원사업 등 비효율적인 R&D는 구조조정하고, 도전적·성과창출형 R&D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고 했다.

연구자들 “카르텔은 부처이기주의와 전문성 없는 정치권”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대거 반발하고 있다. 예산안 발표 하루 전인 28일 정부출연연구기관, 공익공공연구기관, 정부산하기관 연구자들이 속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변변한 천연자원 하나 없는 우리나라가 우수하고 근면한 인적 자원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올라선 현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이번 국가R&D 예산 삭감은 다시 중진국으로 되돌아가겠다는 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과기연전은 “지난 8월22일 과기정통부는 내년 국가R&D 예산을 올해보다 무려 13.9% 줄어든 21.5조원으로 발표”한데 대해 “과기정통부 장·차관이 얼마 전까지 R&D 예산 삭감이 아닌 재분배라고 강조하던 말이 무색할 만큼 충격적인 예산 삭감안”이라고 비판했다.

또, “6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구비 카르텔’을 언급하면서 R&D예산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 지시하자마자, 바로 그 다음 날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은 주요사업 예산 20% 일괄 삭감안 제출을 요구받았다”며, “많은 연구기관이 정부 관계기관과 협의하며 오랫동안 기획한 신규 연구개발 사업이 좌초”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역시 25일 성명에서, “정부 주장대로 R&D 예산이 새고 있다면 그 근본적 원인은 범부처 차원의 성과관리시스템 부재에 있는 것이지 연구 현장에 그 책임을 물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부출연연은 민간보다 노동조건과 연구환경이 열악해 현장 연구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정부 지침을 통한 통제를 남발하고 실체도 없는 카르텔, 나눠먹기식 운운하며 연구자를 범죄자 취급하며 국가 미래의 동력이 되는 연구개발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공연구노조는 “연구개발을 둘러싼 카르텔이 있다면 그것은 현장 연구자들이 아니라 부처 이기주의와 권력 유지에 급급한 정부 관료, 전문성 없는 정치권과 일부 관변 과학기술자들이라는 것을 명심하라”며, R&D 예산의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