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추진 과정에 계속되는 위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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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성과연봉제 추진 과정에 계속되는 위법성 논란 임금체계 개편은 단체협약 대상인데 이사회 의결로 도입한 공기업

기사입력2016-05-12 00:00

박현진 기자 (kpla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방침을 강력하게 밝힌 가운데 정작 이를 이행해야 하는 공기업 등에서는 이를 둘러싼 노사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위법성 논란이 일고 있는 등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성과연봉제 우수기관 인센티브 및 미이행 기관 불이익 부여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기업의 경우 올 6월, 준정부기관의 경우 연말까지 성과연봉제를 확대도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특히 이날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이행을 완료한 공기업 등 총 53개 기관(대상기관의 44.2%)의 명단과 함께 미이행 기관의 명단도 함께 발표했다. 미이행 기관에 마감시한을 통보하고, 성과연봉제 미도입시 총인건비 동결 등 불이익 처분을 경고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이 불거진 공기업 등은 기재부 분류에 따르자면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이행한 기관이다. 지난 1월 기재부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한 이후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이행을 이미 완료한 총 53개 기관에서 발생한 분쟁이라는 말이다. 기재부의 1차 권고안 이후 4개월이 채 되지 않아 2차 경고안을 발표한 9일을 기준으로, 성과연봉제 이행완료 53개 기관중에서 위법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업장은 10여곳에 이른다.

공기업정책연대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공공성 강화! 노예연봉제·강제퇴출제 저지’ 집회를 열었다.<사진=뉴시스>

노사갈등, 위법성 논란으로 북새통 될 공기업 늘듯

이런 와중에 기재부가 재차 당근과 채찍까지 동원해 더욱 강력한 톤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노사갈등이 심화되고, 위법성 논란으로 북새통이 될 사업장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해, 위법성 논란이 있는 경우=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과 보훈복지의료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고용정보원, 부산항만공사의 경우 노동조합과의 동의 등 집단 동의절차 없이 이사회 일방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성과연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간 단체협약 대상이고, 단체협약이 없는 경우에도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이다. 따라서 성과연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단체협약에 따라 노동조합과 합의해야 한다. 또 단체협약이 없는 경우에는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이므로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 동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는 경우 전체 근로자가 평균적으로 더 많이 받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기존 임금제에서보다 적은 급여를 받게 된다면, 이는 불이익변경으로써 이러한 경우에는 과반수노조, 그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대법원 1993.5.14 선고 93다1893 판결 등 참조).

자산관리공사 역시 성과연봉제 도입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80.4% 반대)됐음에도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사진=한국노총>

◇노사합의 외관은 갖췄지만, 위법성 논란이 있는 경우=인천항만공사의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63% 조합원의 반대로 노조위원장이 합의를 거부하자 노조 사무국장이 노사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협약 체결권은 노조위원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노조 사무국장이 임의로 체결한 노사합의안은 무효다.

수산자원관리공단의 경우도 유사하다. 노조위원장이 노사합의를 거부하자 사용자는 일부 대의원들을 설득(?), 노사합의안에 서명하게 하고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다. 역시 위법이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부결(62.7% 반대)됐음에도 노조위원장이 직권으로 합의안에 서명했다. 협약 체결권은 노조위원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노동관계법으로만 보자면 위법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합원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집행해야 하는 조합 민주주의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논란은 불가피하다.

이외에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기명 투표원칙을 위반해 전산투표를 시행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한 경우도 있다. 연이어 불거지는 위법성 논란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강행하고자하는 기재부의 1차 권고안을 받아들인 해당 공기업 기관장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제 1차 권고안보다 강제력을 동반한 기재부의 2차 경고안이 나왔다. 이번 2차 경고안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전체 노사 모두를 갈등 국면으로 몰아갈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이행 여부 실적을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니, 해당 기관장으로선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둘러싼 노정간 갈등의 전선은 상당기간 확대되고 보다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연봉제 미이행기관 불이익 vs 노동계 총파업 예고

공기업은 올 6월말까지, 준정부기관의 경우 12월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시행하지 않으면 내년도 총인건비가 동결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총인건비 동결이란 사실상 해당 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임금삭감과 같은 말이다. 반면 성과연봉제 도입시기 및 내용, 기관의 노력도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정부는 10~20개 우수기관을 선정해 공기업의 경우 기본월봉의 15~30%, 준정부기관은 기본월봉의 10~20%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성과연봉제 도입방안이 관계부처 및 해당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에 통보됨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정부와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성과연봉제 이행방법을 포함 이행여부, 특히 데드라인까지 정해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혀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 기관장들의 재량의 폭을 제한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 및 방식은 법정 근로조건으로서 노동관련법에 따라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전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과연봉제 도입 방안은 노사간 자율적 합의가 아닌 상명하복 ‘명령’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 추진 방침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금융산업노조,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공공노련),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5개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는 11일부터 국회천막농성에 돌입하고, 9월 조합원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