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에 퇴직금 포함한다고 합의했는데…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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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연봉에 퇴직금 포함한다고 합의했는데…무효 근로기준법 위반…연장근로와 야간근로 중복시 100% 가산지급

기사입력2016-05-25 13:00

“우리 회사는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돼 있으니 퇴직금을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미리 받아놨는데, 그래도 문제가 되나요?” 정답부터 말하면, 문제가 된다.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합의서와 각서는 노사합의가 있더라도 원천적으로 무효다.

24일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인사노무제도 설명회에서 노무법인 ‘원’ 심현우 공인노무사가 발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24일 서울 구로 벤처기업협회 크리에이티브룸.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인사노무제도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약 100명의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자리했다.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 서서 듣는 참가자들도 있을 만큼 실무진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발표를 맡은 노무법인 ‘원’ 심현우 공인노무사의 조언을 토대로 근로계약서 작성부터 야근수당, 퇴직금 등 인사노무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점을 정리했다.

Q. “우리 회사는 퇴직금 미지급 합의서를 받아놨습니다. 그런데도 퇴직금을 줘야 하나요?”

A.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합의서와 각서는 원천적으로 무효다. 퇴직금의 경우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퇴직금 부담을 덜기 위해 연봉에 퇴직금을 나눠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미리 받아두기도 하지만 이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

회사 측이 지급한 금액이 퇴직금 중간정산 요건에 해당한다면 퇴직금으로 인정받을 여지도 있다.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금 또는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근로자와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질병 또는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을 하는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역산해 5년 이내에 근로자가 파산선고나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임금피크제를 실시해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다.

4대 보험 미가입, 육아휴직 미부여 합의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법적인 의무사항으로 노사간 합의가 있었더라도 근로자가 추후 문제제기를 하면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Q.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해야 할 직원이 밤 12시까지 초과근무를 했습니다. 이런 경우 야근수당과 연장근로 수당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요?

A. 한국의 법정근로시간은 1일 8시간, 1주 40시간으로 이를 초과하면 연장근로에 해당한다. 근로자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1주일에 최대 12시간까지 초과근로를 할 수 있다.

9시에 출근해 6시에 퇴근하는 직원은 전형적인 주 5일제(40시간) 근무자에 해당한다. 6시를 넘기면 연장근로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이 시급으로 1만원이라면, 1시간 연장근무에 1만5000원 이상의 수당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야간근로는 밤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근로다. 근로의 전부는 물론, 일부라도 이 시간대에 이뤄지면 야간근로에 해당한다. 야간근로도 연장근로와 마찬가지로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줘야 한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질문자의 사례는 소정 근로시간이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인 근로자가 밤 12시까지 6시간을 연장근로한 경우다. 이때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는 연장근로에 해당하므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줘야 한다. 밤 10시부터 12시까지의 근무는 연장근로에 야간근로까지 중복되므로 100%를 가산 지급해야 한다.

통상임금이 시급 기준 1만원인 근로자라면, 6시부터 10시까지의 연장근로 수당은 1만5000원×4시간=6만원, 10시부터 12시까지 연장·야간 수당은 2만원×2시간=4만원으로 총 10만원이 된다.

근로시간의 범위도 관건이다. 심현우 노무사는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라며 “근로자가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시간은 모두 근로시간이다. 업무를 위한 대기시간도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Q. “우리 업종은 근로계약서 같은 것 안 씁니다”

A. 근로계약서는 업종에 관계없이 1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심현우 노무사에 따르면 실제 부과되는 벌금은 20~30만원 수준이나, 적은 금액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근로계약서를 통해 근로시간과 범위, 임금 등을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 근로시간, 주휴일, 연차휴가에 대한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는 서면 작성 후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근로조건이나 급여에 변동이 생길 때는 근로계약서를 그때마다 갱신해야 한다.

심 노무사는 “우리 직원들은 그럴 일이 없다고 말하는 사업주들이 많은데 결코 방심해선 안 된다. 근로계약서에 대한 이의제기는 99%가 퇴사 시점에서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