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너지로 혼수예단시장 옛 명성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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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청년에너지로 혼수예단시장 옛 명성 살린다 예비부부에겐 결혼의 꿈…노부부에겐 신혼시절을 되돌아보는 시장

기사입력2016-07-2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동인천중앙시장 동구밭청년길 현판모습 ©중기이코노미

동인천 중앙시장은 90년대까지만해도 혼수예단시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2007년 동인천 주변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된 이후 주변 인구가 떠나면서 재개발사업을 기다리는 침체된 시장이 됐다. 또 결혼 혼수문화가 변하고 대형백화점과 마트에 밀려 문을 닫는 상점들이 늘어갔다. 최근 이지역 재개발 사업이 취소되면서 동인천 중앙시장의 옛 명성을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점포에 청년상인이 들어오도록 한 동구밭청년길이 조성된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위탁을 받아 청년상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단 박진성 단장은 “이곳은 일반시장과 달리 혼수라는 목적을 가지고 오는 곳이어서 고객층이 제한적이고 유동인구도 적은 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상인을 통해 새로운 분야의 점포들이 입점하면 새로운 니즈를 가진 고객이 유입돼 시장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0명의 청년상인들이 이곳에 입주했다.

박 단장은 “이곳의 재개발을 기다리던 일부 상인들은 청년상인들이 들어와 재개발이 취소된 것이 아니냐며 오해를 하기도 한다”며 “동인천 중앙시장에 색다른 문화를 불어넣어 혼수문화 전문시장으로서 다시 붐을 일이키는 것이 청년상인들의 숙제”라고 했다.

동구밭청년길 청년상점 위치도 <사진=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단>

동구밭청년길은 동인천 중앙시장내 빈점포에 10명의 청년상인들이 창업한 길을 말한다. 미싱·패브릭공방 ‘가문비나무’, 커피가 있는 사진관 ‘아는사람’, 건축·3D프린팅스타트업 ‘아키팩토리’, 스피치 교육센터이자 떡카페인 ‘칸스터디센터’, 컵밥과 와플카페 ‘동인천아지트’, 한지공예공방 ‘지사랑’, 작품전시·판매 등을 지원하는 ‘갤러리 요’, 빙수와 군고구마 디저트카페 ‘카페빙고’, 카페와 가죽공방 ‘라온제나’, 퓨전떡볶이 ‘음주는 19금 에불바뤼 떡볶이’ 등은 청년상인들이 동인천중앙시장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거점이다.

동구밭청년길이 시작되는 지점을 지키고 있는 ‘음주는 19금 에불바뤼 떡볶이’의 신기항 대표는 동구밭청년길 청년상인회장이자 사회적기업 ‘착한숨’의 대표이기도 하다. 이곳 청년상인들과 다음주부터 여름휴가 맞이 행사인 ‘여름시장학교’ 준비에 바쁜 신 대표는 “이곳에서 오랫동안 영업해오신 상인들에게는 저희가 아직도 낮설고 청년상인의 역할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계신다”며, “10명의 상인들이 의기투합해 ‘동구밭청년길 청춘페스티벌’, ‘불금데이 버스킹 공연’, ‘주말시장학교’, ‘여름시장학교’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 시장을 알리는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여름시장학교는 재능있는 청년들이 인천중앙시장 골목의 체험과 배움의 놀이터로 만들어 지역주민들과 소통과 공감의 자리다. 각 점포의 특징에 맞는 캘리그라피 액자만들기, 집모형만들기, 가죽팔찌만들기, 싸개브로치 만들기, 먹거리장터 등 주민들이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행사들을 마련했다.

동구밭청년길 청년상인들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지역주민에게 문화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시장에는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청년상인창업지원사업단>

에불바뤼 떡볶이의 공동대표인 김해성 쉐프는 “이곳 청년상인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며 장사하느라 바빠 자주 모임을 갖지 못하지만 단톡방(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매일 실시간으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고 함께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그는 청년상인들 10명의 오늘 하루 스케줄을 줄줄이 읊었다. 그는 “처음에 이곳에 들어올때는 나 혼자 어떻게 사업을 해나갈 것인가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다같이 어떤 방법으로 이곳을 발전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다”며 이 시장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퓨전떡볶이 ‘음주는19금에불바뤼떡볶이’ 신기항·김해성 대표 ©중기이코노미

동구밭청년길은 10명의 청년상인들이 한곳에 모여있지 않고 기존 상점의 중간 중간 섞여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상인들과 더 쉽게 오가며 친분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항 대표의 설명이다. 떡볶이집 옆 한복상점 상인은 “여기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적막했는데 젊은 사람들이 와 덩달아 흥이난다”고 말한다. 동인천중앙시장 상인회 김연태 회장은 “젊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는 모습이 보기도 좋고 상인들에게도 활력을 준다”며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라 유입인구가 급격히 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소에는 한산했던 시간대에도 청년상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습이 보인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신기항 대표는 “이곳 동인천 중앙시장은 40년 넘게 상인분들이 확실히 자리잡아 놓은 혼수전문시장이라는 브랜드 자산이 있다”며 “지금은 침체됐지만 이제 청년상인들이 이 브랜드 자산을 되살리고 더 많이 알리는 작업을 하는 것이 상인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신 대표는 앞으로 이곳 청년상인들과 협동조합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각각의 청년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재능을 결혼문화와 연결해 이곳 시장과 ‘작은 결혼식’이라는 콘텐츠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다. 그는 이곳은 혼수전문시장이라는 특성상 연인, 예비부부, 부모세대들이 주요 고객들이라며 이 시장거리를 걸으며 연인과 예비부부는 결혼에 대한 꿈을 꾸고, 자녀의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 부모세대 부부들은 신혼시절을 뒤돌아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