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요청권 거부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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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요청권 거부하면 ‘끝’ 가맹본부 협의 거부해도 제재수단 없는 가맹사업법 ‘있으나 마나’

기사입력2016-09-13 12: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13년 5월30일 박재구 BGF리테일 사장이 편의점주 자살사건 관련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했다.<사진=뉴시스>

편의점을 운영하던 점주들이 지난 2013년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판매부진으로 사업을 접고 싶어도 위약금이 커 그에 따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극단적 선택이었다는 보도였다. 같은 해 8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을 개정,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권과 거래조건 협의요청권을 도입한 배경이 된다. 그러나 2015년에도 한 편의점주가 가맹계약에 대한 부당성을 언급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위약금뿐만 아니라 광고·판촉비, 본부가 공급하는 물품의 과도한 가격, 영업지역 등 가맹점 계약과 관련한 문제였다. 가맹점들이 협의를 요청해도 가맹본부가 이를 쉽게 거부할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가맹사업법 제14조2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변경 협의 등’에 따르면 ▲가맹사업자는 권익보호 및 경제적 지위향상 도모를 위해 단체(이하 가맹사업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으며 ▲가맹점사업자단체는 가맹본부에 대해 가맹계약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다수의 가맹점사업자로 구성된 가맹점사업자단체와 우선적으로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또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으며,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가맹사업법 제14조2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강지원 조사관은 지난 12일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에서 “가입자 수가 더 많은 단체와 우선적으로 협상하도록 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부담은 줄이고, 가맹사업자들에게는 협의를 위한 우선 기준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지위 불안정한 가맹사업자단체…강제성없는 가맹사업법

가맹점사업자단체의 협의권이 법상 명문화됐음에도 가맹본부의 협의 참여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먼저 가맹본부와의 협의권이 보장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가맹사업자단체의 법적 지위가 불안정하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가맹사업법·공정거래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길 가맹거래사무소의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를 요청해도 가맹본부가 정체성을 부정하며 요청을 거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구성원 수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제도적 방안이 없어 가맹본부가 협의요청을 거절해도 항변하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지방자치단체에 가맹점사업자단체의 설립과 관련해 신고 또는 등록을 받는 절차도 없다. 현재 세법상의 고유번호를 인증수단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효과가 없다.

가맹사업자단체 확인을 위해 세법상 고유번호를 인증수단으로 대체하고 있는 실태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강지원 조사관은 “전국적으로 많은 가맹본부들이 있고, 그 아래 가맹사업자단체들은 더욱 많은데 이들 단체들의 경우 일정한 신고·등록절차가 없어 대표성을 인정받기는 힘들다”며 “세법상 고유번호는 가맹사업법과는 관련이 없어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실체가 있는 단체라는 것 정도만 증명하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 조사관은 “현재 담당부서인 공정위 가맹거래과만으로는 수많은 단체들을 관리한다는 것이 무리다. 지역 가맹점은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등의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단체를 인정해도 ‘성실하게 협의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 자체도 애매모호하고, 성실 협의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규정도 없다. 과징금 부과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에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가맹본부로서는 협의 자체를 지연하거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제시한 거래조건을 거절하면 끝이다.

이와 관련 강 조사관은 “‘성실하게’는 세부 거래조건이 아닌 협의과정에만 적용된다”며 “가맹본부가 협의요청을 받고서 협의에 임하기까지의 시점, 협의 결렬시 2차·3차 협의기한에 대한 제한이 없는 점은 현행 가맹사업법의 한계”라고 밝혔다.

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요청 이후 대응

손해배상은 위약금 손해배상, 형사고소는 명예훼손 또는 업무방해죄에 해당<자료=길 가맹거래사무소>

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요청권만으로 해결된 사례 없어

정종열 거래사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의 미비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자료에 기재된 11개 사례를 보면, 가맹점사업자단체 거래조건 협의요청을 가맹본부들은 모두 거부했다. 가맹본부들이 거부하자 11개 사례 모두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하거나 공정위에 신고를 했고, 4개 사례는 집회시위로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4개 사례는 미해결됐으며, 합의가 성립된 6개 사례는 전부 정치권이 개입해 해결했다.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협의요청권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가맹본부들은 협의요청 이후 계약해지, 손해배상 청구,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형사고소,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소송 등을 제기했다. 가맹본부의 이같은 대응은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가맹사업주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한 법을 위반한 것이다. 또 가맹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갑질행위와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지난 7월 가맹점사업자단체에 대해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가맹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점사업자단체 협의요청권이 명시된 가맹사업법 제14조2의 제목을 ‘가맹점사업자단체의 거래조건 변경 협의 등’에서 ‘가맹점사업자 단체의 구성 등’으로 개정하고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를 공정위에서 받도록 했다. 공정위는 신고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7일이내 신고증을 교부하도록 했다. 개정안에 대해 강 조사관은 “적어도 가맹사업자단체의 등록 여부 때문에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맹본부는 협의요청시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했지만, 가맹본부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강 조사관은 “‘정당한 사유’라고 명시함으로써 가맹본부가 협의요청을 거부해야 할 만한 상황을 입증하도록 해 가맹본부가 더 적극적으로 협의에 나서도록 한 것”이라며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추후 공정위가 명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조사관은 “가맹사업법 개정이 법적의무를 준수하도록 한 것임에도 개정안에 협의요청 거부시 제재 부분이 빠진 것은 실효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정종열 거래사는 “가맹점사업자단체에 협의요청권이 있음에도 가맹점사업자들은 길거리에서 집회·시위를 하고 정치권에 하소연해 어렵게 피해를 구제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맹본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래조건 협의요청이나 거래조건을 거부할 시 가맹점사업자단체에 가맹계약상 권리의무를 일시 중지할 수 있는 권리 등 가맹본부 또한 협의지연으로 인한 압박을 받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