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밸’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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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일과 가정의 양립 ‘워라밸’ 들어보셨나요 장시간 노동시간 바꾸려는 정부부처의 움직임 기대

기사입력2016-10-18 15:38

하반기 공채가 한창인 요즘 취업준비생을 중심으로 ‘워라밸’이 화두다.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일과 가정의 양립, 일과 삶의 균형)’의 줄임말이다. ‘저녁 있는 삶’을 원하는 최근의 사회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대기업에 다니던 A씨의 경우 연봉을 조금 낮춘 대신 가족과의 저녁식사가 가능한 직장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평판도 좋고 회사도 만류했지만, A씨는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위해 다니던 대기업 직장생활을 포기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일·가정양립 캠페인’을 벌이고, 이를 공공기관에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도 ‘일·가정 양립 고충심의위원회’를 세워 가족 친화적인 업무문화 조성에 나섰다. 대기업도 빠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매월 21일 급여 지급일을 ‘패밀리데이’로 정해 야근·회식없이 임직원이 정시에 퇴근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LG전자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팀장 없는 날, 회의 없는 날, 플렉시블(flexible) 출퇴근제, 안식 휴가제 등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보여주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발표한 국내 100대기업, 직장인 4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문화 보고서를 보면 주 5일 기준으로 평균 야근일수는 2.3일이고, 3일이상 야근한다는 사람 수도 43.1%나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의 86.1%는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권고퇴직을 받은 엄마들의 이야기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움직임은 반갑다. 아직도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내눈치법’으로 부르는 회사분위기를 바꾸고, 오래된 관행을 벗어던지는데 정부부처가 솔선수범 나선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 정부 역시 최근 10여년간 말로는 글로벌을 외치면서 정작 장시간 노동시간은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32개 국가 평균인 1770시간보다 354시간이나 길다. 작은 움직임이 나비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