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기술보호 소홀하면 “영업비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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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회사가 기술보호 소홀하면 “영업비밀 아니다” 직원 ‘회사 기밀유지’ 각서 쓰고 기술 유출해도 인정 못 받아

기사입력2016-11-07 12:5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법원은 영업비밀로 분류하지 않거나 보호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경우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출처=이미지투데이>

기업이 별도의 특허나 실용실안 등을 등록하지 않고 영업비밀을 보호하려면 영업비밀보호법에 의한 비공지성·독립된 경제적 가치·비밀관리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영업비밀은 비밀로 유지되는 상태 그 자체가 보호대상이기 때문에 비밀유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가는 향후 영업비밀침해 분쟁 등에서 중요한 입증자료가 된다.

◇비공지성=영업비밀은 불특정 다수인이 그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지 않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그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다만 보유자가 비밀로서 관리하고 있더라도 해당 정보의 내용이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을 때는 영업비밀이라고 할 수 없다.

◇독립된 경제적 가치=영업비밀은 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단 과거에 실패한 연구데이터라 할지라도, 장기간 해당기술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그 결과 해당기술을 경쟁사가 실현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영업비밀로 인정한다.

◇비밀관리성=합리적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정보의 요건을 충족하려면, 우선 비밀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해야 한다. 또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영업비밀 유지하기 위한 조치…분쟁 일어나면 입증자료

영업비밀보호법에서는 합리적 기술보호 노력을 충분히 입증해야 영업비밀 침해를 당했을 때 구제받을 수가 있다. 따라서 비밀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 인적관리, 물리적 조치를 미리 해둬야 한다. 제도적 장치는 영업비밀을 구분해 표시하고 취급과 귀속 등에 대한 관리책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직의 내·외부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비밀 보호규정, 단체협약, 취업규칙, 보안교육 등 인적관리도 중요하다. 직원 입사 시 영업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해두면 해당 직원에게 비밀유지 의무가 생기므로 기업이 비밀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물리적 조치로는 통제구역을 설정하거나 출입제한을 정하고 컴퓨터·통신보안·서류 등 기록매체를 관리하는 것 등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합리적 기술보호 노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분쟁 발생시 법원은 기업의 규모·자금력 등에 비춰 해당 기업이 기울인 제도적·인적·물리적 보안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에 맞는 합리적인 기술보호를 기울인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상대적으로 판단한다.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 입증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다만, 재산상 이득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000만원을 초과하면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최근 법원은 영업비밀로 분류하지 않거나 보호하려는 노력이 부족할 경우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직원이 ‘회사기밀을 유지하겠다’는 각서를 쓰고도 이를 유출했을 때, 해당 기업의 영업비밀이 저장된 컴퓨터에 비밀번호도 설정하지 않고 별도의 잠금장치도 없어 누구든지 컴퓨터를 켜고 자료에 접근할 수 있었으며, 백업된 CD가 담긴 서랍을 잠그지 않고 항상 열어뒀기 때문에 유출된 자료를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산업기술보호법…국가가 지정해 산업기술 보호

이처럼 영업비밀보호법은 기업이 비밀유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증을 하기가 어렵고, 처벌대상이 민간 기업비밀의 누설로 한정돼 있다. 또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증가하고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법률에 산재해 있는 관련규정으로 산업기술 유출을 방지

하고 근절하는데 효과가 크지 않다. 이에따라 정부는 2006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민간기업의 기술 뿐만 아니라 국공립·민간연구소, 공공기관의 산업기술까지 보호대상을 넓혔다.

산업기술보호법이 보호하는 산업기술은 고시·공고를 통해 열거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을 전기전자·자동차·철강·조선·원자력·정보통신·우주·생명공학 등 8개 분야에서 47개 기술로 지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40나노급 이하 D램에 해당되는 설계·공정·소자기술 및 3차원 적층형성 기술 ▲모바일 Application Processor SoC 설계·공정기술 ▲자동차 엔진·자동변속기 설계 및 제조기술 ▲조선·발전소용 100톤이상급(단품기준) 대형 주·단강제품 제조기술 ▲지능적 개인맞춤 학습관리 및 운영기술 ▲원자현미경 제조기술 등이 있다. 국가핵심기술 외에도 기술상의 정보 중 행정기관의 장이 지정·고시·공고·인증하는 기술도 산업기술보호법으로 보호한다.

‘기술보호 수칙’을 경영에 적용해야 유출방지 기대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법률과 함께 기업 스스로 지켜야 할 기술보호 수칙도 알고 기업 경영에 적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김민승 변호사는 “기업의 ‘영업비밀’은 특허와 함께 그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지만, 침해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를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비밀보호법에 따른 보호요건을 갖추기 사실상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업 스스로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이와함께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제도적·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