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전·월세 동결조치 적극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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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상가·주택 전·월세 동결조치 적극 검토를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통상의 정책’ 아닌 ‘특단의 대책’ 필요

기사입력2016-12-19 21: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국내 월세가구 수가 전세가구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월세(보증금 있는 월세 포함)가구 수는 436만8000가구로, 직전 조사 때인 2010년(349만 가구)보다 87만8000가구 늘었다. 반면 전세가구 수는 2010년 376만6000가구에서 지난해 296만1000가구로 5년 사이 80만5000가구가 줄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월세가구 비중도 지난해 22.9%로 2010년(20.1%)보다 2.8%p 증가했다. 통계청이 전·월세를 구분해 조사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으로 월세가구 비중이 전세가구 비중을 추월했다. 서민 또는 중산층의 주거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월세가구 증가와 전세가구 감소는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하에서 전세금을 받아 은행에 예금하기보다 월세를 받는 것을 선호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 최근 전세난으로 전셋값이 크게 뛰자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돌리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주거시장이 월세가구 중심으로 재편됨으로써 서민 또는 중산층의 소비지출구조에서 가처분소득이 감소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실제 주거비(월세 기준)는 월평균 7만4227원으로 1년 사이 20.8% 증가했다. 이같은 수치는 2003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가율도 역대 최고치다. 통계상 월세금액이 지나치게 낮은 이유는 전국 8700개 표본가구 가운데 자가보유 가구나 전세가구의 주거비를 0원으로 조사하는 평균의 함정 때문이다. 주거비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줄어든 가처분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무주택 서민은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의 ‘은행 전세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은행권의 전세대출 잔액은 44조8000억원이다. 전년대비 18.8%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11.1%)보다 훨씬 높다. 이미 임계치를 넘은 가계부채 1300조원의 뇌관을 건들이지 않기 위해서는 서민 또는 중산층에 대한 주거시장 안정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2000년대 이미 100%를 넘어섰다. 그러나 본인 소유 주택에 사는 비율은 2014년 현재 53.6%로 지난 1995년 53.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지역의 자가점유율은 더욱 낮다. 수도권의 자가점유율은 2008년에 50.7%였지만, 2014년에는 45.9%까지 떨어졌다.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전·월세난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투기수요로 임대시장 자체가 왜곡됐기 때문이다.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투기에 따른 ‘이익’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상의 방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172만1000명이다. 그러나 2013년 국세청에 주택임대소득을 신고한 납세자수는 10만3000명에 불과하다. 11개월 정도의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160만명 정도의 다주택자가 임대소득을 내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2000만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은 지난 3년간 유예된데 이어 또 다시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 막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정책위의장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내년에 한해 한시적으로 상가·주택에 대한 전·월세 동결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동결조치의 배경에 대해 윤 정책위의장은 “가계부채가 이미 1300조원을 넘었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실물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내수위축을 막고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전·월세 동결조치 검토에 대해 경제지를 중심으로 일부 언론은 정책발표 시점과 실효성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전월세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현재 시점에 동결조치는 실기라는 것이다. 지난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 전·월세 폭등시점에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을 인용할 경우 즉, 전·월세가 꼭지에 오른 시점에는 동결조치의 효과가 더 반감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또 실효성 문제제기 역시 억지주장이다. 이들은 전월세가 동결되면 집주인들은 계약만료된 세입자를 내쫓고 높은 가격으로 새 계약자를 찾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최소 2년의 보호기간, 상가임대차법에 따르면 최소 5년의 보호기간이 설정돼 있다는 점을 외면한 주장이다. 물론 임대차 보호기간이 1년 미만의 기간을 남겨둔 세입자의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그것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조정하면 될 문제다.

물론 1년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전·월세 동결조치만으로 왜곡된 임대시장을 바로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임대소득 과세방안을 포함, 수년 이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서민주거보호대책방안도 함께 보완해야 한다. 민주당이 어떠한 방식으로 추진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전·월세 동결조치는 윤 정책위의장은 말 그대로 ‘획기적인 방안’인 것만은 분명하다.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통상의 정책’이 아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