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조업 혁신 ‘답’ 한국정부는 찾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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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독일 제조업 혁신 ‘답’ 한국정부는 찾을 것인가 인터스트리 4.0 순항…1차 좌절 후 기업·이해관계자 참여 정책결정

기사입력2017-02-08 07:3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정보를 주고받을 플랫폼이 구축돼야하고, 기업 간 그리고 생산단계 및 공정 간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통제될 수 있는 기술 표준화가 필요하다. 제조업 전반에서 정보교류가 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반쪽짜리 혁신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김희선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독일의 경우 지난 2012년 프로젝트 시행초기에 기대와는 달리 인더스트리 4.0의 표준화 합의가 지연됐다. 중소기업의 인식이 부족했고, 디지털 기술 활용도도 낮아 비판적인 평가가 확산되며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인더스트리 4.0을 적용하고 실행해야 할 당사자 즉 중소제조기업에 인더스트리 4.0의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후 독일정부는 2015년 4월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발표했다. 정부가 주도하지만, 참여기업과 민간의 자발적 협조를 바탕으로 한 민관협력체계를 구축해 제조업 혁신을 다시 추진한 것이다.

독일은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후, 각계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실패를 분석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자료=중소기업연구원>

인터스트리 4.0 순항 이유…중소기업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

경제에너지부와 교육연구부 등 정부 주도하에 민간산업협회·노조대표·학계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인더스트리 4.0의 표준이나 규범 등을 만들어 갔다. 또 산업계 시각에서 연구·혁신의 필요성을 검토함으로써 제품 상용화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중소기업을 디지털화 및 네트워크화된 산업시스템에 편입하고, 대기업에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치사슬을 디지털화한다는 전략도 추진했다. 아울러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도입할 경우 투자 대비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실무에서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도록 독려했다.

또 독일정부는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사업내용을 전파하고, 이를 실행하고 지원할 수 있는 7개의 ‘중소기업 4.0 역량센터’와 4개의 ‘중소기업 4.0 에이전시’를 2015년 6월 설립했다. 에이전시는 중소기업의 디지털화와 비즈니스에 대한 이슈를 검토해 협회·의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역량센터는 정보·지식, 인식, 인증, 아이디어, 테스트 시설·장비 등을 제공한다.

인더스트리 4.0 가이드라인

<자료=중소기업연구원>

현재 운영 중인 4개의 에이전시는 클라우드·상업·생산공정·통신 등 네 분야로 나눠져 있다. 6개 지역단위에 설립된 역량센터에서는 실험실을 운영하고 워크숍 등을 열어 새로운 생산방식을 시연함으로써 제조업 공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또 프로토타입 제작을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중소기업이 자체 시행 중인 프로젝트도 지원한다. 이외 업계 또는 제품의 트렌드를 분석·제공하고, 지속가능한 학습 커뮤니티 조직과 네트워크를 위해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수공업자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 위한 ‘디지털수공업 역량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1차 좌절에도 불구하고 독일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이 순항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중소기업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다. 2012년 제1차 인더스트리 4.0이 실패한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독일정부는 중소기업의 인식과 참여율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인더스트리 4.0 추진 주도체를 민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했고, 인더스트리 4.0 전략의 수립 및 집행 그리고 사후관리 전 과정에 걸쳐 민관 모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또 역량센터와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인더스트리 4.0 도입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프로젝트 사례를 모은 온라인 맵 운영 등을 통해 정책을 홍보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참여기업의 인식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인더스트리 4.0을 제조업 현장에 쉽게 적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와함께 독일정부는 어떤 기술에 인더스트리 4.0을 도입하고, 어떻게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툴박스를 개발·보급해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장성을 갖춘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독일의 ‘중소기업 4.0 역량센터’와 ‘중소기업 4.0 에이전시’

<자료=중소기업연구원>

독일정부가 찾은 ‘답’…한국정부는 찾을 것인가?

제조업 혁신과 관련, 한국은 독일의 제조업이 질주하는 것을 지켜만 보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 또한 ‘스마트공장’과 ‘제조업 혁신’ 그리고 ‘인공지능’, ‘IoT’,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키워드 모두를 말하고, 정부부처 또한 앞다퉈 육성방안도 발표했다. 말은 성찬이나, 정부가 말하는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이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정할 순 없지만 독일의 경험에 비춰보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의식 즉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에 대한 인식 부족이란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300개 제조 중소기업 CEO를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2.3%는 ‘전혀 모른다’, 36.3%는 ‘들어만 봤다’고 했다. ‘내용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11.4%에 불과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혁신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독일정부는 찾았고, 그것을 중소기업에 제공했다. 그 단초는 기업을 포함,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고, 기업 및 산업적 시각에서 제조업 혁신을 바라다 본 것이다. 이를 통해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독일정부가 찾은 답을 한국정부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