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프라 개방해 아이디어를 공유·실현하라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기업 인프라 개방해 아이디어를 공유·실현하라 아이디어·인프라·기술 혁명이 ‘제조업 혁신’ 新패러다임

기사입력2017-01-17 19:1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제너럴 일렉트로닉(GE)사는 가전, 제트엔진, 풍력터빈, 석유시추장비 등 제조업 중심으로 100년 넘게 기업을 꾸려왔다. 그런데 지난 2015년 9월 GE의 CEO 제프 이멜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마인즈+머신 콘퍼런스(Minds+Machine conference)’에서 “GE는 전세계 10위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란 사업비전을 내놨다. 제조업 기반의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강조한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구글은 세계를 리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그런 구글이 최근 웨이모(Waymo)라는 자회사를 통해 자율주행차 부품을 모두 자체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GE와 반대로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이 제조업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양사의 이같은 ‘외도’ 움직임을 사업확장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드물다. 두 기업의 행보는 ‘4차 산업혁명’의 징표 중 하나인 ‘제조업의 서비스화’라는 개념을 현실에 구현한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드웨어 기반의 GE가 소프트웨어를 강조하고, 소프트웨어 기반의 구글이 하드웨어로의 진출을 선언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기 제조업의 방향을 보여준다.<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자동화 넘어 ‘스마트’한 제품 생산…4차 산업혁명=4차 산업혁명에 앞선 1·2·3차 산업혁명은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을 통한 ‘제조업의 기계화’가 특징이다. 수력 및 증기력을 이용함으로써 기계식 생산설비를 활용하는 분야가 넓어졌고, 생산방식 또한 수작업에서 점차 기계화로 전환했다.

1차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의 시간이 지나, 지난 20세기초 2차 산업혁명(제조업 혁명)이 일어난다. ‘제조업 혁명’은 전기의 발명과 함께 노동분업이 이뤄짐에 따라 ‘대량생산·소비의 시대’를 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활용한 조립라인으로 대량생산체제를 갖췄던 ‘포드’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대량생산에 따라 제품가격이 하락하면서 ‘마이카’ 대량소비시대도 불러왔다.

1차에서 2차 산업혁명까지 200년이 걸렸지만, 3차 산업혁명까지는 7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 이 시기를 시작으로 제조업의 공정은 인간의 손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화 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혁명’ 또는 ‘IT 혁명’이라 불리는 이 시기는 전자공학 및 정보기술을 이용한 복합공정의 자동화가 제조업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지금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를 넘어 ‘스마트’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주요국의 중소제조기업 혁신 정책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한 중소기업연구원의 김희선 연구위원에 따르면, 스마트한 생산은 생산비용·시간의 효율성을 넘어 데이터분석을 통한 대량 맞춤형 생산과 서비스 제공에까지 이어진다. 제조업의 디지털화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산업간 융합이 일어난다. 제품생산·공급 이후 서비스까지 제공함으로써 가치사슬이 통합되고, 이를 위한 기술적 혁명까지 일어난다.

김희선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시기에 제조업 혁신을 위한 패러다임의 특징을 ▲제조업의 서비스화(Servitization) ▲제조업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 ▲제조업의 스마트화(Smartization)로 꼽았다.

제조업의 서비스화는 제품만을 제공하던 시스템을 넘어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해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제조업의 서비스화(아이디어 혁명)=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라면, 앱을 구입하기 위해 ‘Play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이때 내게 필요한 앱을 구입하면서 추천 앱을 함께 구입한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픽셀폰)과 함께 앱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하는 것이다. ‘유튜브’, ‘Play뮤직’, ‘Play무비’, ‘Play북’ 등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서비스에 이 플랫폼이 활용된다. 애플 또한 iOS 플랫폼을 기반으로 아이폰이라는 제품을 제공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판매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및 항공·선박·발전설비용 내연기관을 제작하는 롤스로이스는 관련 부품 판매뿐만 아니라 엔진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점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제품에 문제가 있으니 와서 봐달라’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다. ICT를 활용해 제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마다 알아서 점검서비스를 제공하는 능동적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GE의 소프트웨어는 ‘프레딕스(Predix)’라는 플랫폼으로 구현된다. 프레딕스는 원격으로 공장설비를 감독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해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술이 제품을 생산하는데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까지 확장된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위해서 전화기는 통화만 잘 되면 되고, 자동차는 잘 달리면 된다는 제품의 단편적 가치에서 벗어나 ‘제품을 통해 어디까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 있나’라는 가치창출 아이디어가 뒤따라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연구위원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한쪽에만 집중하던 기업들이 생존전략으로 양쪽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며 “완성차를 만드는데만 집중했던 자동차 제조업에 소프트웨어가 진출하면서, 기존 제조업 플레이어들을 위협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ICT혁명이 일어나니 IT서비스까지 진화하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미래형 제조업에서는 서비스업과의 융합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CT 플랫폼을 개방하고 오픈 시스템을 활용한 사업이 늘고 있다.<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제조업의 디지털화(인프라 혁명)=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은 다른 말로 제조업의 디지털화 바꿔말해 ‘인프라’ 구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제조업 설비와 장비 네트워크가 클라우드에서 결합돼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해 접속 가능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롤스로이스나 GE의 서비스가 제품의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 없다면, 사람이 일일이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프라의 가치는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개방함으로써 더 높아진다. 포드의 경우 2000여명의 회원들이 자유롭게 3D프린터 제작설비를 공유할 수 있는 ‘TechShop’을 구축했다. 이들 2000여명의 아이디어가 TechShop을 통해 시제품으로 구현됨으로써 포드의 특허출원 건수는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기업활동의 일부를 소비자 또는 대중에게 개방하고, 그 수익을 참여자와 공유하는 ‘클라우드 소싱’으로 전기자동차를 제작했다. GM은 6년 동안 65억달러를 투자해 개발한 전기자동차를 자동차 동호회원들이 모여 불과 18개월만에 300만달러 비용만으로 만들었다.

기업의 인프라를 개방함으로써 아이디어의 현실화 속도는 빨라졌고, 비용 또한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생산장비와 설비가 스마트공장과 연결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빠르게 구체화되고, 공유를 통해 피드백을 받아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향상시키는 프로세스가 일반화될 것이다.

정민 연구위원은 “공유경제나 온디맨드(On-Demand)와 같은 ICT 플랫폼을 개방하고 오픈 시스템을 활용한 사업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도 오픈 시스템 추세를 따르고 있다”며 “3D프린터의 경우 디자인을 세계로 연결된 플랫폼에 올려놓고,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기업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 중 하나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술적 진보는 ICT를 활용한 공정혁신과 인프라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자료=중소기업연구원>

◇제조업의 스마트화(기술적 혁명)=제조업의 스마트화는 인공지능, 로봇, 무인자동차, IoT, 가상현실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와 함께 재난예방, 미래예측과 같은 기술적 진보로 이어진다. 기술적 진보는 ICT를 활용한 공정혁신과 인프라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인력, 장비, 설비 등 모든 분야에서 자원효율성을 높이고 또 제조업 공정을 스마트화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공급 시험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지멘스(Siemens)는 ‘제품수명 주기관리(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품의 기획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품수명 주기관리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유통서비스 단계인 운용 및 유지보수 그리고 폐기까지 전 생명주기에 대한 정보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운용된다. 신제품 아이디어는 즉시 생산라인으로 전송되고, 생산라인에서 생성된 정보는 생산공정·제품개발·디자인 등 각 분야에 전달된다. 생산의 최적 조건을 가상의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다.

GE의 경우 Industrial Internet, Intelligent Platform을 통해 물리·가상을 결합, 제품개발·부품공급·실제 생산에 이르기까지 제조주기 단축을 위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또 제품별 각각의 생산라인을 설치하지 않고 3D프린터를 활용해 한 공장에서 항공, 에너지, 발전 관련의 다양한 제품군을 함께 제조하고 있다.

정민 연구위원은 “제조업의 스마트화는 지금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제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IT산업과 연계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서 스마트팩토리를 강조하는 이유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부족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의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