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재가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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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개성공단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재가동은? “그곳만한 곳 없다”는데…보상책 없고 정치권 해법 찾기도 어려워

기사입력2017-02-09 21:1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기업 사무실에 있는 개성공업지구 배치도. ©중기이코노미

지난해 2월10일 통일부는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1년, 365일이 지났다.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에 따른 ‘2013년 가동중단 사태’ 당시에는 165일만에 가동이 재개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1년이 지나가는 시점에도 재개여부를 알수 없다.

정부를 믿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상당수의 기업들은 가동중단 당시, 빈손으로 도망치듯 개성공단을 빠져나와야 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투자한 설비, 원자재, 제품들에 대한 사후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실질적인 보상도 없어 폐업하거나 폐업위기에 처한 기업이 대다수라고 전한다.

의류제조업체 A사 대표는 “2015년 150억원이 넘었던 매출은 공단이 폐쇄된 지난해엔 1억~2억원까지 추락했다”며 “원부자재 60억원어치가 개성공단에 남아있는데, 정부는 22억원을 빌려준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또 다른 입주기업 B사 대표는 “시범단지 입주기업으로 10년 넘게 개성공단에서 생산을 했지만, 2013년과 지난해 개성공단 중단으로 부채만 남았다”며 “현재 세탁소 운영으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통일부가 지난해 실시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실태조사를 보면, 개성공단 관련업체 261개 기업이 신고한 피해금액은 9446억원이다. 이 중 전문회계기관의 검증을 통해 확인된 피해금액은 7779억원이다. 투자자산은 5088억원, 유동자산 1917억원, 기타 위약금과 개성현지 미수금 등 774억원이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비대위가 9일 발표한 ‘입주기업 현황과 요구사항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간 자산손실을 제외하더라도 1개 기업당 약 20억원의 손실이 발생, 단순계산시 입주기업 전체 손실액은 2500억원 내외로 추정한다. 그러나 투자자산, 유동자산, 위약금, 개성현지 미수금, 1년간의 영업손실 그리고 영업권 상실피해까지 추산할 경우 실질 피해액은 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125개 입주기업의 5000여 협력업체 피해를 감안하면 피해액은 더 커진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규모에 대해 비대위 사무국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실질 피해액의 32.2%만 무이자대출로 빌려주었을 뿐, 나머지 피해금액은 입주기업 몫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2000년 열린 ‘개성공단’ 여러 난관 넘어 최대위기

남북 경협의 ‘꽃’인 개성공단은 2000년 우리 정부와 북한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같은 해 8월 현대와 북측의 ‘개성공업지구 개발합의서’ 체결로 ‘씨앗’을 뿌렸다. 2004년 4월 공단 부지조성공사에 들어가, 같은 해 12월 ‘개성냄비’로 불리는 개성공단의 첫 시제품이 나왔다. 2007년 10월에는 단지조성을 비롯해 기반시설을 갖추고 1단계 사업 준공식을 했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개성공단은 현대아산의 자금난, 북한의 미사일발사·핵실험·천안함 사태 등 여러 난관을 넘어섰다.

2013년 4월 ‘남한당국이 개성공업지구 문제를 가지고 북한의 존엄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북한은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실시했고, 같은 해 5월 잠정폐쇄 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다 같은 해 8월 당국간 회담을 통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 합의서를 채택하고, 9월16일 개성공단은 재가동에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북한의 핵실험 단행과 2월 장거리로켓 발사로, 2월10일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조치 발표를 하면서 개성공단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04년 12월 개성공단에서 첫 제품을 생산한 이후 지난해 가동을 중단하기까지 개성공단에는 125개 업체가 입주해 5만4988명의 근로자가 일을 해왔다. 2005년 18개 입주업체에 6013명이 종사했던 것에 비해, 입주업체는 7배가량 늘었고, 근로자 수는 9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연간 생산액은 2005년 1491만달러에서 2015년 5억6330만 달러로, 37배 이상 늘었다. 2005년 1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누적생산액만 총 32억8524만달러를 기록했다.

남북한 자본·기술·노동·토지 만난 ‘상생경제 프로젝트’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과 토지라는 비교우위 생산요소가 결합된 상생 경제 프로젝트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은 “세계 어디에도 개성공단 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 후 취재과정에서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들이 꼽는 개성공단의 장점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말과 문화가 통했고, 인력수급이 쉬웠으며, 서울에서 약 70km 거리로 가까워 물류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하면서 남한의 SOC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열악한 개성공단 환경에서 추가 발전소 건설 없이도 SOC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 경의선 도로 개설로 육상수송도 가능해져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었다. 이와 함께 한국 최대의 소비시장인 동시에 경제력이 집중된 수도권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앞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중기이코노미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을 경험한 기업인들은 간접적으로나마 북한의 문화와 생활실상을 알 수 있었고, 북한 근로자들에게 우리 문화를 전달하며 문화·정서의 교량역할을 하고, 입주기간 동안 ‘작은 통일’을 이뤘다고 평가한다.

개성공단 중단 후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만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한 대표는 “처음에는 경계하는 눈빛이었던 북한 직원들도 차츰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내가 남북통일에 조금은 기여를 하겠구나 하는 자부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남북대화는 사실상 단절됐으며, 1998년 금강산관광 이후 이어온 남북경협도 중단되고, 이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 기업, 해외 대체공장 확보했지만 “경쟁력 없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후 입주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과 남북관계: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전체 기업의 50% 정도가 국내외에 대체공장을 확보했고, 30% 정도는 검토 중이며, 20% 정도는 대체공장 확보계획이 없었다.

해외에 대체공장을 확보한 기업은 전체의 20% 정도이고, 베트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해외공장을 마련한 기업들도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재정위험을 떠안고 있다. 더구나 국내 및 해외의 대체공장으로는 개성공단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대체공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 중 상당수는 기존 바이어와의 관계유지 등을 위해 ‘재하청’ 방식으로 물량을 처리하고 있으며, 전체 기업의 10%는 현재 휴업상태다.

개성공단은 우린 중소기업이 중국, 베트남 등지에 진출했다가 이들 지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국내로 유턴을 희망하는 기업들의 대안지로 각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중단조치로 이들 유턴 중소기업의 선택지도 좁아졌다.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 1년을 맞아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사진=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입주기업 93% “적극, 여건되면 재입주 의향 있다”

입주기업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다. 비대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67%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재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했고, 26%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재입주를 고려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대위는 “개성공단이 재가동 되고, 남북경협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입주기업에 대한 보상없이 기업의 투자나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재개 여부를 놓고 국내외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새누리당·바른정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 미국 트럼프 신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북한 핵문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있는 것도 개성공단 사업재개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개성공단 중단 선언당시,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며 개성공단과 북핵문제의 연계를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근거와 진위여부를 밝히는 문제도 남아있다.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21호 때문에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북제재 결의안의 주요 목적은 대량살상무기, 그중에서도 관련 기술·부품 개발이나 이전을 막는 것으로 개성공단은 무역제재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공단폐쇄에 따른 피해를 구제할 명확한 법적규정이 없어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보상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