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 상승 주범 ‘선분양제’ 고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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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주택가격 상승 주범 ‘선분양제’ 고집해야 하나 주택법 개정안 발의로 찬반 공방…“투기수요 차단” vs “분양가 상승”

기사입력2017-02-21 17:30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부동산시장을 구조적으로 왜곡시키는 선분양제를 후분양제로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주택법 개정안 발의로까지 이어져, 찬반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탈법적인 전매거래로 인한 투기수요 조장, 실수요 대비 공급과잉 등 부동산시장을 구조적으로 왜곡시키는 ‘완공 전 분양제(이하 선분양제)’를 ‘완공 후 분양제(이하 후분양제)’로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주택법 개정안 발의로까지 이어졌다. 주택 완공 이전에 견본주택이나 홍보책자만 보고 계약금·중도금 등을 치르는 선분양제는 매매차익을 노리려는 투기수요자, 그리고 대지만 확보하면 건설비용을 마련할 수 있는 공급자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지금까지 국내 주택시장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선분양제…투기수요 조장, 주택가격 상승 주범

특히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권 전매를 통해 단기 전매차익을 챙기려는 투기수요는 주택가격 상승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투기꾼이 몰려 청약이 과열되고 가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수요자들은 분양받지 못하는 폐단도 있었다. 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재고주택이 있음에도, 통상 2~3년 걸리는 건축기간 중 발생하는 주택가격 변동위험과 건축비 조달 금융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보급률은 102.3%다. 이밖에 계약할 때 실제 주택 품질을 확인할 수 없어 허위·과장 광고에 속거나, 부실공사 등으로 피해를 입는 등 이 또한 선분양제의 폐해 중 하나다.

투기수요가 많은 주택시장에서 건설사들은 공격적으로 택지를 확보, 여러 곳에서 동시에 주택사업을 벌여왔다. 선분양제도에서 소비자가 미리 지급하는 계약금·중도금 등으로 건설사들은 부담 없이 시공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건설사는 후분양과 선분양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 대부분은 기존관행, 건설비용 마련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취약한 재무구조 등 때문에 선분양 방식을 택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 등 주택법 개정안 발의에 찬반 공방

선분양제에서는 주택이 완공되기 이전에 견본주택이나 홍보책자만 보고 계약금·중도금 등을 내야 한다.<사진=뉴시스>

이에따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주택법 개정안을 최근 대표 발의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주하는 연구용역에 관련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분양제 도입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정 의원의 개정안은 후분양제 및 선분양 사전입주예약제 도입이 골자다. 건설사가 주택을 80%이상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하고, 선분양할 때는 소액의 청약금을 내고 예약한 뒤 나중에 본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예약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개정안과 관련 국회 국회교통위원회는 지난 14일 2차 전체회의를 열었고, 김승기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과 같이 후분양이 의무화될 경우 부실시공, 허위·과장 광고, 입주지연 등의 문제가 해소돼 주택 소비자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 등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후분양제가 자리잡을 경우, 건설사들의 무차별적인 시공과 실수요 대비 공급과잉도 일정하게 제한하는 등 비정상적인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정안이 나오면서 관련업계와 시민단체 등의 찬반공방도 뜨겁다. 업계는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로 분양가 상승 등을 꼽는다. 후분양시 건설사들이 소비자로부터 조달했던 비용을 다른 곳에서 충당하게 될텐데, 결국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분양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주변시세 등으로 정해져, 후분양제가 가격인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박홍기 기자> ©중기이코노미

후분양제 도입 로드맵 추진했지만 업계 반발로 실패

정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주택 관련정책에 ‘후분양 대출보증 및 후분양 주택자금 대출 등 지원방안’이 있다. 올해 어떤 형태로든 정부도 후분양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후분양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를 이용한 투기를 막고, 수요자의 주택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04년 2월부터 ‘후분양 로드맵’을 세워, 점진적으로 후분양제로의 전환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공공택지 우선공급, 주택기금 지원 등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건설비용 조달이 곤란하다는 건설업계 반대를 넘지 못한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됐다는 업계 주장을 정부가 수용, 부동산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회복으로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온 국민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몰면서까지 경기회복에 나섰지만, 3년 연속 2%대 경제성장률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을 받았다. 또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1300조원 이상의 가계부채만 남겼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현 상황에서도 선분양제만 고집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어떤 방법이 소비자 나아가 국민을 위한 선택인지 이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