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철도 줄이고, 공공성 포기 ‘우수’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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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벽지철도 줄이고, 공공성 포기 ‘우수’ 공공기관 정책 강제수단 전락 ‘공공기관 경영평가’…획일적 평가기준도 문제

기사입력2017-03-20 10:53

공공기관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평가, 대국민서비스를 향상시키기위해 시행중인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 등 정부정책을 강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영평가의 기준이 영업이익률 제고 등 수익성에 맞춰져 공공기관 본래의 기능인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노력과 성과를 평가, 성과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기관의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을 확보해 국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성과급이 지급되는 만큼 평가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은 필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영평가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이 강요되고, 이를 도입하는 기관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낮은 평가를 받으면 예산 및 임금이 삭감되는 등 불이익이 따르다보니 기관은 울며겨자먹기로 정부정책을 이행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공공운수노동조합 박준형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실이 주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공공성 평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공기관 경영평가제가 실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반영하고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평가제도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정책 이행여부를 경영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평가결과가 왜곡된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5월 전년도 경영평가 결과발표를 앞두고, 좋지 않은 성적을 예상한 공공기관들이 대거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3월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향을 발표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여부를 평가에 반영한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실제 발표된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한 공공기관은 일제히 평가가 상향된 반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기관은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정부가 경영평가를 공공기관에 대한 정책강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공공기관 퇴직연금 도입을 시작으로 2013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2014년 임금피크제에 이어 지난해에는 성과연봉제 확대까지 경영지표에 반영했다. 명시된 경영평가 산정기준 이외에 갑작스럽게 지침을 추가하는 식이다. 경영평가가 애당초 도입목적과 달리 공공기관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와함께 경영평가가 공공성 대신 수익성 위주로 반영된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 경영평가는 부가가치 및 영업이익률 제고 등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리한 사업투자로 손실이 생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정책에 따라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부채비율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참여정부말 1년에 6000여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15년말 기준 4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석유공사는 지난 2011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미흡)등급을 받았고, 2015년에는 이보다 한단계 더 낮은 E(매우미흡)등급을 받았다.

수익에 치중하다보니 공익은 등한시 할 수밖에 없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12월 수익성이 낮은 경전선과 동해남부선 등 7개 벽지노선 운행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적자를 이유로 이들 지역에서 유일한 교통수단인 철도의 운행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철도공사가 2015년 경영평가에서 C(보통)등급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이들 지역에 대한 철도운행으로 발생한 적자와 무관하지 않다.

공공운수노동조합 박준형 정책실장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실이 주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공공성 평가를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공기관 경영평가제가 실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반영하고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또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5년 경영평가에서 최고점인 A등급을 받았다. 2014년 말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포기한다고 밝혀 보건복지부와 갈등을 빚었다. 경영평가 결과 받은 A등급은 서울대병원이 공공의료기관로서의 고유기능을 포기한 대가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각기 다른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을 모두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점 ▲경영평가 자체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 ▲평가운영위원회가 노조나 시민단체가 아닌 정부 측 관계자로만 구성된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박준형 정책실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외부적 평가제도로써 경영평가제도는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과도한 경영효율화 편향의 평가방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경영평가단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구성해선 안된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평가기준에도 비정규직 보호, 여성 등 소수자 인권 증진 등 공공성을 평가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