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결단과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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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 정부의 결단과 선택만 남았다 근로자 최저생계조차 외면하는 기업까지 보호할 이유는 없다

기사입력2017-07-09 15: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를 보면, 지난 6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3.7% 증가했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제품이 수출을 주도했으며, 투자부문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코트라는 3분기 수출선행지수가 63.9p를 기록해 2분기대비 8.6p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선행지수가 50p 이상이면 지난 분기대비 호조, 50p 미만이면 부진을 의미한다. 63.9p는 2013년 2분기 64.7p를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수출부문에서 나타나는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내수와 일자리는 여전히 적신호가 켜져 있다. KDI 자료를 보면, 5월 소매판매액은 전월 대비 1.0%p 낮다. 특히 민간소비와 관련이 높은 음식·숙박업은 전년 동월대비 3.2% 감소했고, 도·소매업의 경우에는 전년 동월대비 0.1% 상승했지만 전월대비 증가폭이 떨어지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후 소비부문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부문 역시 서비스업에서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축소되면서 고용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5월 취업자 수는 전월대비 5만명, 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전월대비 10만명 줄었다.

KDI의 보고서와 코트라 발표를 종합하면, 수출과 투자위주의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연결고리가 미약해졌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그 대안이 소득주도 성장과 내수활성화다. LG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 여건과 정책효과 제고방안’ 보고서를 통해 “수출이 주도하는 경제성장이 멈춰 있는 상황에서 내수부문이 수출과 함께 최종수요를 이끌어 갈 필요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은 이제 ‘약발’이 다했으며,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근로자의 소득을 증대시킴으로써 내수주도의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로자와 가계의 소득을 키울 수 있는 제일 확실한 방법은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이다.

하지만 최근 경총은 2018년도 적용 최저임금 사용자위원안으로 올해 6470원보다 2.4% 인상한 6625원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상승요인이 없음에도 소득분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선심쓰듯 제시한 금액이 155원 인상이다. 또 소상공인 대표단체는 국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시 직원 20만명을 해고하자”는 제안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중소기업의 절반이 감원을 할 것이란 설문조사 결과까지 내놨다.

소상공인 그리고 영세중소기업의 ‘불안’은 납득이 가는 부분이 적지않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상당부분은 공정한 시장을 만들지 못한 정부 책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단호하게 보여주고, 당장은 재정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해 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다. 지불여력이 있음에도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 뒤에 숨어 근로자의 최저생계조차 외면하는 기업까지 정부가 보호할 이유는 없다. 최저임금 인상, 이제 정부의 결단과 선택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