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국민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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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적폐청산…국민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야 할때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기득권세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멈추지 말아야

기사입력2017-08-25 13: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정부 출범은 지난 연말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새삼 확인된 적폐청산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의지와 결기가 모여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을 보면, 적폐청산의 대상이 반성은커녕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거나, 발뺌 또는 왜곡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 제1과제인 ‘적폐청산을 통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시민사회 스스로 한순간도 기득권세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멈춰서는 안되는 이유다.

살충제 계란 충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폐세력의 치부가 속속 드러났다. 살충제 계란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이미 지적됐던 사안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산란계 농가에서 살충제 사용이 빈번하다는 주장과 함께 식품의약안전처의 대책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대해 당시 손문기 전 식약처장은 실태조사 중이라고 했지만, 살충제 사용 농가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지난 4월 한국소비자연맹은 ‘살충제 사용 실태조사 및 적합성 검사’와 함께 살충제 불법 사용시 엄정조치해 줄 것을 식약처에 전달하기도 했다. 살충제 계란에 대한 연이은 경고에 박근혜정부가 적정한 조치를 취했다면 이번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거나, 최소한 지금보다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적폐청산 대상자는 꼬리자르기를 넘어 자신의 책임을 새정부에 전가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류영진 식약처장을 상대로 살충제 계란의 유통경로를 물으면서 “동문서답하지 마시고요. 남양주에서 검출이 됐으면, 몇 군데 갔냐고요”, “그러니까 모른다는 거잖아요”라며 거세게 몰아 붙였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식약처 차장을 거쳐, 박근혜정부에서 식약처 최고책임자(2015.4~2016.3)인 처장을 역임했던 인물인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특히 기동민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의 식약처장 재임 시절은 물론, 그 이전부터 산란계 농가에선 진드기를 잡기 위해 독한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농장주들이 ‘이래도 되나’ 싶어 대책마련을 호소했음에도, 식약처는 아무런 대책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김 의원은 자신이 책임자로 있으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파장이 커진 것은 반성하지 않고, 책임전가와 함께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갑질’의 대명사 수준으로 떠오른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회장님도 발뺌대열에 합류했다. 가맹점주들에 대한 갑질혐의로 구속된 MP그룹 정우현 전 회장 역시, 고개 숙이며 용서를 빌던 태도에서 180도 바뀐 모습을 보였다.

지난 22일 공판에서 정 전 회장의 변호인은 유통단계에서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어 5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친인척이나 측근을 허위 직원으로 올려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2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 가맹점주들이 낸 광고비중 5억여원을 ‘우수가맹점 포상비용’ 등 광고와 무관한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정 전 회장이 MP그룹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제 잘못으로 인해 실망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25일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년 중형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날이다. 이 부회장 또한 재판과정내내 MP그룹 정 회장과 동일하게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함을 강변했지만, 결국 종착역에 이르렀다. 재판부의 선고공판을 통해 ‘삼성공화국’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여전히 삼성공화국으로서 남아 있을지 판가름하는 날이다. 선고를 하루 앞둔 24일 일부언론은 삼성이 ‘비리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주장과 함께 재판부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릴만큼 많은 쟁점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도 컸고, 그에 따라 역사적인 현장을 화면으로나마 볼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23일 “피고인 5명이 모두 재판의 촬영과 중계에 동의를 하지 않았고, 또 촬영과 중계로 피고인들이 입게 될 손해가 허가했을 때의 공익보다 크다”는 이유로 TV생중계를 불허했다. 아쉽지만 정의실현을 위한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며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적폐청산 대상들의 이같은 적반하장 수준의 태도에 대해 살충제 계란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다수의 농가, 갑질로 고통을 겪었던 가맹점주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 등과 결탁해 국가권력을 자신들의 부를 쌓는데 이용한 재벌기업들의 정경유착 범죄를 또 다시 묵인할 것인가. 그저 이번만 넘기고, 그러고 나면 또 다시 과거행태를 되풀이 했던, 이들의 범죄를 용인한 결과 남겨진 것은 켜켜이 쌓인 적폐 덩어리뿐이다.

더 이상은 안된다는 것이 촛불혁명의 결론이고, 그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적폐 덩어리를 근본적으로 도려내야 할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적폐청산에 대한 보수야당·재계·일부언론의 조직적인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다시한번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