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손해배상 높여 중소기업 기술유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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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처벌·손해배상 높여 중소기업 기술유출 막아야 현행법 무용론 많다…미비점 보완, 통일된 ‘기술보호기본법’ 제정을

기사입력2017-09-15 19:48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의 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침해할 경우 처벌 및 손해배상액 수준을 높이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낮추도록 관련 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손승우 교수는 15일 열린 ‘2017 중소기업 기술보호 컨퍼런스:중소기업 핵심기술 보호전략과 정부의 역할’에서 “중소기업이 막대한 비용·시간·인력 등을 투자해 기술을 만들어도 침해에 대한 처벌이나 손해배상 수준이 낮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연 이런 제도가 필요한지 무용론도 많다”며 “국내는 기술보호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핵심기술 유출로 인한 분쟁이 발생해도 피해 입증책임의 어려움, 막대한 소송비 부담 등으로 손 놓고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2016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은 2014년 45.6%에서 2015년 47.5%, 지난해 49.3%에 머물렀다. 대기업(73.4%)의 70% 수준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이러한 기술유출이 단순히 기업의 피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2014년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업체의 예상 피해액은 50조원으로 이는 GDP의 3%다.

물론 정부는 그동안 기술보호를 위해 직·간접적인 법적장치를 만들어 시행해왔다.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도입한 ‘3배 손해배상제도’가 대표적이다. 기술유용 행위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가해기업을 상대로 민사법원에 3배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또 2014년에는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도 마련했다. 이밖에 ‘기술보호 전문가 상담자문’, ‘기술자료 임치제도’ 등을 통해 인력과 비용 그리고 인프라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게 손 교수의 진단이다. 실제 기술유출로 인한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규모는 매해 늘고 있다. 기술유출로 인한 중소기업 1개사의 평균 피해금액은 2012년 15억7000만원에서 2013년 16억9000만원, 2014년 24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가 2015년 13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8억9000만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기술침해에 대한 신속한 피해구제가 미흡한 게 문제다. 기술유출피해 중소기업이 피해 구제까지 대부분 9개월 이상 장시간이 소요된다. 지난해 사법연감 통계자료에 따르면, 민사사건 처리에 걸리는 평균 기간이 1심은 284.9일, 3심까지 가는 경우 최대 782.5일까지 걸렸다.

정부는 이 때문에 2015년 신속하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중소기업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기술분쟁 조정중재제도’도 도입했다. 하지만 소송보다 중재와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이다 보니,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해당제도가 실시된 2015년 1월이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47건의 분쟁조정 신청 가운데 42건이 처리됐지만, 조정이 성립된 것은 단 9건에 그쳤다. 피신청인이 대기업인 경우가 조정신청 47건 가운데 25건(53.2%)이고, 조정완료 42건 가운데 24건(57.%)일 정도로 많지만, 실제 조정이 성립된 9건 가운데 대기업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경우 중재가 아닌 소송을 이용할 수 있다. 2011년 도입된 ‘기술유용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런데 실제 국내 적용사례는 전무하다.

이밖에 별도의 관련법을 통해서도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침해에 대한 처벌과 손해배상 수준이 낮고,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유출 사실을 입증해야 해 실효성이 낮다. 우리나라의 특허·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6000만원 수준으로 미국(49억원)의 6분의 1(GDP 14배차 고려)에 불과하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오죽하면 대기업 입장에서는 6000만원을 내고 기술을 훔치는게 낫겠다는 말이 나올까, 내가 대기업이라도 그렇게 하겠다”며 “기술유출을 당해도 보상수준이 낮은데, 어느 중소기업이 마음 편히 기술을 개발하겠는가” 따져 물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5일 주최한 ‘2017 중소기업 기술보호 컨퍼런스’에서 기술보호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기술침해 범죄는 대표적인 ‘암수범죄’로 범죄사실 인지가 쉽지 않다. 범죄가 발생해도 수사기관에 인지되지 않거나, 수사기관이 인지해도 용의자 신원파악이 어려워 공식적인 범죄통계에 잡히지 않는 범죄가 많다는 얘기다. 인력·비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용의자를 찾고 법적대응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기존법을 손보는 동시에,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해 통일되고 일관된 법(가칭 ‘기술보호 기본법’ 또는 ‘산업보안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게 손 교수의 제안이다. 기술보호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현재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중소기업기술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 등 많은 법이 있지만,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고 중첩되는 부분이 많아 예산낭비, 집행 비효율성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내용상으로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상표권 등의 침해에 국한돼 있는 시정권고(명령)를 영업비밀의 침해로까지 확대하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기술침해의 시정을 권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피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이 대응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느끼는 침해입증에 대해 행정기관이 사실조사를 지원토록 하는 방안도 있다.

손 교수는 “산업기술은 국가 경쟁력, 안보, 국민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다. 유출시 해당 산업의 경쟁력 저하 뿐만아니라 산업기반 붕괴까지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를 위해 산업전반에 산업보안 개념을 정립하고, 국가기술보호 정책을 통일되고 일관된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