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제민주화’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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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이제 ‘경제민주화’가 희망이다 국회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

기사입력2016-12-29 17:23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컴퓨터 판매업은 겨울철이 성수기다. 졸업, 입학, 기업의 신규 채용이 맞물리는 철이니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상가가 어느 때보다 번잡하다. 그러나 옛말이다. 임대료조차 못내 매장을 비우는 점포가 늘어나고, 상가를 찾는 손님도 ‘보는’ 쇼핑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자의 한숨은 비단 필자가 일하는 곳만이 아니다. 골목시장도, 옷 매장도, 식당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절벽’이라는 기사가 줄을 잇는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다’는 진단도 덧붙여진다. 그러나 ‘지갑을 닫았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지갑이 비었다’는 표현이 맞다. 긁어 놓은 카드전표만 가득한 지갑, 현금은 만원권 한두장으로 지탱하는 살림살이가 소비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침몰과 내수시장의 붕괴, 지갑을 열어봐야 더 이상 쓸 돈이 없다는 게 원인이다. 그래서 소비를 늘려 내수시장을 살리자는 처방은 빈지갑을 열어 물건을 사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는 허황된 정책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국회의 탄핵가결로 이어졌다. 최순실을 비롯한 국정농단 주범과 부역자들이 피의자의 신분이 됐고,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 전까지는 국가원수로서의 권한을 정지당하는 신세가 됐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끊임없는 내홍 속에 결국 분당사태를 맞았다. 자업자득이고 민심의 무서운 심판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비뚤어지고 편향된 정책들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소비절벽’이라는 기사가 줄을 잇는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았다’는 진단도 덧붙여진다. 그러나 ‘지갑을 닫았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지갑이 비었다’는 표현이 맞다.<이미지 출처=이미지투데이>

국정농단 세력이 유린한 경제적 피해를 수치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 6000억원의 손해를 입히면서 재벌이익을 대변해준 보건복지부가 뭇매를 맞는 모양새이지만 기업에 몰아준 이익, 국민 모두에 끼친 손해에 비하면 시쳇말로 새발의 피다.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 정권 4년내내 정경유착은, 중소기업과 국민을 사실상 약탈할 수 있는 특권을 대기업에 준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노동자의 절반도 넘는 비정규직, 가계부채가 1300조원를 넘어서는 현실, 최씨 일당과 박 대통령에 의한 국정농단과 무관하지 않다. 정경유착으로 특권을 얻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국민들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정농단 파행에 따른 책임추궁을 최순실과 부역자 몇 명을 감옥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대통령 임기 1년을 줄이는 것으로 매듭지어져서도 안된다. 정경유착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가로채고 저임금·손쉬운 해고를 자본증식의 수단으로 삼아온 잘못된 경제정책, 이를 되돌려 놓아야 비뚤어지고 막힌 가정경제의 숨통이라도 트일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권정지 당했다고는 하지만, 그에 의해서 지명된 황교안 국무총리나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과 성장론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국민생활이 더 나아질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소야대 국회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지금까지 여당에 의해 가로막혔던 경제민주화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는 호기가 된 셈이다. 야당이나 소위 개혁보수신당 모두가 한 목소리로 민생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국민들의 활로가 될 수 없다는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드는 일, 노동이 제 값 받고 노동자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취급되지 않도록 하는 일, 정경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 모두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 할 일이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닥친 경제위기는 대통령의 탄핵결정 후를 바라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사법부는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에 엄벌을 내려야 한다. 입법부인 국회는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으로 비뚤어진 법치를 바로잡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입법개혁에 나서야 한다. 하루가 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