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재료 섞어 만든 ‘중간재’ 관세혜택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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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외국산 재료 섞어 만든 ‘중간재’ 관세혜택 받나 한·아세안 FTA 협정에 없지만 “가능” vs “예외있어 문제삼기 충분”

기사입력2017-02-02 20:08

A사는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수출 중소기업으로, 암반을 잘게 부수는데 사용하는 유압브레이커를 생산한다. 인도와 아세안 국가로의 수출량이 전체 수출의 약 66%를 차지하지만, FTA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실행세율을 그대로 적용받고 있었다. 한·아세안 FTA에 따르면 A사의 유압브레이커는 세번변경기준에 따라 HS코드 네단위가 변경되거나(CTH), 40%이상의 역내 부가가치가 발생한 경우에만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인정한다.

이에따라 A사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던 부품을 국내업체로 바꾸는 등 역내 부가가치 비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역내 부가가치 40%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유압브레이커의 주요 부품인 실린더 원재료를 자사가 직접 생산한다는 점에 착안, ‘중간재 규정’을 적용했더니 역내 부가가치 비율을 51%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A사는 한·아세안 FTA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시켜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이로인해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아울러 중국에서 수입하던 원재료의 수입선을 국내로 전환하면서 제품품질도 높일 수 있었다.

서울세관과 함께 하는 FTA돋보기 ⑤한·아세안 FTA㊦…중간재 규정

우리나라는 2017년 2월 현재 52개국과 총 15개의 FTA를 발효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FTA 원산지규정이 복잡하고, 전문인력과 정보도 부족해 이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중기이코노미는 서울세관과 함께 국가별 FTA를 살펴보고, 중소기업이 필요한 대응방안을 취재·보도한다. 이번에는 한·아세안 FTA 두번째다. 교역량이 많은 베트남은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

한·아세안 FTA에서도 ‘중간재 규정’을 활용해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협정문에는 명시돼있지 않지만, 국내에서 FTA를 이행하기 위해 제정·시행되고 있는 ‘FTA 관세특례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중간재 규정이란 역외산 재료가 포함되더라도 완성된 중간제품이 원산지결정기준에 따라 역내산으로 판정되면, 중간재 가격을 원산지 재료의 가치로 반영해주는 것을 말한다.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 수출하는 가공무역이 발달해 있는 한국의 경우 이를 활용할 만하다.

협정문에 없는 ‘중간재 규정’…FTA 관세특례법 시행규칙 근거 가능

FTA 원산지결정기준은 특례관세혜택 적용여부를 판가름하는 조항이다. 역내산과 역외산에 상이한 관세를 적용하는 기준이 된다. 즉, 해당물품이 생산된 역내국에 대해서는 관세인하 내지 무관세 대우를 적용하는 반면 역외국에 대해서는 WTO의 최혜국대우를 적용하는 것이다. 모든 FTA협정에서 원산지결정기준은 완전생산기준과 실질적변형기준으로 나뉜다. 완전생산기준은 물품이 일방이나 양당사국 영역 내에서 생산되는 경우 적용하고, 2개 국가 이상에서 제조공정이 이뤄질 경우에는 주로 실질적변형기준을 적용한다. 실질적변형기준은 유형에 따라 또다시 세번변경기준, 부가가치기준, 특정공정기준으로 나뉜다.

한·아세안 FTA 원산지결정기준을 보면, 2개국 이상이 생산에 관여했다면 ▲품목별 원산지 규정에 명시된 원산지결정기준 ▲역내 부가가치포함비율이 본선인도가격(FOB)의 35~60%이상 ▲HS코드 4단위에서 세번변경이 일어난 경우 역내산 제품으로 간주한다.

부가가치기준은 생산과정에서 일정한 수준의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경우, 이를 창출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한다. 한·아세안 FTA에서는 역내 부가가치비율을 정할 때, 수출자가 집적법과 공제법 가운데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집적법은 국내산 재료나 부품비가 물품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기준으로 역내 부가가치를 계산하며, 공제법은 외국에서 조달한 부품 등만 최종가격에서 빼고 부가가치를 계산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리기업은 중간재 규정을 활용하면 유리한 면이 있다.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재가공·수출하는 가공무역이 발달해 있고, 또 최근 중국이나 인도 등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원재료가 생산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부가가치기준 활용여부에 따라 적용 관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출국 세관 ‘간접검증’ 채택” vs “예외도 있어 문제 삼기 충분”

그러나 한·아세안 FTA 협정문에는 별도의 중간재 규정이 없다. 공식적으로 협정문에 중간재 규정을 밝히고 있는 국가는 미국, EU 등 몇 개국뿐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국내 ‘FTA 관세특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한·아세안 FTA에서도 중간재 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

중간재는 최종제품 생산에 투입하기 위해 원산지재료와 비원산지재료를 사용, 최종제품 생산자가 직접 생산한 재료를 말한다. 역내산 지위를 획득한 재료에 한정해 적용되기 때문에 세번변경기준 품목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고, 부가가치기준 품목에 한해 적용한다.

예컨대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 유압브레이커 생산업체 A기업이 중국산 원재료를 구입, 다른 한국산 원재료와 함께 실린더를 만들어 유압브레이커 부품으로 사용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A기업이 직접 생산한 실린더가 중간재인 것이다. 실린더가 원산지결정기준에 따라 국내산 물품으로 인정되면, 비원산지(중국산)재료 가격을 포함하더라도 실린더 가격 전체는 원산지 재료비로 계상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간재 규정은 원산지재료비 계산기준을 완화해 특혜대상물품 인정범위를 확대하고, 중간재를 생산하는 생산자가 외부조달자보다 불리하지 않게 대우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들어 만약 중간재 규정이 없는 경우, 역내 다른 업체에서 원산지결정기준을 충족해 생산된 물품을 단순 구입하면 비원산지재료 가격이 포함돼도 역내 부가가치에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재 규정이 없는데 자체 생산하면, 비원산지재료 가격이 역외 부가가치로 계산돼 불리하다. 중간재 규정은 수출자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자가 발급하는 포괄 원산지증명서에도 적용가능하다.

하지만 협정에 명시돼있지 않은 만큼 이를 활용하려면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 중간재 규정을 통해 관세혜택을 받았으나, 아세안 국가가 FTA협정문에 없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아세안 FTA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출국 세관이 검증하는 간접검증을 택하고 있어, 국내세관이 검증하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금액이 크거나 이슈가 될만한 품목은 예외적으로 직접검증도 허용하고 있어 문제를 삼을만한 충분한 사유가 된다.

이와관련 패스윈 합동관세사무소 김현철 관세사는 “지금까지 한·아세안 FTA와 관련, 중간재 규정을 활용해 관세혜택을 받은 기업 가운데 문제가 된 경우는 없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향후에도 100%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김 관세사는 “중간재 규정을 활용하려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원산지결정기준과 비교해보고, 또 세관과 관세사를 통해 반드시 조언을 얻어야 한다”며 “사후검증시 중간재 BOM(자제명세서)과 완제품 BOM이 모두 필요한만큼 서류보관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