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는 ‘맘대로’ 계약해지…점주는 의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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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가맹본부는 ‘맘대로’ 계약해지…점주는 의무만 해지전 ‘2개월 유예, 서면 2회 통지’ 조건도 시행령 때문에 유명무실

기사입력2017-04-16 1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가맹계약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합의하에 이뤄지는 계약이다. 하지만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의 계약해지권을 인정하지만, 가맹점주의 계약해지권은 부정한다. 가맹사업법이 계약당사자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맹사업법 제14조는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에게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아니하면 그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2개월 유예기간을 두고 위반사실을 고치지 않으면 해지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가맹사업의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조항이다. 다시말해 대통령령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되는 경우, 가맹본부는 사전통지 절차없이 즉시 계약해지 통지가 가능하다. 가맹점주 의사와는 관계없이 가맹본부의 계약해지 통지만으로도 그 즉시 계약해지 효력이 발생하고, 실제 가맹본부의 계약해지권이 남용되고 있다.

또 ‘가맹사업의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를 명시한 시행령에는 가맹본부의 가맹점주에 대한 즉시 해지사유만을 정하고 있을 뿐, 시행령 어느 구석에도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에 대해 계약해지권을 행사할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2015년 SPC(파리크라상), 본죽, 원앤원(원할머니보쌈), 탐앤탐스 등 가맹본부 오너일가가 개인명의로 상표권을 수백여개 출원한 후 관리비용은 법인에서 지출하고, 로열티를 개인이 수취했다는 이유로 정의당과 민변으로부터 검찰고발을 당했다. 또 지난해 미스터피자 회장이 경비원 폭행사건으로 형사입건된 경우처럼, 가맹본부가 악덕업체로 낙인찍혀 가맹점주가 피해를 입어도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에 대해 계약해지를 요구할 권리가 없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맹계약 당사자간 권리의무의 형평성을 고려해,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가맹점사업자가 더 이상 가맹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가맹점사업자에게 계약해지권을 인정하도록 한 개정안을 20대 국회에 발의했다.

구체적인 사유로는 ▲가맹본부의 허위과장 정보제공 ▲불공정거래행위 ▲불법적이거나 공중의 건강이나 안전에 위해가 되는 영업방식 강요 ▲상권의 급격한 변화 등 예상치 못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 ▲가맹점사업자에게 질병의 발병과 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다.

즉시해지 사유 제한하고, 유예기간 90일로 늘리고

이밖에 가맹본부의 즉시 해지권을 정한 시행령상 10개의 사유 또한 지나치게 넓어 가맹점사업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명성훼손’, ‘중요정보 유출’, ‘가맹점 운영과 관련한 행위’ 등과 같은 불명확한 개념이 해지사유로 명시돼 가맹본부가 이를 악용, 계약해지권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미스터피자와 본죽, 양사는 각각의 가맹점주에게 ‘허위사실 유포와 영업방해’를 이유로 즉시 계약해지권을 행사했고, 계약해지 효력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들 두명의 가맹점주 모두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무혐의처분이 확정됐음에도 자신들의 가게를 되찾을 수 없었다.

가맹점주의 즉시해지권을 제한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시행령에 규정된 10개의 즉시해지사유 중 즉시해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3가지 사유만을 골라 법률로 올리고, 나머지는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3가지 사유는 ▲가맹점사업자의 파산신청이 있거나 강제집행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가맹점사업자가 발행한 어음·수표가 부도 등으로 지불이 정지된 경우 ▲천재지변, 중대한 일신상의 사유 등으로 가맹점사업자가 더 이상 가맹사업을 경영할 수 없게 된 경우 등이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도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는 경우 2개월 이상의 유예기간을 주도록 한 가맹사업법 제14조를 개정, 90일 이상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2개월의 유예기간 만으로는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의 해지사유 발생 주장에 충분히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가맹사업법 시행령 제15조의 가맹본부의 해지사유

제15조(가맹계약의 해지사유) 법 제14조제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가맹점사업자에게 파산 신청이 있거나 강제집행절차 또는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2. 가맹점사업자가 발행한 어음·수표가 부도 등으로 지불정지된 경우

3. 천재지변, 중대한 일신상의 사유 등으로 가맹점사업자가 더 이상 가맹사업을 경영할 수 없게 된 경우

4.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 경우

가. 가맹점사업자가 공연히 허위사실을 유포함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한 경우

나.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점 운영과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을 받음으로써 가맹본부의 명성이나 신용을 뚜렷이 훼손한 경우

1) 그 위법사실을 시정하라는 내용의 행정처분

2) 그 위법사실을 처분사유로 하는 과징금·과태료 등 부과처분

3) 그 위법사실을 처분사유로 하는 영업정지 명령

다. 가맹점사업자가 가맹본부의 영업비밀 또는 중요정보를 유출한 경우

5.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점 운영과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이를 시정하라는 내용의 행정처분(과징금·과태료 등의 부과처분을 포함한다)을 통보받고도 행정청이 정한 시정기한(시정기한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통보받은 날부터 10일) 내에 시정하지 않는 경우

6. 가맹점사업자가 가맹점 운영과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자격·면허·허가 취소 또는 영업정지 명령(15일 이내의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 등 그 시정이 불가능한 성격의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다만, 법령에 근거하여 행정처분을 갈음하는 과징금 등의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

7. 가맹점사업자가 법 제14조제1항 본문에 따른 가맹본부의 시정요구에 따라 위반사항을 시정한 날부터 1년(계약갱신이나 재계약된 경우에는 종전 계약기간에 속한 기간을 합산한다) 이내에 다시 같은 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다만, 가맹본부가 시정을 요구하는 서면에 다시 같은 사항을 1년 이내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법 제14조제1항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가맹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누락한 경우는 제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