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특허 조사=집 살때 등기부등본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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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선행특허 조사=집 살때 등기부등본 점검” 충돌 시 회피설계 고려…침해경고장 답변은 ‘간략히 우호적으로’

기사입력2016-05-17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박승훈 부장은 16일 지식재산 설명회에서 “연구개발을 할 때 선행특허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새 집을 구입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연구개발을 할 때 선행특허를 조사하지 않는 것은 새 집을 구입할 때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는 것과 같다” IP 전문기업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박승훈 부장의 말이다. 박 부장은 16일 특허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지식재산 설명회에서 “연구개발에 앞서 반드시 선행특허 존재 여부를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준비없이 연구개발을 진행하다 선행특허에 가로막힌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박 부장에 따르면 대기업인 A전기는 5억1000만원을 들여 1년간 신규제품 연구를 진행하다 선행특허를 발견했다. 중소기업 B사도 5억원을 투입해 2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던 중 뒤늦게 선행특허 존재 사실을 알게 됐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사의 연구개발 내용이 선행특허와 충돌하는 경우 회피설계를 할 수 있다. 청구항을 바꿔 특허 침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선행특허 청구항의 구성요소가 A+B+C라 가정해 보자. 이때 후발기업이 A+B+C로 제품을 만들면 명백한 특허 침해다. A+B+C에 D를 추가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후발기업이 A+B로만 제품을 만들면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 부장은 “회피설계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존 특허의 구성요소에서 우리 제품과 일치하는 것이 있는지 보고 하나라도 빼는 것이 기본이다. 특허는 권리범위와 정확하게 일치해야 침해에 해당한다”며 “회피설계가 용이한지, 회피설계를 했을 경우 제품 성능에 영향이 큰지,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허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고도 했다. 단 하나라도 제대로 된 특허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무의미한 특허를 상장 모으듯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특허는 매년 등록료만 까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돈 되는’ 특허를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특허 담당인력을 갖추는 일이다. 변리사나 변호사는 대리인일 뿐 전담인력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부장은 “특허 출원을 특허사무소 변리사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대리인이 잘못된 기술용어를 쓰거나, 등록 자체에만 몰두해 권리가 거의 없는 특허가 등록되기도 한다”며 “대리인의 업무처리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사내 특허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특허 침해 경고장이나 소장을 받았다면 반드시 답변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귀사의 제품이 당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경고장을 받고도 무시하면 소장이 날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회사에서는 마구잡이로 경고장을 보내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기도 하지만, 희박한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대응하지 않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박 부장이 강조한 경고장 답변의 원칙은 세 가지다. ‘간략히, 우호적으로, 천천히’다. 박 부장은 “경고장을 받으면 상세 내용을 검토해본 뒤 한 달 전후의 시간을 두고 잘 받았다고 답변을 하라. 간단히 필요한 말만 하되 우호적으로 답변하는 게 좋다. 자사 제품과 상대 특허에 대한 불필요한 언급으로 여지를 줘선 안 된다. 그런 다음 다시 연락이 오면 여유를 가지고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하고, 필요하다면 담당자들끼리 만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 회사와 천천히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동안 발 빠르게 추가 조사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박 부장은 “특허의 유효성과 상대 특허의 맹점을 파악하는 한편, 상대회사의 공격 목적이 사용료인지 우리회사의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함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사용료를 지급한다면 특허 평가에 따라 합리적인 금액은 얼마일지도 산정해봐야 한다”고 했다.

특허 확보 방법이 반드시 자체적인 연구개발일 필요는 없다. 필요한 특허는 외부에서 사서 쓸 수도 있다는 의미다. 특허 공격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해외진출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박 부장은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자사 제품의 특허와 권리범위, 선행자료를 검토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허를 사서 마음 놓고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도 있다”며 “특허 매입 가치와 향후 분쟁에서 잃게 될 비용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