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상인, 왜 종로4가 지하상가를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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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청년상인, 왜 종로4가 지하상가를 떠났을까? 침체된 상권 청년 몇 명이 살리기 어렵고, 한시적 지원방식도 숙제

기사입력2016-08-1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시작은 활기찼다. ‘종로4가혼수지하쇼핑센터(이하 종로4가지하상가)’에 청년상인들이 들어서며 침체했던 지하상가는 잠시 활기를 찾는 듯 했다. 60대 이상 남성 상인이 주를 이루던 이곳에 청춘남녀 상인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언더그라운드 페스티벌’이라며 밴드공연, 마술공연, 체험마켓, 먹거리 장터 등 생기발랄한 이벤트도 열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종로4가지하상가 모습(위)과 비어있는 점포. ©중기이코노미

종로4가지하상가는 총 109개의 점포가 있다. 한때 혼수용품 전문상가로 유명세를 탔지만 1990년대 이후 쇠락해오다 5년전 지하상가 위로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빈 점포가 늘어갔다. 이 빈 점포를 활용해 ‘청년허브 생산혁신기지’가 생겨난 건 2013년이었다. 서울시청년허브와 시설관리공단이 침체된 지하상가에 청년상점을 입점시켜 활력을 주고 청년들에게는 자립기반을 마련해주고자 기획한 사업이다.

청년상인들은 2013년 11월 입주를 시작해 14개의 청년점포가 듬성듬성 빠진 이처럼 비어있던 상점들을 채워갔다. 생활한복, 수공예품, 가죽공방, 잡화점, 양말인형, 패브릭 디자인 등 다양한 품목의 상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직접 작품을 생산해 판매하는 제조업 기반 상인이다.

종로4가지하상가 입구. 청년허브 생산혁신기지 사업은 지난해 종료됐다. ©중기이코노미

종로4가지하상가는 방산시장, 광장시장, 중부시장, 세운상가, 동대문 등에 인접해있어 부자재나 도구, 포장재 등 재료를 구하기도 쉽다. 서울시청년허브에서 2014년 1년간은 임대료를 100% 지원해주고, 2015년에는 70% 지원해줘 임대료 걱정도 덜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반 정도 지난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청년허브 상점은 5개 남짓이다. 2년동안 진행된 지원사업이 종료되자 청년 상인들은 하나 둘 이곳을 떠났다. 임대료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 유동인구가 적은 이곳에서 영업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미국의 신발기업 ‘탐스’ 같은 기업을 꿈꾸며 이곳에서 착한가방을 제작해 판매하고, 필리핀 아이들을 도와주던 ‘루아흐’ 전영운 대표는 “얼마 전 가게를 철수했다”고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서울시 지원사업이 끝난 후 이곳 상가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설관리공단과 재계약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집을 작업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그는 “임대료 자체는 여전히 저렴한 편”이라면서도 “유동인구가 적어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종로4가지하상가에는 현재 금의재, 라미아스텔라, 모우, 온유온유, 알로하훌라 등 5팀이 시설관리공단과 재계약을 해 남아있다.

초기에는 청년상인들이 힘을 모아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사진=종로4가청년가게 공식 페이스북>

가죽 수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알로하훌라’ 박지원 대표는 “매장은 이곳에 두고 있지만, 워낙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매출이 오르지 않아 현재 투잡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에는 청년상인들이 의기투합해 행사도 열고 했었는데 매출로 이어지지 않으니 점점 시들해졌다”며 “이미 침체된 상권을 청년 몇 명의 힘으로 되살리기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금은 서울시로부터 지원받는 것도 없는데 기존 상인들은 청년들이 지원받으며 장사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어 주변 상인과의 관계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복과 액세사리를 제작해 판매하는 ‘금의재’는 현재 예약제로만 운영하며 예약이 있는 날에만 가게를 연다. 금의재의 대표는 “처음부터 영업환경은 좋지 않았다”며 “가게 문을 열어놔도 찾는 사람이 없어 온라인 판매와 예약손님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바늘뜨기나 패브릭 등 유아용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온유온유’ 대표는 “이곳은 작업실을 겸해 열어두고 있다”며 “외부에서 강의하는 시간이 많아 가게 문을 닫아두는 일이 잦다”고 말한다.

서울시청년허브의 종로4가지하상가 생산혁신기지처럼 전통시장이나 오래된 상가의 상권침체 문제를 청년취업난과 함께 풀어가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시도가 최근 몇 년동안 늘고 있다. 중소기업청도 지난 5월 2017년 말까지 전통시장 16곳 340여개 점포에 250억원을 들여 청년몰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젊은 소비자를 시장으로 유인하고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신한 기획이지만, 이미 침체된 시장에 단기간에 많은 사람이 찾도록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서울시청년허브 이혜빈씨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종로4가지하상가 생산혁신기지 사업은 2013년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이 지하상가의 빈 점포를 활용하기 위해 제안해 온 사업으로 2년 한시 지원사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혁신기지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생산과 판매를 겸한 곳”이라며 “판매를 목적으로 입점한 청년상인들은 이곳과 맞지 않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년상인들에 대한 후속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냐는 질문에는 “2년간의 지원을 통해 상인 스스로 정체성을 찾고 시설관리공단과 직접 계약 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해 후속 모니터링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귀금속전문상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처음엔 찾아오는 사람이 조금 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곳에 남아있는 상인들은 이미 수십 년 해온 사람들이고 나이가 많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해 그나마 단골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며 “무턱대고 청년들이 들어온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