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통한 간접지분 규제 못하는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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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계열사 통한 간접지분 규제 못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피한 현대글로비스, 현대家 지분율 39.34%로 규제대상인데

기사입력2016-09-26 18:4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기업들이 지분율 조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관련규정을 고칠 것을 요구받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당지원행위는 계열사가 자금, 자산 등을 통상적인 거래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함으로써 상대방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벌그룹의 총수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거래물량을 집중적으로 몰아주는 ‘일감몰아주기’가 대표적인 부당지원행위다. 공정거래법상 이러한 ‘부당지원행위’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져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2013년 8월 공정거래법 제23조의2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규정을 신설했지만, 피해갈 구멍이 많다.

국정감사에서 몇몇 의원들이 시정을 요구한 가장 큰 맹점이자 쟁점은 적용대상기업의 지분율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이냐다. 현행 공정거래법 제23조2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같은 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총액을 보유한 기업으로, 총수 본인 및 그 친족(총수일가) 또는 동일인 및 그 친족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말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규제대상을 확대해 지분율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하향조정할 것을 공정위에 요구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 지분율을 조정함으로써 규제대상에서 교묘히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지난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43.39%의 주식 일부를 매각, 지분율을 29.99%에 맞춰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중기이코노미

또 간접보유한 지분도 규제대상으로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법은 규제대상기업의 지분 요건을 총수일가가 직접 보유한 주식만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계열사 등을 통해 간접보유한 지분을 규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에서 총수일가가 지주회사만을 보유하고 있고, 계열사 내 자회사들이 기업집단 내 다른 계열사에 일감몰아주기를 해도 법을 적용할 수 없는 맹점이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지분매각 이후 2016년 8월30일 공시 자료를 보면, 정 부회장의 지분율(23.29%)과 정 회장 지분율(6.71%)은 30%에 못 미치는 29.99%다. 두 사람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4.88%,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4.46%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현대차와 현대차 정몽구재단을 더하면 현대家의 지분율은 39.34%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지만 현행법에서 간접지분은 포함하지 않기에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적용대상이 규제 피해가 법 집행 사례 적을 수밖에 없어

공정위는 현 시점에서 법 개정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새로운 규정이 2013년에 신설됐지만 유예기간 후 본격적으로 시행된건 2015년 2월이며, 법 집행 사례가 거의 없어 아직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제도 시행결과를 좀 더 지켜보며 드러나는 미비점을 보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의견이다.

그러나 예상한 문제점이 실제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점을 따지기 전에 공정위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신설규정 유예기간 종료일인 2월14일을 1주일 남겨두고 지분율 조정을 통해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갔다.

<자료=경제개혁연구소> ©중기이코노미

현대글로비스 뿐만 아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신설 규정 시행 직후인 2015년 2월26일 발표한 ‘일감몰아주기 관련 과세 및 규제회피 사례와 관련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신설 규정 적용 106개 기업 중 제일모직, STS로지스틱스, CJ시스템즈, 현대엠코, 신세계에스브이엔 등 28개 기업들이 합병·분할·지분매각 등을 통해 규제를 피했다. 총수일가를 대상으로 규제를 만들었는데 총수일가가 규제를 피해가면 당연히 법 집행 사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지분율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은 20대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제윤경 의원안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안은 지분요건을 상장사·비상장사 구분없이 모두 20%로 낮췄다. 또 공익법인이나 분할·합병 등을 통한 간접지분율도 포함시켰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안은 상장·비상장사 지분율을 모두 10%로 낮췄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구소 이수정 연구원은 26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애초 공정위가 상장·비상장 지분율을 30%와 20%로 제한한 특별한 기준은 없는 것 같다”면서 “현행법에서 대기업들의 규제회피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20%로 낮춰 요건을 강화해야 일감몰아주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