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어렵네…통관애로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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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중국 수출 어렵네…통관애로 줄이려면 기업보다 관료조직 우선…서두르는 법 없고 예외 상황 적용 꺼려

기사입력2016-10-13 19:4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폴리우레탄 코팅직물을 중국으로 수출하던 A기업은 정상적으로 관세청 유니패스를 통해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 중국 바이어에 전달하고 FTA협정 세율적용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입국 표기가 문제가 됐다. 대한민국 상공회의소의 무역인증과 표기가 달랐던 것이다. 관세청 원산지증명서에는 ‘CHINA’로, 상공회의소 무역인증서에는 ‘PEOPLE’s REPUBLIC OF CHINA’가 수입국으로 기재돼 있었다. 둘 다 똑같이 중국을 가리키지만 상해세관은 이를 이유로 FTA협정 세율적용을 거절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광교테크노밸리에서 13일 열린 ‘한·중FTA 활용 및 통관애로 해결방안’ 설명회에 참가한 기업들이 통관시 겪는 애로사항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중국을 흔히 ‘대륙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통관을 진행하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문제도 꼼꼼히 따져보고 고칠 때까지 통관을 허락하지 않는다. 올 1월에서 8월 사이 통관애로 접수 건수를 보면, 한-아세안에 이어 한-중 통관애로 건수가 많았다. 건수기준 27.1%, 금액기준 7.2%다.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박순태 주무관은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한·중FTA 활용 및 통관애로 해결방안’ 설명회에서 “8월 관세청 접수 기준으로 보면 107건의 통관애로 건수 중 48건이 중국 통관애로 사항”이라며 “중국통관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FTA를 대하는 태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FTA의 목적은 협정 양 당사국간 교역을 활성화 시키는 것을 전제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조금 다르다. 박 주무관은 “중국은 자국 수출품목이 FTA특혜적용을 받느냐 보다는, 수입품들이 FTA특혜를 적용받아 관세세수가 감소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를들어 한국과 중국은 품목분류번호인 ‘HS Code’ 단위가 상이하다. 한국은 10단위를 쓰는데 중국은 8단위를 사용한다. 중국 수출시 이 HS Code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중국은 어느 것이 가장 적합하냐 보다는 적용가능 HS Code 중 고세율의 HS로 분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한국기업으로서는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세율을 적용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류위조 등을 통한 FTA특혜 적용 또한 중국이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원산지증명서와 같은 서류의 양식, 인장, 서명 등을 심사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통관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가 작용하기도 한다. 박 주무관은 “중국 관료들이 전례가 없는 일에 대해선 잘 처리하려 하지 않으려 하며, 업무량이 증가해도 빠르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없다”고 했다. FTA협정에 따라 통관 이후에도 FTA 적용신청을 할 수 있었지만, 통관 이전 신청만을 고집하며 대기업 현지법인의 신청을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한·중FTA 협정서에는 48시간 통관원칙이 있지만 평균 5~6일이 소요된다는 민원도 많다. 박 주무관은 “중국은 관료조직을 기업보다 우선시 하는 성향이 강하다”며 “예외적 상황을 잘 허용하지 않으려 하며, 기업들이 급한 건이라 요청해도 중국 관료들이 서두르는 법이 없으니, 중국수출시 여유시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과 관련해 법이나 절차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도(道)에 해당하는 중국의 성(省)은 그 규모가 한 개의 국가에 맞먹을 정도로 크다. 그러다 보니 각 성이 분권화된 경향을 보인다. 화장품 수출의 경우 산동해관은 화장품이 쉽게 통관되는 반면, 상해해관은 까다롭게 심사한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중FTA 활용 및 통관애로 해결방안’ 설명회에서 서울세관 박순태 주무관은 “통관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세청을 통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또 국가 규모가 커 제도나 절차가 바뀌어도 실제로 시행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지역마다 다르다. 박 주무관은 “올해 7월 대한민국 관세청에서 발급하는 서류에 들어가는 위조방지코드, QR코드, 관세청 이미지 등이 변경돼 중국세관에 통보를 해줬지만 아직도 반영되지 않은 곳이 있다”며 “규제를 개선하거나 절차를 변경해도 중국 전체가 단기간에 바뀌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통관애로가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수출대행자를 통해 통관을 진행할 경우 수출대행자의 말만 믿었다가 사실관계가 달라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 주무관은 “증빙서류를 직접 확인해야 애로사항을 해결하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내용이 누락돼 애로사항 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협조요청을 하는 경우 6하 원칙에 따라 정확히 기재해야 중국해관에서도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기업들이 통관애로가 발생하면 급한 마음에 여러 경로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돌고 돌아 관세청에 왔을 때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 뒤다. 박 주무관은 “애로사항 발생 후 관세청에 접수되기까지 두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방안을 다 써보고 싶겠지만, 중국내 통관문제는 결국 관세청에서만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관세청에서는 ‘YES-FTA’ 사이트를 통해 애로사항에 대한 접수를 받고 있다. 필요하다면 관세청 직원들이 직접 기업을 찾아가 통관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교육도 제공한다. 중국 수출에 앞서 중국 통관을 먼저 이해해야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