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점주 상생모델 구매협동조합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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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가맹본부-점주 상생모델 구매협동조합 만들자 필수물품 공급으로 이익내는 가맹본부…“물품조달 구조를 바꾸자”

기사입력2016-11-01 11:2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외식비중이 높은 국내 가맹사업은 경쟁브랜드 뿐만 아니라 상권이 겹치는 경우 동일브랜드끼리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렇다보니 가맹본부와 가맹점사업자의 갈등, 가맹희망자의 가맹본부에 대한 불신, 가맹사업자 상호간의 다툼, 가맹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분야 분쟁조정건수는 2011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다, 가맹점사업자단체구성으로 집단적 대응이 시작되는 2012년부터 개별분쟁은 점차 줄고 집단교섭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이 가운데 가맹본부가 ‘필수물품’이라는 명목으로 구입을 강제하는 원부자재의 비용은 가맹점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갈등의 주요 이유중 하나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3년 8월 가맹사업법에 가맹점주단체구성권이 도입되면서, 시행 2년반 만에 33개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생겨났으며, 현재 단체구성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가맹점사업자단체의 연합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연석회의도 생겨났다.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거래조건 등에 대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가맹사업자단체들은 가맹본부와의 대척점에서 주로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다. 가맹점의 수익악화로 가맹점이 무너지고 브랜드 이미지 저하로 이어지면, 결국 가맹본점의 존립에도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가맹사업 상생모델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부상

가맹본부에만 유리한 물품조달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상생모델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란 전체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구매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식자재·소비재·메뉴구성·인테리어 공사 등 모든 구매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조직형태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좋은 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미국 프랜차이즈 중 가장 먼저 협동조합을 구성한 기업은 ‘던킨도너츠’였다. 1946년 창업한 던킨도너츠는 현재 세계 31개국 9760개의 매장에서 매일 250만개의 도넛을 판매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1970년대 중반 밀가루, 설탕, 식용유와 같은 필수물품의 가격폭등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던킨도너츠는 가맹점이 물가폭등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회사, 제조업체, 유통업체 간의 관계변화가 필요했다. 가맹점과 본사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사업이 미래에도 매력적인 사업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기존 가맹점들의 순수익을 6.8%에서 50%이상 높은 10~20%로 목표를 잡았다.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이 시급했다. 당시 가맹점들은 도넛혼합물, 설탕, 쇼트닝, 충전재, 커피, 종이포장재 등 중요한 물품을 개별 도매업자와 직접 거래했다. 던킨도너츠는 본사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각각 2500달러를 출자해 지역별 유통실행프로그램(DCP) 협동조합을 만들었으며, 조합원에 1인 1표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각 가맹점은 각 지역 협동조합이 유통업체와 협상한 가격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물품의 70%이상을 구입했다. 대량구매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방식으로 가맹점들의 구매비용을 절감한 혁신적인 사례였다. 던킨도너츠의 협동조합은 수백만 달러의 원가를 절감했다는 것 외에도 원재료 부족으로부터 가맹점을 보호할 수 있었다. 또 통합유통구조 정착, 적정가격에 의한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물가변동 위험성 제거 등의 성과를 가져왔다.

13개 마을카페가 모여 지난 6월 창립한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AROPA)’<사진=아로파 공식 페이스북>

세계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도 구매협동조합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다. 1980년대 버거킹은 본사와 가맹점주 간 이익분배를 둘러싼 분쟁이 격렬했다. 계속된 분쟁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한 버커킹 본사는 1991년 가맹점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RSI’라는 구매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본사와 가맹점주가 공동투자하고 1인 1표의 권리행사를 통해 식재료·포장지·인테리어 공사까지 모든 구매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그 결과 원재료 구매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 이밖에 맥도널드, KFC, 피자헛 등에서도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간 상생의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구매단가를 인하함으로써 가맹점 수익을 늘리고 가맹점 출점으로 이어져 본사의 로열티 수익도 늘어나는 ‘윈윈’ 구조로 정착하고 있다. 또 가맹점주의 참여도가 증가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공동운명체로서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과 전체 매출상승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한국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의미있는 시도’

현재 우리나라 가맹점 본사의 수익구조는 로열티보다 재료공급을 고가로 해 얻은 물류마진 수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형태를 도입하기는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의미있는 시도’가 있다.

지난 6월 소셜카페협동조합 ‘아로파(AROPA)’는 13개 마을카페들이 모여 만들었다. 마을카페들이 가맹본부이자 가맹점이 되는 수평적 관계의 프랜차이즈가 되는 것이다. 카페 뿐 아니라 쿱비즈, 이피쿱 등 경영을 지원하는 협동조합도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아로파라는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고, 공동의 로스팅 공간을 마련했으며, 구매·물류·유통까지 공동으로 진행한다. 공동구매로 원두와 종이컵·홀더 등 부자재 구입비용을 10~20%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동 산지를 개발해 조합원들이 산지에서 직접 원두를 선별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식회사 체제에서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의 가맹점 ‘국수나무’<사진=해피브릿지협동조합 홈페이지>

또 국수나무·화평동·도쿄스테이크·헬로쿱 등 전국 49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2013년 주식회사 체제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자체공장을 설립해 물류비용을 줄였으며,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분쟁건수 0건, 재계약률 100%라는 성과를 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상생관계는 가맹본부의 인식변화에서 시작한다.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가맹점이 수익창출의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한 배를 탄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가맹본부의 시장 영향력이 가맹점단체의 조직력과 만났을 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폭발력이 생긴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말했다.

이러한 가맹본부의 인식전환과는 별개로, 법과 제도를 통해서 가맹본부가 원부자재와 필요물품 등을 불공정하게 강매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구체적으로 가맹점주들은 가맹거래법 조항에 필수물품이라는 명목으로 부당하게 구매를 강요하는 행위를 불공정 행위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맹거래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 제출한 이학영 의원실의 전재현 비서관은 이와관련 “필수물품이란 것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법안에 하나 하나 명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고 “가맹사업자단체의 법적지위를 강화하는 한편 실질적인 ‘단체교섭권’을 부여함으로써 거래조건 등에 대한 단체협상을 통해 필수물품 강매행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전 비서관은 “현행법 상 가맹점주단체를 구성하도록 돼 있으나, 단체설립을 증명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본점과의 협상과정에서 본점이 거부하면 상호 협의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공정위에 신고하면 본부가 이들 단체의 협의요청을 거부할 수 없으며, 본부가 사업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경우 배상책임을 하도록 한 내용도 담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