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정당성 결여 “갈등·대립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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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개성공단 중단 정당성 결여 “갈등·대립 키웠다” 중단조치 이전 청문 실시, 긴급상황이라면 추후 국회 승인 얻었어야

기사입력2017-02-13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개성공단 사업 전면 중단조치의 정당성 여부 그리고 사업중단으로 인한 입주기업 피해에 대한 보상 논란 등 갈등과 대립이 1년간 이어지고 있다. 돌아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만약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 전면중단 조치 전후 과정에서 확실한 명분이 있고 적법한 절차를 지켰다면,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를 결정하면서 정당한 이유도 제시하지 못했고, 법에 정해진 절차도 어겼다.

남북교류협력법 ‘청문 실시하고 10일전 사유 알려야’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가 법적근거가 없음은 정부도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2월14일 발표한 ‘개성공단 중단 관련 Q&A-정부조치의 법적 성격 및 제재의 효과’를 보면, ‘위법적 조치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의 도발로 인해 개성공단의 정상적 가동이 어렵고, 국민의 신변안전을 위한 정치적 결단에 의한 행정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법’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적 결단’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 또는 제한했다는 것을 자백한 셈이다.

지난해 4월 중기이코노미가 찾은 개성공단 한 입주기업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 있는‘일별 생산실적판’에는 설 연휴 직전인 2월5일을 끝으로 비어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2월10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가동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중기이코노미

개성공단 사업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중단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5항은 ‘통일부장관은 제4항에 따라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하려면 청문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시행령 제28조는 ‘통일부장관은 청문을 실시하는 경우 청문 예정일 10일 전까지 협력사업의 정지를 명하거나 승인을 취소하는 사유가 기록된 서면을 그 협력사업의 승인을 받은 자에게 보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한 지난해 2월7일에 맞춰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하기로 정했다면, 정지명령 또는 승인취소 사유를 기록한 서면을 입주기업에 보내고, 10일이 경과한 2월17일 이후에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10일을 참지 못하고 서둘러 결정한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이후 국회 승인 얻었어야

청문일정을 거치지 못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이후 국회 승인을 얻어야 했다. 헌법 제76조 제1항은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조 제3항은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하고, 동조 제4항은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처분 또는 명령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명시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만 제한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재산권을 박탈 또는 제한하면서 아직까지 어떠한 법률에 근거한다고 밝힌 바 없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중기이코노미

법률에 의한 제한 이외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는 헌법 제76조 제1항에 따른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다. 긴급재정명령의 전제는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실존해야 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이 ‘내우·외환·천재·지변’에 해당되지 않는다. 설사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을 백번 고려,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경제상의 처분’임을 인정하더라도 국회의 사후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동의를 받지 않았다. 정부의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는 헌법 제76조 제4항에 따라 효력을 상실, 무효인 처분이 된다.

“입주기업, 오후 2시경 통보받아…5시 공식 발표”

이와 관련 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헌법 제76조에 따라 긴급재정명령권을 행사했더라도 최대한 빨리 국회 승인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런 조치가 없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조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입주기업들이 통일부로부터 중단조치를 들은 시점은 2016년 2월10일 오후 2시경이고, 같은 날 5시경 공식 발표가 났다”며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법적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조치는 불법이고, 그에 따라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서 종사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이 북한 핵개발에 사용됐다는 것도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을 전면 중단한 이유 중 하나다. 홍영표 통일부 장관은 한국방송공사 ‘일요진단’과 가진 인터뷰에서 “개성공단의 경우 근로자들 임금, 기타 비용 등이 근로자들한테 바로 가지 않고 북한 당국에 들어간다”며 “근로자들은 북한 원화와 물품을 살 수 있는 소위 ‘물표’라는 것을 지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장관은 “그 돈의 70%가 당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쓰여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대해 비대위 관계자는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경제특구중앙총국에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고, 총국에서 근로자들에게 물표 형식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국에서 근로자들에게 물표를 얼마나 지급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지난해 2월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개성공단 자금의 핵 개발 전용에 대해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사진=뉴시스>

홍 장관은 “북한 근로자 임금 70%가 당 서기실 등으로 전해져서 쓰여지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란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지급한 임금 총액과 북한 근로자들 손에 들어간 물표를 비교해 북한 근로자들은 임금총액의 30%에 해당하는 물표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특히 정부의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는 남북간의 정치적인 충격 이외에도 입주기업에 수천억원이 넘는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면 국민은 따라야 한다는 봉건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우려가 와전된 것”…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했다

나아가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까지 했다. 홍 장관은 지난해 2월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개성공단 자금이 핵 개발에 유입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에 “자금이 들어간 증거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와전됐다”며 “그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이 북핵개발에 사용됐는지 증거도 없이 ‘북한위협론’만을 가지고 개성공단 사업 중단조치를 결정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다.

향후 개성공단 사업이 재개될 때 걸림돌이라고 지적을 받는 2013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 2094호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결의안에 따르면 ‘대량현금(bulk cash) 등의 대량파괴무기(WMD) 전용 우려가 있는 경우 신고’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해 신고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한 임금이 핵실험 자금으로 전용됐다는 증거를 정부가 갖고 있지 않거나,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거나 둘 중 하나다. 전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유로 향후 개성공단 사업 재개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비대위 관계자는 “북한 핵실험 자금 얘기는 나중에 나온 것이며, 중단 직후 나온 얘기는 국가안위와 국민의 신변안전이었다”며 “중단조치 발표 이후 설연휴 기간 동안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신변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냐는 비판이 일자, 그때 북한 핵실험 자금 이야기가 나온 것이며 이후 신변안전 문제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 중단결정 과정 전후의 상황을 짚어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 정부가 생각하는 ‘보상’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정부는 잘못한 것도, 법을 위반한 것도 없으니 원칙적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를 위법하게 진행하고서, 입주기업 보상에 대해서는 법률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의 형태로 보상을 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은 후에 다시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 현재 비대위는 ‘지원’이 아닌 ‘보상’을 말하고 있지만,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