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이어 롯데쇼핑몰, 망원시장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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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홈플러스 이어 롯데쇼핑몰, 망원시장 망연자실 유통괴물과 다시 만난 시장 “지역경제 차원서 유통산업법 개정을”

기사입력2017-03-08 18:4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시장은 2011년 홈플러스에 이어 2015년 롯데 복합쇼핑몰 입점을 놓고, 두 차례나 걸쳐 대규모 점포와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중기이코노미가 7일 오전 10시 반 무렵에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조금 이른 시간이 아닐까 싶었지만, 지하철 6호선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망원시장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분주하게 장사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이미 가게를 열고 손님을 맞이하면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6년 전인 2011년, 망원시장과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대형마트가 입점을 했다. 주변상권을 싹쓸이할 것이란 우려가 컸던 당시, 망원시장 상인들은 하나가 돼 대형마트 입점에 반대했다. 그리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고, 망원시장은 지금과 같이 활기를 띨 수 있었다. 그것도 잠시 2015년부터 이제 망원시장은 복합쇼핑몰이라는 유통괴물과 마주쳤다.

절반의 성과를 거둔 ‘홈플러스’와의 힘겨운 싸움

홈플러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점이 입점한다는 사실을 망원시장 상인들이 알게된 시기는 2011년이다. 이미 건물이 사실상 완공된 시점이었고, 상품입고를 앞둔 때였다. 마포구 주민대책위원회의 조영권 정책위원장은 “입소문을 통해 떠돌던 홈플러스 입점 얘기를 구청에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었다”며 “메세나폴리스 건물이 다 올라갈 동안 지하에 무엇이 입점할지 모르고 있다가, 영업을 앞두고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2㎞ 남짓 떨어진 지하철역 바로 옆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게 되면, 망원시장 뿐만 아니라 인근 상인들에게도 생존이 걸린 사안일 수 밖에 없다. 망원시장 상인들은 철시(撤市)까지 감행하며 홈플러스 본사, 마포구청,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 앞에서 시위와 천막농성까지 벌였다. 저녁 8시가 되면 촛불을 켜고 시장을 열었고, 한달에 한번은 주민·시민단체와 함께 시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해 입점 반대운동을 해왔다.

조 정책위원장은 “당시 홈플러스 입점 반대운동은 지역주민 2만명이 서명에 동참할 정도로 반대여론이 강했다”며 “홈플러스는 당시 망원시장 인근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월드컵경기장에 홈플러스가 이미 입점된 상태였음에도 합정역에 또 다시 입점을 추진했다. 이런 무분별한 확장에 대해 지역주민들 역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 망원시장 상인들과 홈플러스는 상생협약을 체결했고, 2013년 3월 홈플러스 메세나폴리스점이 문을 열었다. 상생협약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한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일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고, 배나 떡볶이 같은 10개 품목의 판매를 제한했다. 이외 망원시장 인근에 있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폐점한다는 약속도 받았다. 조 정책위원장에 따르면 당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일매출 2000만원으로 전국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중에서도 최상위권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조 정책위원장은 “대책위원회에서 인근 상점을 조사한 결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폐점된 후 반경 500m이내 주변 55개 점포들 중 56.4%의 평균매출이 12.7% 상승했다”며 “규모가 크지 않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하나만 폐점을 해도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망원시장에는 소비자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중기이코노미

2년 후 복합쇼핑몰의 등장…망원시장은 망연자실

하지만 이번엔 축구장 32개 크기의 복합쇼핑몰이 상인들 앞을 가로 막았다. 조 정책위원장은 “보통 복합쇼핑몰의 영향력이 10㎞에 이르며, 특히 5~10㎞의 상권은 가장 치명적이다”며 “망원시장은 롯데가 구입한 복합쇼핑몰 부지에서 딱 5㎞거리에 있다. 홈플러스와 2년여간의 싸움을 끝낸지 이제 2년, 이번엔 복합쇼핑몰 입점이 예정돼 있어 망원시장 상인들은 망연자실해 있다”고 밝혔다.

2015년 롯데가 상암동 부지 사업계획서를 서울시에 제출했고, 서울시 DMC관리자문회의를 거쳐 현재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마포구의 건축허가를 거쳐 복합쇼핑몰 건립이 시작된다.

조 정책위원장은 “마포구청에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구청장과 면담도 가졌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받았다. 마포구에서는 복합쇼핑몰이 들어서기를 원하는 눈치다. 복합쇼핑몰 입점을 미리 알고 있어도 주민들과 상인들의 의견이 반영될 통로가 없는 것은 과거와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상암동 부지에는 3개동의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중 1개동에는 판매시설 입점을 하지 않도록 제안한 상태다. 망원시장 대책위원회는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정책위원장은 “나름 상생협약의 조건으로 이런 제안이 나온 것 같지만, 1개동에 판매시설이 없다고 효율성있는 상생이 될 수 없다”며 “상생협약은 복합쇼핑몰이 입점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복합쇼핑몰 입점을 전면 재검토 하자는 것이다. 현재 복합쇼핑몰 입점예정 부지는 서울시가 롯데에 판매한 부지인 만큼 서울시가 이 부지를 재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산업벌전법 개정 통해 복합쇼핑몰 규제해야”

시간을 2013년으로 되돌려 보면, 홈플러스와의 힘겨운 싸움끝에 망원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장상점 전체가 T-Money 카드 결제시스템을 갖췄고, ‘걱정마요 김대리’ 배달서비스도 시행하며 배송센터도 만들었다. 또 망원시장 고객센터 지하강당을 개방해 지역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1인가구가 많은 지역사회 특성을 고려해 1인 레시피나 도시락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조 정책위원장은 “홈플러스와의 싸움 이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시장상인들의 단합이고, 또 망원시장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라며 “점포 문을 닫고 거리에 나서기도 했고 천막농성을 하면서 존재감을 내세우기도 했지만,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도 함께했다. 복합쇼핑몰 입점은 망원시장만의 독자적인 생존 문제가 아니라, 지역공동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복합쇼핑몰 규제책은 그 존재가 무색하다. 조 정책위원장은 “이번엔 첫 삽을 뜨기 전에 복합쇼핑몰 입점을 알게 됐지만, 사실 크게 다를 것이 없다”며 “대기업은 복합쇼핑몰로 도심에 진출해,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바꾸려 하는데, 지역주민들과 상인들이 현행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1km 이상 떨어져 있으면 복합쇼핑몰 입점이 허용되는데, 이 규정을 1㎞반경이 아닌 도심 외곽지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대규모점포의 문제는 이제 전통시장을, 골목상권을 살려달라는 그런 차원이 아닌 것 같다”며 “국가 경제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유통산업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의 문제다. 정치권에서 거리제한 규정 강화 등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을 엄격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