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사건 상식에 어긋나…국민참여재판 도입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갑질’ 사건 상식에 어긋나…국민참여재판 도입 “손해배상 인정 증명 어려워, 상식과 동떨어진 결정 나오기도”

기사입력2017-04-10 13:4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을 포함한 원청이나 가맹본부, 대리점 본사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사전예방이 중요하다. 불공정행위를 즉각 멈추지 않으면 중소기업 대부분은 사업존폐를 고민할 수 밖에 없고, 사업을 접은 후에는 보상이 이뤄져도 의미가 없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가해자가 얻는 이익이 피해자에 대한 배상보다 크고,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하는 과징금이 사회통념에 비춰 낮기 때문이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실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됐지만, 법원이 법위반 행위, 특히 불공정거래 행위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및 손해배상 범위를 소극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3배의 배상이 이뤄지는 경우는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동우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정거래 사건에서 중요한 게 갑질의 존재여부와 손해배상 인정여부인데, 이에 필요한 증거가 대기업을 비롯한 갑에게 많고, 대부분 구두여서 서면증거가 아니면 민사소송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며 “이로 인해 국민 상식과는 거리가 먼 결정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이 변호사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불공정거래 행위 사건에 대해 국민참여재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변호사가 제안한 입법안에 따르면, 국민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관한 소송을 직접 지켜보면서, 청구의 인정여부 및 인정범위에 관해 평의하고 평결하는 것이다. 평결의 내용으론 불공정거래 행위의 존재여부 및 공정거래법 적용여부를 판단해 재판부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다. 청구금액 10억원을 초과하는 대상사건에 대해서는 9인의 배심원이 참여하고, 그 외 대상사건은 7인의 배심원이 참여하는 형태다.

국민참여재판제도 적용범위는 ▲공정거래법 제3조의2 제1항 각호에 명시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제19조 각호에 명시된 ‘부당한 공동행위’ ▲제23조에 규정한 ‘불공정거래행위’ ▲제26조 제1항 각호에 명시된 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등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제에서는 배심원이 의견을 제시해도 판사가 이를 꼭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의견제시만으로도 실제 국민들의 인식과 법적용 사이의 거리감을 확인할 수 있고,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해당사건과 관련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을 둬, 이들이 소송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면 100% 구속력은 없어도, ‘국민사법참여위원회’에서 배심원을 존중해야 한다고 결정한 만큼 실효성이 상당할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이 불공정거래 사건에 도입되면 서면증거가 부족해도 갑질에 대한 정황상 또는 구두상 등 간접증거를 통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