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술탈취 위법인데, 구제난관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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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대기업 기술탈취 위법인데, 구제난관 속수무책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허위계약…현대차·한화 기술탈취 발표

기사입력2017-09-26 20:3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상생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이 제멋대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가 하면, 하도급 관계를 이용해 기술탈취까지 하고 있다. 대기업과의 거래이기에 오히려 믿고 안심했던 중소기업은 이로 인해 폐업위기까지 내몰린 경우가 적지 않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대회에서는 대기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한화 등의 부당·불공정행위 피해사례가 소개됐다.

◇대우조선해양, 실제 작업아닌 예산 맞춰 대금 줘=대우조선해양은 협력업체를 상대로 선시공·후계약 등의 위장 및 허위 하도급계약을 맺는가 하면, 협력업체 인건비도 되지 않는 낮은 하도급 대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 피해사내협력사대책위 발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협력업체 직원이 실제로 일한 시간이나 작업물량에 따른 대금이 아닌, 자신들의 예산에 맞춰 대금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가 받은 돈은 실제 대금의 60~70%에 불과했다.

대책위는 “대우조선해양은 작업내용이나 선박종류에 따라 달리 대금을 결정하면서, 기준이 되는 시수환산표를 제공하지 않아 대금결정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 없다”며 “또 협력업체는 작업완료 후 작업별로 대우조선 전산시스템에 입력을 하나, 후에 작성되는 계약서와 정산합의서에서는 작업별 내역을 볼 수 없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협력업체들은 잦은 설계변경으로 철거 및 재설치 작업시간이 급격히 증가함에도 그만큼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폐업한 협력업체 수만 119개사, 피해액은 223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대우조선해양은 협력업체가 보내야 할 견적서를 자신들이 보내는가 하면, 매월 정산시 예산을 핑계로 정가보다 적은 공사대금을 제시하고, 익월에 보장하겠다는 거짓말로 정산대금 합의 및 전사서명을 강요했다”며 “협력업체들은 적은 공사대금이라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하고, 임금 부족분은 고스란히 협력업체 대표의 몫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책임 피하려 허위도급계약서 작성=현대중공업 또한 협력업체와 허위도급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의적으로 대금을 삭감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권리찾기 추진위는 “작업내용이 없는 계약, 동일 작업에 대한 상이한 단가, 계약서상 공사금액과 집행금액 상이한 내용 등 협력사가 현대중공업과 맺은 계약이 적게는 60%, 많게는 90%가 이런 허위계약”이라고 했다.

또 추진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직영근로자는 하루 9시간으로 임금을 계산하지만, 협력사는 일방적으로 6시간만으로 결정, 사내협력사 인력파견에 대한 대가를 실투입공수의 50%에서 70%에 불과한 대금을 임의로 결정하고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현대중공업은 노동법상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내협력사들에게 허위도급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기업의 하도급 갑질, 기술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사례’ 발표대회에서는 대기업과의 하도급 거래에서 피해를 입거나 기술탈취로 어려움을 겪은 중소기업 피해사례가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현대자동차에 기술탈취 당한 중소기업 두곳=하도급 관계를 이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는 대기업 여러 군데서 나온다.

이날 발표대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거래를 하던 ㈜비제이씨는 2006년 자동차 페인트 도장과정에서 발생하는 맹독성 위험물질을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과 2014년 이 기술을 직원 석사학위 논문, 경북대와의 산학과제, 유사기술 특허 등에 사용했지만, 단 한차례도 비제이씨가 출처임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리고 2015년 현대차는 비제이씨와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후 현대차는 이 기술에 대한 권한이 없음에도 제3자에게 기술을 제공하고 사용하는 행태를 보였으며, 올해에는 공정위에 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기술탈취당한 미생물과 무관한 제품계약도 강제 해지해, 비제이씨는 매출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현대차에 기술탈취를 당한 기업은 또 있다. 2015년 3월 ㈜오엔씨엔지니어링은 기존 현대차가 가지고 있던 전동실린더의 잦은 고장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당해 5월 현대차는 오엔씨엔지니어링에 기술설명회를 요청했고, 오엔씨엔지니어링은 기술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유출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설명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해당 기술제품을 분해해 분석하는 한편, 당해 6월 울산공장에 도입하기도 했다. 이어 같은해 기술제품에 대한 정보를 다국적기업에 유출하고, 12월에는 현대차 국내외 공장에서 양산하고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에 오엔씨엔지니어링은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전했고, 현대차는 자신이 기술을 유출한 다국적기업에 오엔씨엔지니어링을 회유하라고 지시했으며, 이 다국적기업은 현대차의 의견을 전하며 갑질에 당혹스럽다는 의견을 오엔씨엔지니어링에 전달해왔다는 것이다. 오엔씨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기술탈취로 개발비 10억원의 손해를 본 반면, 현대는 이 기술을 적용함에 따라 생산성이 증가해 약 300억원 이상의 이득을 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위탁계약 맺고서 자체생산 해버린 한화=㈜에스제이이노테크는 한화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했다고 한다.

에스제이이노테크는 2008년에서 2011년에 걸쳐 고효율 태양전지 실리콘기판을 제조하기 위한 태양관 스크린 프린터를 개발했다. 2011년 7월 에즈제이이노테크는 당시 한화테크엠과 장비제조공급 위탁계약을 맺고 한화솔라원에 납품하기로 했다.

이후 한화는 2014년 계약서에 없는 장비 업그레이드를 요구해 납품이 지연됐으며, 2015년 한화는 에스제이이노테크와 아무런 협의없이 비슷한 기술을 적용해 제품개발 후 그룹계열사인 한화큐셀코리아에 납품을 했다. 반면 에스제이이노테크는 결국 납품하지 못한채 위탁계약을 합의해지했다. 이로인해 현재까지 70억원의 피해를 입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피해액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피해사례, 위법성 확인되지만, 피해구제 받기 어려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서치원 변호사는 “이러한 피해사례는 모두 원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위법성이 확인되지만, 피해구제를 받기는 어렵다”며 “피해기업 중에는 공정위에 신고절차를 진행하고도 조사지연으로 인해 불어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가 있다. 또 현대중공업의 경우 피심인이 동일하지만 쟁점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실시하기에 앞서 기존판결을 앞세워 사건을 충실하게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위원회의 분쟁해결조정절차 또한 대기업의 불성실한 태도로 조정에 임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방도가 없으며, 민사소송의 경우 허위계약이나 기술탈취로 인한 손해발생 및 손해액수를 입증하기 어렵다.

서 변호사는 “하도급법에 명시된 ‘단가’에 ‘단가, 시수 등 사전 협의된 가격결정요인’ 등 보다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고, ‘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도 원사업자가 부당한 경영간섭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변경해야 한다”며 “효율적인 하도급 거래 관리·감독을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가진 하도급감독관으로 하여금 원사업자가 하도급법에 따라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는지 점검·심문·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하도급감독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