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가업상속공제 확대, 올해엔 통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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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논란’ 가업상속공제 확대, 올해엔 통과될까? “10년 경영 요건 7년으로 완화 등 필요” 주장 나와

기사입력2015-06-2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방안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확대를 담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표결 끝에 부결됐다. 피상속인 요건 중 사전 경영기간을 5년으로 단축하자는 정부안이 과도하다는 여야 합의가 이뤄져, 7년으로 줄이는 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지만 찬성표가 과반을 넘지 못했다. 여기에 정부가 제출한 원안마저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법 개정이 무산된 이유는 본회의에 앞서 진행된 토론에서, 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면 상속세 제도가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측 의견이 여야 의원들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법 개정이 무산되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지난해 12월 재차 가업상속공제 법안을 발의했다. 새로 발의한 안에는 현행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인 중소·중견기업이라는 요건을 매출액 5000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피상속인의 계속경영 기간은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사후관리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는 상속공제를 받은 가업용 자산을 10년 이내에 20%(5년 이내 10%) 이상 처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은 법인에 대한 자산유지 의무를 없애고, 개인의 경우 10년내 50%이상 처분 금지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고용유지 의무의 경우 각 사업연도 정규직 근로자 평균인원이 기준고용인원의 80% 이상이어야 한다는 현행 규정은 삭제하고,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 전체 평균은 120% 이상이어야 한다는 중견기업의 의무를 중소기업과 같이 100%로 낮추자는 방안도 들어갔다.

가업상속공제 적용 시 세액 차이

<자료=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될 경우 그 혜택이 워낙 크기 때문에, 개정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많은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권영진 전문위원은 법안검토 보고서에서, 2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으로 가업상속재산만 600억이고, 상속인은 1명이며 가업상속공제와 일괄공제만 있는 경우를 가정할 때 상속세 부담이 225억원 감소한다는 예시를 들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상속재산가액 600억원에서 5억원을 일괄공제한 595억원이 상속세 과세표준이 되고, 세율 50%에 누진공제와 신고세액공제를 적용하면 세액은 263억6100만원이 된다. 반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면 500억원이 공제되고, 일괄공제를 거친 상속세 과세표준은 95억원으로 줄어든다. 결국 최종세액은 38억6100만원까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영진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개정안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기업의 범위가 짧은 기간에 급속하게 확대돼 충분한 효과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제도의 활용 사례 및 고용효과 등을 일정 기간을 두고 평가한 이후 제도 보완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입법취지와는 별개로 제도의 혜택규정을 활용해 자신의 조세부담을 감소시키려는 유인이 존재하므로 대상요건의 완화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7년 도입된 가업상속공제는 2007년 대상이 대폭 확대된 이후 2010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2013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요건이 완화돼 왔다.

그러나 “최근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상황에서 기업의 영속성은 과거의 기업 영위기간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이 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고, 따라서 현행 10년의 기업영위기간은 지나치게 엄격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실제로 한국의 중소기업 중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기업은 전체의 34.3%에 불과하다.

2014년 국내 중소기업 업력 현황

<자료=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일각에서는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유지할 명분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인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5월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가 발간한 ‘경제정의 브리프스’ 1호에 게재한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 “우리의 제도는 가업승계에 대한 공제인지, 기업 승계에 대한 공제제도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 제도는 독일이 먼저 도입했고 한국 역시 비슷한 시기에 도입했다. 독일의 경우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가족에게 기업이 승계되지 않으면 기업의 경쟁력 유지가 어려운 기업이어야 한다. 다른 이에게 기업이 승계돼도 경쟁력이 유지되면 근로자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까닭이 없기 때문에 가업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상속인에게 기업의 지분자산이외에 다른 자산이 없거나 매우 부족해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어야 하고,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한 이후 고용수준을 유지하는 등의 의무도 따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가업상속공제의 요건에 이같은 내용이 없다. 김 교수는 “경제적 효용이 증명되지 않고 그 혜택이 특권층에게만 귀속되는 가업상속공제제도는 폐지하거나 그 요건을 대폭 강화해 가업상속공제의 원래의 취지에 부합되는 경우에만 허용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업상속공제가 지속되는 한 과세 형평성 논란은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3일 국회에서 개최된 ‘상속증여세 정상화 토론회’에서 한양여대 오문성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단기적 측면에서 보면 가업상속공제는 원활한 가업상속을 지원한다는 측면과 일반납세자와의 형평성에 문제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피상속인 요건을 7년 정도로 완화하고, 고용유지규정은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기적 측면에서는 “공제제도보다는 과세유예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유예 후 가업자산 처분 시 처분비율에 따라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하거나, 10년 혹은 20년 등 장기에 걸쳐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