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서점 열고 지역주민 사랑방 ‘동네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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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도서관에 서점 열고 지역주민 사랑방 ‘동네서점’ 온라인과 대형 ‘공룡’에 맞선 변신…“문화허브로 재탄생해야”

기사입력2016-08-11 20:1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위치한 한우리문고. 서울서점협동조합 사무실을 겸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동네서점은 몇 없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 수는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5년 1559개로, 20년새 70% 이상 줄었다. 지금도 감소추세다. 또 인천 옹진군, 경북 영양군, 전남 신안군 등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서점 멸종 지역’은 전국적으로 6곳, 서점이 단 한 곳뿐인 지역도 43곳이나 된다.

동네서점의 고사 위기 속에서 지역서점과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해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동부지역의 동네서점 7곳이 모여 설립한 서울서점협동조합은 동네서점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의 독서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서점협동조합의 김의수 이사장은 서점만 30년 넘게 운영해 온 동네서점 파수꾼이다. 그는 2009년 동네서점으로는 드물게 인근 구립도서관에 납품계약을 맺고 책을 공급했다. 하지만 대형서점의 가격공세를 당해낼 수 없어 3년을 못 채우고 공급권을 내놓아야 했다. 김 이사장은 혼자 힘으로는 공룡서점에 대항할 수 없다는 생각에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한다.

서울서점협동조합의 무료 캐리커처 행사에 참여한 지역주민이 자신의 캐리커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서울서점협동조합>

서울서점협동조합은 공동물류창고를 운영하며 인근 관공서·도서관·학교 등에 도서를 공동으로 납품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 사장 혼자 운영하는 동네서점이 전산장비와 물류창고를 갖추고 공공기관에 도서를 납품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운영에 대한 부담은 낮추고 공공기관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협동조합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동네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또 공동판매 뿐 아니라 지역문화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한 달에 두 번 무료 캐리커처 행사를 열어 지역주민을 서점으로 초대한다. 지역 청소년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만화작가 강연회도 여는가 하면 지역주민들을 위해 ‘자기PR강연’이나 인문학 강연도 진행했다.

서울서점협동조합의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지난 6월27일에는 서울시 지역서점 활성화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서울 소재 중소형 서점의 경영안정과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조례안은 조합원들이 구의원이나 시의원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를 만들어 간 결과다. 서울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전국 최초 조례안 이후 경기도에서도 지난 4일 유사한 내용의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서울서점협동조합 김의수 이사장은 지난해 국공립도서관에 최초로 지역서점인 ‘책사랑’의 문을 열었다.<사진=서울서점협동조합>

김 이사장은 지난해 국공립도서관 안에 지역서점인 ‘책사랑’ 문을 열었다. 언뜻 도서관에서 서점 영업이 가능한가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도 한권쯤은 소장하고 싶은 책을 발견한다”며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기반으로 저자와의 만남이나 독서강연 등을 여는 문화공간으로써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동네서점들이 하나같이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이곳 동대문구만 하더라도 15년 전 60개에 이르던 동네서점이 이제 7개만 남았다”고 했다. “서점대표들이 월 100만원 벌이도 힘든 동네서점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명감 때문”이라며 “동네서점은 지역문화의 실핏줄이자 거리의 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동네서점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구류 판매를 겸하기도 하고, 북카페 형태의 서점들이 기존 서점의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이 도서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네서점이 살아나갈 수 있는 방안은 체질개선 뿐”이라면서 그러나 서점은 서점만이 갖는 문화적 품격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는 주점을 겸한 서점도 생기고 있지만 이는 서점 본연의 역할이 아니다. 서점은 지역문화를 순화시킬 수 있는 ‘문화허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