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산정 불합리하고 예외기준 과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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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과징금 산정 불합리하고 예외기준 과도 적용” 1억원이 1250만원으로 줄어…기본과징금 감액범위 제한 법안 발의

기사입력2016-10-26 17:2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감사원(사진)은 과징금 산정이 불합리하고, 예외기준도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공정위의 차별적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7조5000억원과 3조2000억원의 차이를 어떻게 납득해야 할까.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1월에서 2016년 8월 사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기본과징금 7조5247억원이다. 그러나 1, 2, 3차 조정을 거쳐 결정한 최종과징금은 3조2735억원으로, 47.9%가 줄었다.

지 의원은 대기업·대형로펌과 ‘부당한’ 접촉을 통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절반 가까이 깎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의원에 따르면, 2014년 1월1일부터 2016년 7월31일까지 2년7개월 동안 대기업과 대형로펌 관계자들은 근무일 기준 각각 하루 평균 약 7번씩 공정위 관계자를 만났다. 공정위 방문기록은 있지만 이들이 공정위 관계자와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지 의원은 ‘부당거래’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기본과징금에서 50%나 감액하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실태가 불합리한 과징금 부과기준, 불공정한 제도 운영 등 입법미비에 따른 것으로 입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같은 주장을 수용해 20대 국회에서는 공정위의 자의적인 과징금 부과를 제한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 2건이 발의됐다.

‘고무줄 과징금’ 나름의 산정기준이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함에 있어 반드시 ‘참작’해야 하는 요건이 있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과징금 부과) 제1항에 따르면, 공정위는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행위의 기간 및 횟수 ▲위반행위로 인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 등을 참작해 과징금을 부과한다.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과징금 부과시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최소요건 정도를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징금 산정·부과 과정

<자료=감사원>

과징금 부과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규정은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4항에 따른 대통령령 제61조(과징금 부과기준)다. 대통령령 제61조 제1항에 따른 별표2(위반행위의 과징금 부과기준)와 동조 제2항에 따라 공정위가 작성한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가 과징금 산정 실무기준이다. 별표2와 공정위 ‘고시’는 위반유형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경제력집중 억제규정 위반행위 ▲부당한 공동행위 등(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및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참가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 ▲부당한 지원행위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또 각각 행위의 위반정도에 따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 ▲중대한 위반행위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구분한 후 위반정도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관련 매출액 또는 위반액에 따라 정해진 부과기준율을 곱해 기본과징금을 산정한다. 위반유형을 어떤 것으로 적용하는가에 따라 과징금의 수준이 달라지고, 특히 위반정도에 대한 결정은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산정된 것이 기본과징금인데, 이 또한 1, 2, 3차 조정을 통해서 깍인다.

과징금 1억원이 3차 조정을 거쳐 1250만원

기본과징금은 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1항에 따라 위반행위의 기간·횟수를 참작해 50%이내에서 가중 또는 감경하는 1차 조정을 거친다. 이어 위반사업자의 고의·과실 여부 및 정도, 위반행위의 성격·사정 등을 고려해 1차 조정된 금액의 50% 한도내에서 다시 가중·감경하는 2차 조정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사업자의 현실적인 과징금 부담능력, 취득한 부당이득의 규모,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기타 시장·경제 여건을 고려해 2차 조정 금액의 50% 한도내에서 다시 가감을 거쳐 최종 부과과징금 액수를 결정한다.

과징금 산정 기준

<자료=국가법령정보시스템>

1억원의 기본과징금을 받은 경우 최대한도로 감액된다고 가정하면, 최종과징금은 1250만원으로 떨어진다.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 한 관계자는 “고시 규정에 따라 과징금을 가감하다보면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며 “법치행정 기본원리에 충실히 부합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자의적 판단에 따라 부과된 과징금이 소송에 걸려 패소해 반환하는 사례가 많아 그 기준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도 법률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감사원 “과징금 산정 불합리하고 예외기준 과도 적용”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기준이 불합리하고 자의적이란 지적이 이번 국정감사에서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 6월 감사원의 ‘공정거래업무 관리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2011년에서 2015년 7월 사이 과징금 부과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다툰 고등법원 판결 건수는 187건이며, 그 중 패소된 건수는 54건으로 패소율은 28.3%다. 이 패소율은 국세청 10.43%, 관세청 17.1%와 비교하면 2배 가량 높다. 대법원에서의 패소율 또한 98.1%로 국세청 92%, 관세청 87.8%보다 높다. 패소사유는 과징금 과다산정이 25건, 전체의 46.3%로 가장 많다. 패소로 인한 환급과징금은 6917억원, 환급가산금은 917억원으로 총 7834억원을 환급했다. 과징금을 제대로 산정했다면 국민의 세금 917억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재판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은 별도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과징금 산정·감면 기준은 법률의 근거하에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정하고, 이를 통해 과징금이 합리적으로 산정·감면되도록 해야 하는데…, 법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사유를 시행령에 감액사유로 추가하고 그 감액사유 및 비율에 관한 세부 적용기준도 없이” 고시에 규정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고시는 “과징금이 과중하다는 사유로 예외기준을 적용해 대폭 감액하는 등 과징금 산정을 불합리하게 하고, 예외기준을 과도하게 적용함으로써 법률규정 및 과징금 조정(1, 2차)을 형해화하고 법 적용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적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불합리한 산정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과징금 부과의 법적근거인 법률규정을 형식만 남기고 내용이나 가치를 사장시켰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액사유 및 감액률에 따른 과징금 감면 현황

2012~2015년 7월 과징금이 부과된 사건 기준<자료=감사원>

감사원은 공정위의 차별적 태도도 지적했다. 같은 자료에서 감사원은 공정위가 감액기준을 적용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해 동일한 사건 내에서 감액률을 서로 달리 적용하거나, 다른 사건의 중소기업은 감액하지 않는 등 과징금 감액기준을 임의 적용해 법적용의 공정성·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가 법적근거 없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과징금 부과대상인데도 부과하지 않는 경우 등 의사결정의 중요한 합의과정을 회의록에 기록하지 않아 과징금 부과·감면 결정의 투명성을 저해한다”고도 밝혔다.

감사원의 보고서 내용을 정리하면 결국 현행 공정거래법의 과징금 부과기준 명시 체계가 법률→시행령→고시로 내려갈수록 상위 법령을 구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고시에 규정된 과징금 부과시 고려사항을 공정거래법 제55조제3의 제1항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의 불합리한 산정기준과 자의적 판단 여지를 봉쇄하자는 것이다.

20대 국회 개정안, 기본과징금 감액범위 제한

그러나 20대 국회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과징금 부과시 고려사항을 법률로써 명확히 규정하자는데 까지는 나가지 않았고, 감액범위를 제한하는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안은 감액 범위를 ‘위반사업자의 현실적 부담능력,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기본)과징금 부과액의 2분의1 범위’로 한정짓고, ‘자진신고자 등에 대해 감면하는 경우에는 전액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공정거래법 제55조3에 신설했다.

개정안과 관련, 이원욱 의원실 정기조 비서관은 “과징금을 감경해주는 경우를 보면,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전액감경 해주거나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대폭 감경하는 등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는 면이 있어 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3차 조정까지 이뤄졌을 때도 기본과징금의 50%미만으로는 감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이어 정 비서관은 “자신신고자의 경우 공정위가 이를 제외할 경우 담합사례 적발이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와 추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안은 제55조3에 ‘가산 또는 감액 범위를 기본과징금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개정하고, 추가로 ‘전원회의 및 소회의의 회의록을 작성함에 있어서 위원들의 발언요지와 표결 내용 및 결과를 기재’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과징금 감액을 제한하는 수준은 이원욱 의원안보다 강하고 담합 또는 불공정행위 결정, 과징금 부과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회의록 작성시 기재사항을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