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후 他회사 근로자로 교체…비정규직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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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2년후 他회사 근로자로 교체…비정규직 유지”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이 아닌 ‘사용사유’를 제한…편법 막자

기사입력2016-12-12 19:3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서울대학교에 재직중인 235명의 기간제근로자(조교 제외)는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 중 13.6%인 32명만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형태를 전환했다. 나머지 203명중 102명은 일을 그만뒀고, 101명은 현재까지도 기간제 신분으로 계속 근무하고 있다. 또 서울대 조교의 경우, 11년 재직기간중 11번의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유 의원실 관계자도 이를 확인해줬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제를 2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간주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서울대의 기간제근로자 대다수가 무기계약직이어야 함에도 여전히 기간제 고용형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법의 허점 때문이다.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개월간 쉬었다가 다시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반복하는 등의 편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유은혜 의원실> ©중기이코노미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와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다.

기간제 사용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즉 예외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서 2년을 초과해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 기간제는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다.

간주규정은 기간제가 2년을 초과해 동일한 사용자에게 고용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현행법을 악용하는 경우, 사용자가 특정한 업무에 2년마다 사람만 바꾸면 무제한으로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기간제법상 2년 초과사용에 따른 제재로써 간주규정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기간제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의 김철희 보좌관은 12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2006년 기간제법 제정 당시에도 제기됐던 문제”라며 “안산·시화·구로공단과 같은 지역은 근로자들의 업무가 비슷하니, 2년 계약 후 다른 회사의 근로자로 교체하며 비정규직을 유지하는 형태가 많다. 기간제법 시행 이후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체제가 더 나아졌냐고 물어보면, 그렇지 않다”고 했다.

<자료=국회> ©중기이코노미

현행 ‘사용기간’ 제한을 ‘사용사유’의 제한으로 개정

2년마다 사람을 교체하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송옥주 의원은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방식에서 비정규직이 들어오는 입구인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기간제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 발의했다.

송 의원안에 따르면 기간제근로자 2년 초과 사용 예외사유중 ▲고령자 예외사유를 삭제하고 ▲그외 예외사유의 경우 ‘2년 이내’의 기간제 사용이 가능하며 ▲예외사유에 해당이 없거나 소멸됐음에도 2년을 초과해 기간제를 사용한 경우와 결원의 발생에 따라 고용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법안이다. 즉 예외사유를 제외하고는 기간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어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제한하는 휴지기간을 신설했다. 발의안은 ‘기간제를 사용한 업무에 대해 총 기간제 근로기간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이 경과하기 전에는 다시 기간제 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가령 2년 동안 기간제를 사용했다면, 이후 8개월간은 기간제 또는 파견근로자가 아닌 정규직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또 ‘휴지기간 도중 고용된 기간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는 조항도 함께 추가했다. 휴지기간에 기간제 또는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휴지기간 제한에 대해 김 보좌관은 “기간제를 줄임으로써 파견이나 도급근로자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안과 이인영 의원안은 기간제를 사용할 수 없는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법안이다. 세 발의안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승합자동차의 운전·정비 및 보수에 관한 업무, ‘도시철도법’에 따른 도시철도종사자의 업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 ‘선박직원법’에 따른 선박직원의 직무, ‘소방기본법’에 따른 소방활동 등 비슷한 업무를 기간제 사용금지 업무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