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주장 근거 조사하는 게 재개 여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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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통일부 주장 근거 조사하는 게 재개 여부 핵심” 국제사회 설득위해 필요…“中企 중심 민간 경제교류 활성화도 방법”

기사입력2017-02-17 11:5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개성공단 사업이 전면 중단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북한은 여전히 핵과 미사실 발사실험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북한의 태도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 사업은 재개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실험이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이유였던 만큼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사업재개도 가능하다는 입장이 있다. 반면 실효성없는 제재 일변도 정책이 남북관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북한 변화와 핵 포기 전제” vs “개성공단 중단했지만 불변”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맞은 지난 10일,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논평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와 핵 포기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는 것은 대한민국에 더 큰 안보위협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며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는 국내외 안보상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변화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통한 제재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입주기업들의 피해만 발생시켰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개성공단 전면중단의 핵심 근거가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됐다는 것”이라며 “폐쇄 1년, 북한 핵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했고, 북 미사일 능력은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북한 핵·미사일도 잡지 못한 공단폐쇄는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만 잡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당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성공단은 남북이 매일매일 만나서 작은 통일을 만들어 온 우리 민족의 위대한 통일모델이다. 우리는 햇볕정책을 계승하는 세력으로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아울러 국제사회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밝혀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바른정당을 포함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입장과 동일한데, 개성공단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와 ‘핵 포기’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2월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 이전부터 진행돼 왔던 사안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임금이 북핵개발에 전용되는지 몰랐는데 개성공단 전면폐쇄 직전에 이를 알았다는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은 북한에 대한 정부의 입장뿐이다.

문제는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이 북핵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상과 허구에 근거한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남북관계를 사실상 파탄국면으로 이끌고, 국민들 사이에 내부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연합 통일협회의 조성훈 간사는 16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재가동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대량살상 무기와 연관돼 있다는 근거가 없다”며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얻는 수익은 중국과의 교역이나 다른 통로를 통해 얻는 수익에 비하면 적다. UN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전방위적으로 대북제재를 하고 있지만, 민생과 관련된 부분은 제외하도록 하고 있으며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면서 제재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의 주요목적이 경제도 있지만, 남북협력의 상징적인 의미도 있다”며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 남북관계마저 단절되고, 수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지금의 제재방식은 효과가 전혀 없으며, 대화를 병행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게 오히려 효과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서 1항 ‘정경분리’ 유명무실

2013년 당시 중단은 북한 결정에 따른 것과 달리 이번의 전면중단은 우리 정부 결정에 의한 것이다. 또 정부는 개성공단을 ‘남북간 경제협력’의 수단이 아닌 ‘제재’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2013년 개성공단 재개 당시 작성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1항에 따르면,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중략)…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치적 영향없이 개성공단을 운영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외관상으로 합의를 파기한 주체는 우리 정부다. 향후 개성공단 운영과정에서 ‘합의파기’는 두고 두고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1년을 앞두고 지난 2일 열린 세미나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전면중단에 따른 실질적 피해를 보상하고 조속한 재가동을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따라서 앞으로 재가동 될 개성공단은 이전과 같이 통일부가 중심 역할을 하기보다는 중소기업중앙회 등을 중심으로 한 민간중심 경제교류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김한수 통상본부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우 1995년 중국의 대만해역 미사일 도발, 2016년 차이잉원 대만총통의 ‘하나의 중국‘ 원칙거부 등 군사적·정치적 갈등 속에서도 양국의 교역규모는 무역을 처음 시작한 1979년 7800만달러에서 2015년 1886억달러로 2400배가 증가했다”며 “개성공단이 지금과 같이 정경분리가 되지 않으면, 경협 측면에서 성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재개 “민생 예외조항 최대한 활용하라”

우리정부가 개성공단과 북핵의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앞으로 외교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국제사회에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도 문제다. 지난 9일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전재성 교수는 지난 2일 ‘개성공단 및 남북관계 세미나’에서 “북핵문제는 우리의 생존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영향을 끼치며, 이제 개성공단도 한반도 문제로만 보기 힘들다”며 “핵문제와 연동된 상태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통한 대북 현금유입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상충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제재국가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관련해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 시행할 경우, 한국의 개성공단 관련 금융기관의 입지도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유엔 결의안 2270호에서 북한주민의 민생과 관련한 내용은 제재의 예외로 하고 있는 만큼, 민생 예외조항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 이전 북한의 3차례 핵실험에서 우리정부가 개성공단을 대북제재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오히려 북한주민의 일자리 제공과 생계에 도움을 주고, 생존권 차원의 인권개선에 기여했다. 이 뿐만 아니라 남북간 긴장완화, 북한 개혁·개방 등 변화를 이끈 핵심수단임을 강조했었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시 정상 수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의 이점을 강조해 정치·외교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고 밝혔다.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김연철 교수는 “유엔 결의안 2321호의 대량현금 입출금과 관련해 개성공단의 임금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에 무조건 저촉되는 것이 아니다. 북핵개발에 전용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론이 다를 수 있다”며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자금 전용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 발언의 근거를 조사해, 만약 근거없는 발언이라면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이 개성공단 재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