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창업 3~5년 기업 기술력·자금력 집중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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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EU, 창업 3~5년 기업 기술력·자금력 집중 지원 ‘I4MS’ 등 中企 전용 프로그램…“민간투자 기대어려워 정부가 나서”

기사입력2017-02-20 11:58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정책동향(2016년 7월)’을 보면, 유럽의 제조업체 수는 200만개 이상이며, 전체 일자리에서 2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EU 전체 부가가치 중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18%에서 2011년 16%로 하락했다. EU는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계의 신기술 개발을 독려하는 갈릴레오(Galileo), 이터(Iter)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그러나 프로그램 대부분이 창업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이나 협력 연구 등에 국한돼 제조업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제조업 강국들이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구조조정에 착수했고, EU 역시 제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김희선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유럽에서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라고 하지만, 여타 국가들은 전통산업과 서비스업에 집중된 구조라 제조업 부가가치가 낮아 제조업 혁신이 필요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중기이코노미

3단계에 걸친 제조업 혁신 정책…부가가치 극대화 목표

제조업 경쟁력 강화방안으로 나온 첫 번째는 2012년 ‘유럽산업 강화정책’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기반기술 ▲바이오 기반 제품 ▲청정자동차 ▲지속 가능한 건설 및 자재 ▲스마트 그리드 및 디지털 인프라 등 5개 분야와 함께 ▲청정생산을 위한 첨단 제조기술이 우선순위 과제로 등장했다. 청정생산기술은 생산성 증대 및 제품주기 전 단계에서 폐기물 등의 관리가 가능한 제조기술 및 생산공정을 말한다.

김 연구위원은 “EU는 단일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나 중국, 독일, 일본, 미국의 4차 산업혁명 정책보다는 포괄적일 수밖에 없다”며 “세부적으로 무엇을 할지 짚어주기 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청정생산기술이 등장한 것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산업 강화정책에 이어 제시한 2014년 ‘유럽산업 부흥정책’에서는 여타 국가들의 제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정책이 등장한다. 제조업분야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스마트공장, 로봇, 3D프린팅 등과 같은 디지털기술을 도입할 것을 강조하고, 유럽산업 강화정책에서 제시된 6개 우선분야를 상세하게 구분했다. ‘강화(2012)’정책, ‘부흥(2014)’정책을 통해 EU는 디지털기술과 생산공정의 융합에 집중함으로써 첨단제조업을 육성하는 등 제조업 혁신에 나선 것이다.

EU의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비중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이며, 이는 지난해 발표한 ‘유럽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을 통해 부가가치 최대화라는 목표설정으로 이어졌다. 제조부문의 디지털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고 디지털기술이 도입된 제조업에 거버넌스, 투자, 표준화, 인적자원개발 등의 개선방안이 제시됐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는 기술력·자금력 지원에 초점

제조업 디지털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 전략에는 ‘I4MS(ICT for Manufscturing Small and medium enterprises)’와 ‘중소기업 인스트루먼트(SME Instrument)’ 등과 같은 중소기업 전용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호라이즌 2020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EU차원에서 시행중인 모든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전략이자 정책이다.

I4MS는 창업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다는 업력 3년에서 5년 사이 이른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에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장에 처음 혁신형 제품을 내놓으면 극소수의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선택하고 이후 반응에 따라 점점 소비자가 늘어나는데, 이때 극소수의 소비자를 넘어 막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가 대략 업력 3~5년이다. 즉 이 기간을 넘게되면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I4MS는 바로 사업화를 막 시작하는 단계의 업체를 집중 지원한다.

주요 지원 분야는 고성능 컴퓨팅 클라우드 기반 시뮬레이션 서비스, 첨단레이저 기반 장비 평가, 중소기업용 산업로봇 시스템, 고정밀·고효율 생산을 위한 스마트 사이버 물리시스템 등 대부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첨단기술분야다. 일차적으로 조기에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채택함으로써 정책 수혜 중소기업이 경쟁우위를 갖도록 하고, 이어 I4MS의 모범사례를 알림으로써 후발주자들의 모방 잠재력을 촉진시키는 것이 목표다.

김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대상기업이 벤처기업임을 감안하면, 자체적으로 혁신을 이루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벤처기업에 부족한 기술력을 높이고, 기술사업화를 지원함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인스트루먼트는 사회적 과제와 산업기술 리더십 분야에 참여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자금 지원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인스트루먼트는 총 3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파괴적 혁신 또는 개념에 대한 타당성 평가를 시행하는 ‘개념·타당성 평가’ 단계 ▲시연, 테스트, 시범, 확장, 미니어처라이제이션 등의 활동을 통해 제안된 혁신 또는 개념을 개발하는 ‘시연·시장복제·연구개발’ 단계 ▲교육, 멘토링, 위험자본 접근 등 지원분야 확대를 통해 시장출시를 준비하는 ‘상업화’ 단계다. 각 단계에 따라 기간은 6개월에서 2년까지, 5만유로에서 250만유로까지 지원한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중기이코노미

또 EU는 호라이즌 2020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중소기업의 성장단계에 맞춰 ▲자금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가 정신을 확충하며 ▲혁신여건 개선 등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들어 COSME(Competitiveness of Enterprises and SMEs)는 ‘중소기업 인스투르먼트’에 비해 업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성장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 유럽구조투자기금’(European Structural and Investment Funds)과 ‘성장자본제도’(Equity Facility for Growth)는 첨단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성장과 중소 제조기업의 혁신활동 및 경영환경 개선을 지원한다.

이와함께 중소기업의 자금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EU내 지불연체지침, 금융권자본요건규제, 금융수단시장지침, 투명성지침, 유럽벤처자본기금, 유럽사회기업가정신기금 등을 마련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민간기업 주도로 제조업 혁신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런 민간기업들은 기술력이나 자금력, 우수인력 등이 충분하다”며 “반면 유럽의 경우 미국처럼 주도할 거대기업이 없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책을 적극 내놓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자금 지원책이 많은 것도 민간투자를 기대하기 보다는 정부가 나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