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중도금 챙기고 주택만 밀어내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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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계약금·중도금 챙기고 주택만 밀어내면 그만” 건설업체 사업성 뒷전…후분양제로 자금부담 크면 제도통해 해결

기사입력2017-02-27 16:36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후분양제를 하게 되면, 주택공급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주택건설회사의 주장이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주택건설회사는 소비자로부터 무이자로 선납받던 계약금 및 중도금 등 주택건설비용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따라서 주택건설사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거나, 위험회피 차원에서 주택공급이 감소할 것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최승섭 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성이 충분한 아파트라면 PF 등을 통해 투자회사로부터 직접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비용 부담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며 “그간 사업성없이 미래의 개발계획에 의존, 소비자를 현혹해 분양하던 주택건설업체는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자율화 상태에서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2~3년 후의 시장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기업은 오히려 수익구조가 개선될 수 있어 일률적으로 수익구조가 나빠진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반론이다.

또 위험회피형의 주택업체는 주택공급을 줄이는 반면 위험선호형의 주택업체는 기회로 판단해 주택공급을 늘릴 수도 있어 모든 건설업체가 일률적으로 주택공급을 줄인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2~3년 후 주택경기가 현재보다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업체가 더 많을 경우 주택공급이 증가할 수도 있다.

후분양제가 정착되면 주택건설업체는 3년 뒤 예상되는 주택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성을 판단한 후 사업을 시행할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 안정과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보면 후분양제가 선분양제와 비교해 장점을 갖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는 후분양제를 하게 되면, 주택건설업체의 위험이 증가해 주택공급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공급자 편향적인 시각이다. 사진은 지난달 초 한 견본주택을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주택건설업체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이유를 들어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공급자 편향적인 시각이란 지적도 있다.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들이 항상 분양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입주시점의 매매가격이 분양가격보다 낮은 경우도 더러 있다. 결국 선분양제에서 주택건설업체는 2~3년 후의 가격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현재 확실한 가격으로 분양하는 반면 소비자는 미래 불확실한 가격을 감수하면서 분양을 받는다. 소비자에게 모든 위험을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가입자가 보험회사에 위험을 전가하는 대가로 보험료를 내는 것처럼 주택건설업체도 소비자에게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급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약관을 적용하는 선분양제는 공평하지 않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도산하는 중소건설사가 급증해 주택공급이 축소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도산할 만큼 사업을 벌이지 않을 것이므로 도산하는 주택건설회사가 속출할 일도 없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잘라 말했다. 또 “2~3년 뒤의 시장을 고민하면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해야지 계약금 및 중도금만 챙기고 주택만 밀어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길고, 많은 비용이 필요한 주택의 특성상 후분양제가 주택건설업체에 자금부담을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공급자금융 확대 등 보완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제도가 PF(Project Financing)다.

PF는 은행 등이 돈을 빌려줄 때, 자금조달의 기초를 사업주의 신용이나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고, 사업이 진행되면서 얻는 수익금으로 자금을 상환받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정락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사업비를 100%로 봤을 때, 현실에선 자기자본 5% 정도를 가진 건설사가 택지매입비 등의 명목으로 30%~40%를 PF로 조달받고 나머지를 분양비로 충당한다”면서 “후분양제가 도입된다면 PF규모를 약 80%까지 늘려야 되는데, 다른 제도보완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미국과 같이 PF가 활성화된 나라는 초기자금을 지원하는 펀드 등 제도가 있다”며 “우리나라도 1금융권에서 택지자금을 대출해주고, 또 다른 금융권에서 공사비를 충당해 주는 방식으로 상호보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후분양제를 도입해도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