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대선 화두…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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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공정’ 대선 화두…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대선후보 中企 지원책 쏟아내…징벌적 손배 도입 모두 찬성

기사입력2017-04-29 08: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중소기업 스스로 균형을 맞추라는 것은, 플라이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에게 진 이유가 ‘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란 얘기와 같다. 플라이급과 헤비급을 한 링에서 세워서는 경기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 헌법은 ‘중소기업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부과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면서도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명시하고 있다. 플라이급과 헤비급 각각의 체급에 맞는 링을 구분함으로써 ‘공정한’ 시장경제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재벌대기업의 관행화된 ‘갑질’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재벌개혁과 함께 공정한 시장경제는 이번 ‘탄핵대선’에서 가장 핵심적인 화두다. 유력 대선후보들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대·중소기업의 협력을 넘어 상생을 말한다. 또 중소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R&D와 인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대중소기업간 적정한 이윤의 분배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중소기업부로 승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자는 것 또한 공통된 공약이다.

4차 산업혁명은 스타트업·벤처·중소기업 등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더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하지만 이 또한 중소기업이 R&D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갖췄을 때 해당되는 얘기다. 자금여유가 없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는 뜬구름 잡는 소리다. R&D없이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기업을 유지·존속하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다.

<자료=각 당 홈페이지/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소기업을 위한 R&D예산을 현재보다 두배 늘리겠다고 했다. 이와함께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소기업이 2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면, 3번째 인력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정부가 임금 전액을 지원하는 ‘추가고용지원제도’를 신설한다. 또 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에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감면한다. 상장기업은 스톡옵션을, 비상장기업은 성과급이나 인센티브 방식으로 회사와 직원들이 이익을 공유하는 ‘미래성과공유제’도 도입한다. 소규모 사업장이나 저임금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회보험료 지원을 더 강화한다. 중소기업의 재도전을 위한 재창업전용펀드 확대, 워크아웃을 통한 우선적 채무조정도 공약에 포함돼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인프라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제품 제작지원센터(Makers Lab)를 중소기업이 모여있는 곳에 설치해 신제품 제작 등을 지원한다. 2025년까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3만개를 목표로 하고, 중소기업 4대보험료를 지원하며,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상승분에 대한 세액공제 공약도 내세웠다. 또 국책은행이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도록 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융자방식이 아닌 투자방식으로 전환한다. 국책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의 대기업 대출 및 보험은 축소하고, 중소기업 및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이외 중소기업 근로자 퇴직공제제도를 통한 노후대비, 협동조합형 어린이집을 통한 중소기업 육아지원 계획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중소기업의 세부담을 줄이는 쪽이다. 중견·대기업 연구인력개발투자 세액공제율과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현재의 절반규모로 축소한다. 반면 중소기업 연구인력개발투자 세액공제율은 기존 30%에서 60%로, 연구인력개발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기존 10%에서 20%로 두배 상향한다. 또 중소기업 클러스터와 풀뿌리 경제 활성화를 위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과 같은 사회적경제 비중을 전체의 10%까지 끌어올린다. 재벌중심의 수직적 기업결합 위주에서 중소기업과 지역대학·연구소 사업서비스를 결합한 수평적 네트워크 경제로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중소·중견기업 R&D예산을 2022년까지 10조원으로 확충하며, 정부 R&D예산의 50%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데 사용하도록 했다. 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중소기업 지원 쿼터제 목표를 상향하고, 중소기업에 파견된 출연연 연구인력을 우대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이와함께 중소기업 취업 청년의 소득세 감면율을 현행 70%에서 100%로 상향조정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창업·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R&D 자금배분을 현재 15% 수준에서 30%까지 확대한다. 또 국책연구소가 중소·벤처기업 연구개발센터 역할을 수행하며, 4차 산업혁명 관련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을 개정한다고 했다.

징벌적 손배 모두 찬성…초과이익공유제 엇갈려

◇징벌적 손해배상=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그로 인해 생긴 이익은 모두 대기업으로 흘러가는 구조는 부의 공정한 분배를 막는 갑질의 전형이다. 중소기업에 R&D, 자금, 인력을 지원해도 대·중소기업간 불공정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금과 달라질 것은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갑질에 의한 피해에 대해 징벌적 수준의 배상을 하도록 함으로써 사후적 제재는 물론 사전적 갑질 예방효과를 기대하는 제도다. 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모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찬성한다. 여기에 문재인·유승민 후보는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을 현행 3배에서 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후보는 공정거래법률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가해기업은 6개월간 공공분야 참여를 제한하는 퇴출조치를 시행한다.

◇초과이익공유제=지난 2월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 매출액이 1% 늘어나면 1차 협력업체는 0.56%, 2차는 0.07%, 3차는 0.005% 매출이 늘어난다. 이익의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들이 연초에 설정한 목표이익을 달성하면 그 초과이익을 배분하는 제도다.

심상정 후보는 원청과 하청업체에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공유이익의 30%는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또 가맹점과 가맹본부, 대리점과 본사간 집단적 교섭을 통해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도 시행한다. 안철수 후보도 대기업이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시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후보는 공약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시절 “대기업의 이익 뒤에는 많은 협력사들의 희생이 있다”며 “대기업 이익을 주주와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기업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도입 가능성은 존재한다.

유승민 후보는 초과이익공유제 대신 상생기금출연을 공약에 포함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부가 출연해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임금보조사업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우선적으로 10인 미만 제조업 청년취업자와 중소기업 장기근속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데 활용한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2011년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 제안한 이익공유제에 대해 “현재의 법체계, 그리고 헌법과 법률체계에 맞지 않다”며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대신 수탁기업이 원가절감 등 수탁·위탁기업간 합의한 공동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위탁기업이 지원하고, 그 성과를 수탁·위탁기업이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를 공약에 포함했다.

이밖에 심상정 후보는 하청 및 협력업체기업과 원청, 대리점주와 본사,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할 수 있는 집단적 교섭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한다. 안철수 후보는 하도급계약 체결 후 90일 경과 후 원재료 가격 급상승시 납품단가를 인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공약에 포함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공공구매 의무비율을 설정해, 중소기업 제품의 테스트마켓을 제공한다.

문재인 후보는 재벌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제도를 폐지·축소하고, 재정증가분을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확대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모든 후보가 연대보증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가운데 유승민 후보는 정책자금에 한해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