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업 재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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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개성공단 사업 재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무관” “우리 정부 판단일 뿐”…무기개발 전용 근거있어야 금융제재 가능

기사입력2017-02-15 11: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개성공단 폐쇄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지속되고 개성공단을 통해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핵개발 전용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 하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개성공단 재개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는 2016년 9월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결의안으로 과거 결의안을 더 구체화하고 강화한 것이다. 국제연합헌장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한 지역에서 전 세계를 위협할 만한 분쟁이 있을 경우 이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이 권고가 효과가 없을 경우 강제적·적극적 개입인 강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 강제조치는 국제법상 법적구속력을 가지며, 상황에 따라 군사적 조치와 비군사적 조치로 진행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안보리 결의안 채택 경과

<자료=개성공단 비상대책위원회>

대북제재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의 강제조치 중 하나다. 1993년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함께 핵무기 개발선언을 하면서, 같은 해 5월 최초로 제825호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후 현재까지 8건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나왔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개성공단 재개의 걸림돌인가?

지난해 9월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11월30일 채택된 제2321호 안보리 결의안은 전문 10개항, 본문 50개항, 5개의 부속서로 구성돼 있다. 제2321호 결의의 주요 내용은 ▲WMD 및 재래식무기 관련 제한 ▲검색 및 차단 ▲외교관계 ▲운송 ▲대외교역 ▲금융 ▲인권 ▲제재이행 등이다. 제2321호 결의는 지난해 1월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불러온 북한의 제4차 핵실험 후 채택된 강력한 제재 내용을 담은 안보리 결의 2270호를 보완하고 강화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개성공단사업 재개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게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얘기는 다르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이 핵실험을 이미 진행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제재상황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와 안보리 결의안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다. 특히 결의안의 수많은 조항들은 개성공단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기업의 생존과 재개의 길’ 토론회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21호와 관련 “개성공단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유엔의 경제제재 속에서 추진된 제한된 공간에서의 경제협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2321호 주요 내용

<자료=외교부>

김 교수에 따르면 개성공단과 유엔 안보리 결의 사이에 교합점을 굳이 찾는다면, 대량살상무기(WMD) 및 재래식무기 관련 제한과 금융제재 부분이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공장설비들은 미국의 재수출조항에 따라 미국 상무부의 허가절차를 거쳤다. 미국의 재수출조항은 북한과 같은 제3국에 설비이전을 할 때 미국산 부품, 기술, 로열티가 10% 이상 함유된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또 개성공단 내 모든 설비에는 RFID(전자태그, 극소형 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해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장치)가 부착돼 있어 이른바 ‘이중용도’ 설비, 군사적 전용 가능성도 낮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북제재의 주요 목적은 대량살상무기, 그 중에서도 관련 기술 및 부품의 개발이나 이전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개성공단의 생산품목은 석탄·은·동·아연·니켈·북한조형물·헬리콥터·선박 등 안보리 결의로 제한하는 교역품목에 해당되지 않고, 공단 내 설비가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우려도 없다는 얘기다.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한 증거 있어야 금융제재

개성공단사업을 재개하는 경우, 김 교수는 안보리 결의안 2321호 위반여부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금융제재라고 분석했다. 결의안에 따라 북한 내 외국은행 지점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에 개성공단사업이 재개돼도 개성공단 내에서의 ‘금융’은 어려워져 임금지급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에 앞서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금융제재의 대상인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안보리 결의안 35항은 대량현금(Bulk Cash)이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생산에 관련될 경우 유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따라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되는지 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금융제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안보리 결의안 2321호 34항에서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할 외화를 획득할 목적으로 주민을 제3국에 파견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회원국들의 주의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한주민들의 ‘외화벌이’에 대해 ‘권고’ 수준을 넘어 결의안에 따른 제재 또는 금지를 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벌어온 외화가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되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 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사진=외교부>

개성공단 전면폐쇄 직후 지난해 2월11일 통일부는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 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정부와 민간에서 총 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결국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개성공단 전면폐쇄 이전인 지난해 1월22일 ‘2016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기존의 몇 차례 유엔 결의안과 제재가 있었지만, 개성공단은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운영이 되어 왔다”고 밝혔다. 통일부의 발표대로라면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언한 지난해 2월10일로부터 불과 20여일 전까지도 개성공단의 자금이 북한의 핵개발에 사용된 정황을 몰랐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자금의 핵개발 전용 사실에 대해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에도 몰랐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입장은 2월10일 개성공단 전면폐쇄 직후 갑자기 바뀐다. 홍 장관은 개성공단 전면폐쇄 직후 2월14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이 북한당국으로 들어가 핵미사일 개발이나 치적사업 또는 사치품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는 북한 외화의 흐름에서 파악한 것이라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벌어들인 외화를 당 39호실과 서기실에 보관하며 핵·미사일 개발 및 치적사업,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했다.

“통일부 근거없는 발언이라면 개성공단 재개위해 책임 물어야”

김연철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통일부의 주장(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은 예상될 뿐이라는 설명이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일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피해액만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약 근거없는 발언이라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서라도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고 있지만,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폐쇄는 제재결의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우리 정부의 판단일 뿐이며, 개성공단 재개를 하더라도 지난해 12월 채택된 제2321호 결의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개성공단을 재개하기 위한 환경은 더 나빠졌다 할 수 있지만,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김익경 과장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가 해야 할 부분이며, 좀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개성공단 재개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개성공단 재개는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