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늑장행정으로 3천기업 형사처벌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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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환경부 늑장행정으로 3천기업 형사처벌 받나 환경보험책임 출시 늦었고 가입준비 복잡한데…피해는 사업장 몫

기사입력2016-07-06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환경부의 늑장행정으로 3000여 기업이 무더기 형사처벌을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이달 1일부터 환경오염배상책임보험(이하 환경책임보험)이 시행됨에 따라 대기오염물질, 폐수, 유해화학물질 등의 배출시설을 설치·운영하거나 할 계획이 있는 사업장은 지난달 말일까지 환경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했다. 그러나 당초 올해 상반기안에 보험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던 환경부는 보장금액 등에 관한 이견으로 보험 시행일 약 한 달여를 남겨두고 촉박하게 상품을 출시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장의 몫이 된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7월5일 기준 전국 의무 사업장 가운데 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은 1만여개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3000여개 사업장의 경우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제47조 제2항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처지가 됐다(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 이들 미가입 사업장들의 경우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같은 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의무가입 미이행에 따른 경고처분(1회 위반)도 받게 됐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환경부 늑장행정에 따른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효선 과장(제조뿌리산업부)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서둘러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불편을 호소하는 회원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현장에서 체감하는 불편은 이보다 더 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먹고살기도 바쁜 마당에 몇날 며칠을 리스트 작성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환경책임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 본연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는 호소다.

그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입 대상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인허가 서류를 통해 의무가입대상임을 확인하면 시설 규모 등을 통해 보장금액을 산출, 현황 조사표를 작성해야 한다. 어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지 또 얼마나 배출하는지 배출량 등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한다. 업종마다 기재해야 할 항목은 조금씩 상이하나 시간배출량, 평균시간배출량, 연 배출량 모두 별개로 기록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위탁처리시설이나 공동방지시설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도 기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기시설의 경우 굴뚝별로, 일반굴뚝과 클린시스(실시간 원격관리시스템) 부착 배출구의 배출량도 따로 구분해 배출량을 산정해야 한다.

조사표를 작성했다고 끝이 아니다. 각종 인허가증을 발급받아 지자체 인허기관에 송부해야 하는 등의 일도 남아 있다.

보험출시가 늦어진데다, 사업장에서 보험가입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 그리고 의무가입 사업장이 1만3000여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서류를 접수하고 절차를 밟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은 미리 예견된 일이었다. 환경책임보험 가입 과정에서 병목현상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고, 실제 그같은 불만도 많았다. 대표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태스크 포스를 꾸려 별도의 상담 창구를 안내했으나 차질이 발생했다. 기자 역시 몇 번이나 고객센터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상담종료시간까지 상담원과 통화를 할 수 없었다.

환경책임보험 가입에 따른 불편 이외 보험료 비용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많았다. 한국화섬협회의 한 관계자는 “거의 대부분의 회원 업체들이 환경책임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몇천만원의 비용을 매년 부담해야 하는데, 보험료 비용이 과도하다는 내부 불만이 없잖아 있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준비 부족에 따른 기업들의 민원과 관련해 그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도 있으니 3개월 더 유예해 달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급박하게 보험을 출시한 것을 인정하며 “청약 등의 문제로 아직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은 이번 주까지 가입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 내 가입하지 않은 의무 사업장의 경우 대표 보험사인 동부화재에서 전화가 갈 것이라며 빨리 가입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사전에 서둘러 가입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조금 늦어도 되는 줄 알았다면 좀 더 상세히 알아보고 가입했을 것”이라며 “먼저 가입한 업체는 뭐가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당초 보험개발원의 산출 금액(가군 평균 4000만원, 나군 800만원, 다군 200만원)과 실 납부 보험료(최소 1500만원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의 차이를 묻는 중기이코노미의 질문에 환경부는 “아직 모든 사업장이 가입한 것이 아니라 보험료 평균을 산출하지 않아 자세한 금액은 알 수 없으나,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모든 사업장이 가입해야 정확한 평균금액을 산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